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콧구멍 두 개가 까만 코에 있는 네가
그 콧구멍을 아주 작게 벌렁거리며
숨을 쉴 때.
아빠다리를 하며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내게 다가와
앞 발바닥을 내 정강이에 살포시 얹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냥 정말 좋아하면
그런 감정이 생길 수도 있더라.
지금 내 앞에서 자고 있는 너.
마치 사람인냥 베개를 하고
네 꼬리는 내팽겨놓은 모습에
뭔가 모를 울컥함을 느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격하게 반겨주던
네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내가 늦게까지 책상에 있으면
자러가자고 칭얼거리던
네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어느 늦은 밤.
널 안으면 비몽사몽한 눈동자로
뚱한 표정으로 날 봤다.
난 그게 참 귀여워
혼자서 껄껄하고 웃고 했는데
조금씩 나이가 들어
예전같이 않는 네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
너가 만일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나를 떠나게 된다면
나는 개를 다시는 키우지 않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