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은 잠깐이지만, 버티는 비용은 길어진다
조직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큰 결정이다.
사람의 위치가 바뀌고, 보고 라인이 달라지고,
권한과 책임이 재조정된다.
그래서 한 번 조직도를 바꾸면
어지간해서는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
한 번 더 바꾸면 혼란이 커질 것 같고,
리더가 흔들리는 인상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조직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된 개편이라면
되도록 빨리 되돌리는 것이 맞다.
혼란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혼란은 대부분 일시적이다.
문제는 그 구조가 현장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유지할 때 생기는 비용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우회해서 일하고,
중간에서 설득하고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쓴다.
역할이 모호해지고, 책임은 흐려진다.
팀 안에서는 의욕이 떨어지고,
밖에서는 생산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문제의 본질은 더 보이지 않게 된다.
“왜 이렇게 일하게 됐지?”
“처음엔 무슨 의도였지?”
이런 질문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그냥 피로감만 남긴 채 각자 조용해진다.
오히려 빨리 되돌리면
초기엔 불편함이 있더라도 금방 회복된다.
“판단을 바꾸는 리더십”은 혼란보다 신뢰를 남긴다.
특히, 애자일 조직, 스쿼드 기반 구조 같은
유연한 체계를 도입할 때는 더 민감해진다.
스쿼드는 작은 팀이지만
그 안에 의사결정, 실행, 책임이 함께 있어야 한다.
한두 사람이 열심히 뛴다고 되는 게 아니고,
구성원들의 오너십과 이해도가 유사한 수준에 있어야 작동한다.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는 리더가 이끄는 스쿼드는
실행 이전에 목적을 잃는다.
거꾸로, 문제는 정의했는데 해결할 역량이 없는 경우는
사람을 바꾸면 된다.
하지만, 구조가 잘못된 경우는
어느 누구를 바꿔도 바뀌지 않는다.
그럴 땐 그냥 되돌려야 한다.
조직 설계는 방향이 틀렸을 때
인정하고 빨리 수정할수록
조직은 회복력이 생긴다.
조직이 유연하다는 건
구조를 자주 바꾼다는 뜻이 아니라
구조에 대해 피드백을 열어두고
필요하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