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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Feb 09. 2020

삶의 루틴, 겨울 여행.

해마다 여행을 떠나는 시점엔, 지난해 같은 시기에 했던 여행의 흔적들을 뒤적여 본다. 삶의 리듬처럼 2월의 끝, 3월이 시작되려는 지점에선 여행을 했었고, 그 기억은 어느 해에서부터 체계적인 패턴으로 흘러갔던 듯하다. 

모든 여행이 그러했어도 2월 끝의 여행은 유독 짙은 기억으로 남겨졌었고 일상의 색채에 변화를 예고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요란하지 않았다. 도화지에 색을 칠하고 붓끝에 남은 물감을 물통 안에 휘저으면 퍼져나가는 색감의 농도 정도일 뿐.

하얀색을 동경하고 무채색처럼 살아가는 나는 여행이 내게 입혀주는 새로운 색채로 한동안 살아갔어도 본래의 내가 입고 있는 일상의 색채로 돌아오는 회복력이 탁월했다. 


 

2018년의 2월과 3월에는 아일랜드에서 그 해 겨울의 가장 진한 추위를 맛보았고, 커다랬던 바람에 두들겨 맞기도 했으며, 세상과 잠시 단절되었던 순간의 두려움을 알기도 했다. 스펙터클 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오늘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Warszawa)로 향한다. 이번 여행은 별다른 설렘이 느껴지지 않기에 이상하지만 처음 조우하는 바르샤바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은 알 수 없어도 내년 이즘에 그곳에서 채워온 기억들을 휘저어보면 역시나 특별한 모멘트였다고 떠오를 것이다. 모든 여행이 그러했던 것처럼.





le 03 Mars 2019.

바르샤바로 떠나는 날, 새벽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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