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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Feb 15. 2023

2023년 1월 어느 날의 기록

2022년을 돌이켜보며- 팝업행사

또 어느새 2023년 1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더니 사실이다. 작년 한 해를 돌이켜 볼 새 없이 또 그렇게 한 해가 갔고 한 해를 맞이했다.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돌이켜보곤 했었는데 2022년은 그냥 흘려보냈다. 12월에 군청에서 주최한 행사 준비에 이어 크리스마스와 연말 일들을 위해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버리고 났더니 새해가 되었다.

기록의 힘을 믿으며 2022년 나 개인에게 의미 있던 일들이 많았지만 최근의 기억을 더듬어 기록을 남겨둔다.

아란치니와 마리또조. 행사담당했던 담당자분이 찍어주신 사진



군청에서 하는 동짓날 행사에 가게를 연 이후 처음으로 참가했다.  처음 남쪽 섬에 와서 연고 없이 해변에 가정집을 수리해서 이탈리아 식당을 열었을 때 지역매체와 여행 잡지와 기타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홍보를 위해서 매체의 힘을 빌려볼까 하는 생각도 많았지만 내 동업자가 적극 반대를 했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과장되게 표현이 될 수도 있고 내 개인사를 일일이 노출하고 난 후의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없었다. 말은 뱉은 후에 주워 담을 수도 없지만 내가 뱉은 이야기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을 많이 봐왔기에 일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조금 더디더라도 천천히 직접 손님을 대면하면서 가게를 노출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간을 버텨내었다. 식당을 오픈하고 초창기에 손님이 적을 때는 방송이나 잡지사 요청에 응해볼걸 하는 마음도 많이 들기도 했다.  


이 행사 역시 여러 번 거절을 했다가 담당한 업체의 간곡한 부탁에 참여했다. 가게가 아닌 다른 외부 장소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일이다 보니 주방 사용에도 한계가 있었고 가게 메뉴를 그대로 판매할 수도 없었다. 더욱이 판매 단가를 우리가 내는 가격보다 4분의 1을 줄여서 나가서 판매를 해야 해서 어떤 메뉴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긴 고민 끝에  메뉴 선정을 했고 기왕 하기로 한 것 대충 내놓는 것은 셰프 성격상 허용치 않았다.(곰돌이 몸에 태생이 너그럽고 여유가 많은 성격인데 주방 앞에서는 까칠하고 조금의 실수나 타협은 없어서 같이 일하는 동업자 입장에서 무척 힘들다.) 평소 가게에서 내놓고 싶은 메뉴였으나 경영자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면 주저하게 되는 메뉴였던 아란치니와 마리또조.  

만드는 과정이 많은데 비해 판매이익이 낮아서 주저했던 메뉴들이었다. 집에서 먹는 요리라면 원가 계산이나 이익을 따지지 않겠지만 요식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만드는 시간과 품을 생각하면 주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곳은 도시가 아니나 시골이라 박리다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니 더 고려할 수 없기도 하다.

마리또조는 직전 에스프레소바를 운영할 당시에 판매한 디저트 메뉴였는데 식당을 재개업하면서 잠시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다. 마리또조(Maritozzo)는 마리또는 '남편'을 뜻한다. 브리오슈 빵속에 크림을 넣고 반지나 보석을 숨겨서 프러포즈하던 이탈리아전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버터 풍미 가득한 브리오슈 빵을 만들어서 마스카포네 크림을 가득 넣어서 만들었다.


아란치니(Arancini)는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작은 오렌지'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식 주먹밥이다. 남쪽섬에서 난 치자로 색을 내어 리조또를 만들고 남쪽섬 한우로 오랜 시간 라구소스를 만들었다. 리조또 속에 라구소스와 모짜렐라치즈를 넣어 동그랗게 성형한 후에 튀겨냈다.


행사당일 요청분은 60인분이었으나 혹시나 몰라서 80인분을 준비했었다. 행사 당일 정말 추웠다.(체감기온  영하10도를 버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행사는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이었다. 한파라고 해야 영하 1도 전후인 따뜻한 남쪽섬에서 싸라기눈이나마 내린 저녁이었다.  동짓날 실외에서 서빙 복장을 입고 판매를 했다가는 판매전에 입이 돌아갈 정도 추위였으니 최대한 따듯하게 옷을 입고 판매를 했다. 가게에서 미리 아란치니를  튀겨놓고 행사장에서 오븐에 데워서 나가도록 세팅을 마쳤다. 마리또조의 브리오슈 빵은 구워놓고 마스카포네 크림도 미리 쳐서 준비를 해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크림을 넣어서 나가는 시스템으로 준비를 했다.


5시 30분부터 판매는 시작이었고 1시간 남짓 지나자 준비한 60인분을 넘어 혹시 몰라 준비한 최대치 80인분까지  다 판매되었다. 만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꼬박 삼 일간의 수고였건만 판매는 한 시간 만에 종료되어서 뿌듯하기도 했고 3일간의 작업이 1시간 만에 끝났다는 허탈감도 동시에 느꼈다.  판매 공간이 시장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길거리 음식을 팔 수 있다는 면에서 접점이 생겼고 한국의 남쪽 섬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이국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식당아줌마와 동업자는 의미부여를 했다.


다음번에 또 참여해 달라는 말에 '아하하하, 글쎄요, '라는 답으로 식당아줌마는 대신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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