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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Jan 11. 2023

사람이 어려울 때

귀촌이후 종종 듣는 얘기가 '외지인이세요?'는 말이다.  말투가 다른 탓에 그런 얘기를 종종 듣긴 하지만 이래뵈도 6년째 살고 있다.  다리가 있어서 사실상 육지나 다름없지만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제외하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여있으니 섬은 섬이다.  섬안에서도 여러갈래도 나뉜다. 어느 지역사람들이 억세네 의뭉스럽네라는  작은 섬 안에서도 마을별로 지역민들의 특성이 나뉜다.  내 기준이면 관광객, 외지인, 현지인 이렇게 3갈래로 나뉘는건데 현지인 입장에서는 외지인, 현지인안에 어느마을로 더 세분화된다.


귀촌한 이후 자영업자가 되면서 선 사람, 손님을 맞는게 나의 주된 일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람이 제일 어렵다. 4년을 대면한 이후 사실 사람이 너무 싫어졌다. 모르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도 소모가 컸고 나에게 이유없는 짜증과 그날 공기에 따른 내가 느끼는 손님의 태도로 내 하루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지치기도 했다. 평가받는 직업이다보니 친절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내가 손님인 자리로 가더라도 나는 내가 잘못하지 않더라도 '죄송합니다' 또는 '감사합니다'가 자동으로 나온다.  무의식중에 죄송합니다는 왜 이렇게 많이 하는 건지. 난 또 왜 이렇게 어깨를 굽신거려야하는건지.


20대 젊은 친구들을 보아도 내 또래의 사람들을 보아도 늘 신경쓰였다. 그리고 손님 중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그룹은 50대이상 여유있는 아줌마부대였다. 그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든 그렇지 않든 여러가지를 느꼈다. 호구조사를 당하는 거야 익숙해졌지만 눈빛과 태도 말투는 적응이 안된다. 그 사람들에게 의도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냥 일상의 몸짓과 태도일 뿐일텐데 내가 의미를 부여해서 혼자 상처받는 일도 허다할 꺼라는 것도 안다. 내 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아님 체념식의 말투를 들을때는 사실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근데 이런 손님들 덕에 생각해보면 난 여유있는 경제력과 여행과 같은 선물들을 보장받았으니 주고받기식이다. 난 친절과 진심과 노동력의 댓가로 내가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가고 싶은 거, 하고싶은 거를 누릴 수 있었으니 사람이 어려워도 내가 해야할 몫이라는 생각을 요즘은 드문드문하게 된다.



귀촌을 하고 난 후 사람이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입을 열면 그게 어떤 의미로 재확산되는지 많이 알게되었고, 비밀이라고 너에게만 하는 얘기라고 했지만 비밀은 없는 사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소문을 내고 싶으면 비밀이라고 이야기하고 해야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귀촌을 하고 나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사람이 싫다고 하지만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닐까 싶다. 내려와서 내 맘을 속시원하게 털어낼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지인들을 몇몇 만났지만 그 사람들에게 내뱉는 나의 진심과 일상은 각기 다르다.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는 또 다른 섬에 사는 전 직장동료인 친구, 또 다른 나라에 있는 친구들이 아닌가 싶다. 그들과 같은 지역에 머물렀다면 덜 외로울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덜 외로울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일테고.


여전히 사람이 제일 어렵다. 그래서 다른 일들에 몰두해서 나의 빈 마음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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