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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Feb 09. 2020

허둥대며 우버 택시에 오르던, 떠나는 날의 아침.

저항의 상징, 바르샤바


이륙의 과정을 지켜보다 알았다.  대지 위를 달리던 비행기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위해 정해진 코스와 지점이 있다는 걸. 순서대로 떠나기 위해 줄 지어 기다리고 있던 비행기들이 점차 하늘속으로 사라져 가는 걸 보며 혼자 신기해 하며 재미있어 했다. 이걸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건지, 그 전엔 비행기의 이륙 과정을 궁금해 하지 않았는지, 순간 내가 의아했다. 꽤 오랜 햇수 동안 빈번하게 비행기 창가에 앉아 이륙의 과정을 보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자세한 과정을 보게 된 건 처음이긴 하다. 

우리의 비행기도 활주로를 달리다 이륙이 시작되었다. 늘 그 순간엔 요란한 소음과 흔들림이 두려워 눈을 뜨지 못한 채 긴장하고 경직이 되고야 만다. 롤러 코스터를 타고 올라갔다 떨어지는 것 처럼, 가슴 안의 모든 기관들이 덜컹 내려 앉았다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이 아찔하지만 비행기는 금방 하늘 속으로 스며들어 구름 위를 달린다. 내가 속한 세상이 순백의 세상으로 뒤바뀌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LOT 항공에서 제공하는 커피 한잔을 하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흰 구름과 푸른 빛 하늘을 휘젓고 있다. 

폴란드의 LOT 항공의 스튜어디스들은 동유럽 여성들처럼 체격이 크다. 불친절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분위기로 메뉴얼대로 움직이는 듯 하며, 딱 절반 정도 채워진 미소로 승객들을 대한다. 여리 여리 가느다란 실루엣과 외소한 목선을 강조한 차림새도 아니고 묘하게 여성성이 느껴지는 분위기도 없다. 쉽지 않은 전문 직업이었을텐데, 자신이 밟고 있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꽤 고된 시간을 지나왔겠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얼른 바르소비 공항에 닿기를.. 점점 지루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비행을 하는 일이 좋아지질  않는데다 힘들어지는 구나 싶을 즈음, 드디어 폴란드의 쇼팽 공항에 도착을 했다. 

회색 빛이다. 하늘도, 구름도, 공기도. 완전하게 회색 빛의 흑백 사진 속 같았다. 이게 바르소비의 분위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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