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콘텐츠보다, 타이밍과 문맥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고,
같은 결정도 타이밍과 대상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한다.
정확한 팩트를 말했는데도
전달이 되지 않는다.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지만
회의에서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다.
진심이 담긴 피드백이었지만
상대는 방어적이고 관계만 멀어진다.
그럴 때마다 맥락의 중요성을 떠올린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말하지만 그 말이
어떤 시점에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분위기 안에서 나왔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은 맥락 속에서 전개된다.
회의에서 의견을 낼 때도
이제 막 들어온 구성원인지
팀을 리드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같은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같은 이슈라도
프로젝트 초반인지
일정이 한참 밀린 시점인지에 따라
그 말이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래서 요즘은
내 말이 옳은가보다
내 말이 지금 여기에 맞는가를
더 많이 생각한다.
정확한 말보다
정확한 타이밍,
정확한 문맥이 더 중요한 순간이 많다.
특히 리더일수록,
그리고 조직이 커질수록
이 감각이 중요해진다.
실무자는 팩트만 말하면 된다.
그런데 리더는
맥락을 정리해주고,
조용히 방향을 틀게 만들며,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말의 "시점"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걸 잊고
정확한 논리와 내용만 갖고 움직였던 때가 있다.
그럴 땐 이상하리만치 일이 안 풀린다.
내가 틀린 건 아닌데도
주변 사람들과 내가 결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
혼자 조급해진다.
그럴 땐 대부분
내용이 아니라 맥락이 틀어져 있었던 거다.
맥락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다.
상대가 지금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조직 전체가 지금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맥락은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니라
경험과 실패, 그리고 관심으로 쌓여간다.
지금은
조금 느려도 맥락을 읽고 움직이는 쪽이
결과적으로는 더 멀리 간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