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게 슬픈 영화
넷플릭스 스트리밍 상영중
개봉 : 2014. 01. 22
평점 : 8.1(다음 영화)
장르 : 드라마
누적 : 1,980,120명
국가 : 한국
등급 : 15세 관람가
감독 : 한동욱
시간 : 120분
출연 : 황정민(태일 역), 한혜진(호정 역) 등
세 번째 봤던 영화. 양아치 같으면서 양아치가 아닌 태일을 보면서 이번에도 많이 울었다.
친구의 사채회사에서 일하며 사람들에게 이자를 수금하러 다니면서도 뭔가 정이 있는 남자. 그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 태일은 분명 타락하고 나쁜 남자처럼 보였지만 본질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태일은 아버지의 빚을 대신해 신체포기각서를 써야 했던 호정을 찾아가게 되고, 쉽사리 도장을 찍지 않는 그녀에게 겁을 주려고 그녀의 아버지 생명까지 위협하기 시작한다. 결국 각서를 받아내어 돌아가는 길. 그 여자가 계속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버지 병간호를 하는 따뜻한 모습, 예쁜 얼굴... 태일은 호정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 것이다. 며칠 호정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삶을 알아갈수록 그녀에게 잘해주고 싶어 하지만 호정은 그게 반가울 리 없었다.
내가 불쌍해요? 내가 좋아요?
호정은 사채업자로 찾아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것 같았던 태일을 처음엔 완강히 거부하지만 호정의 신체포기각서를 무효로 해준다는 말에 데이트를 시작한다. 태일이 요구하는대로 가끔 만나서 밥 먹고, 술도 마시는 사이가 되고 나니 서서히 호정도 태일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고,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 노릇을 해준 태일의 진심에 감동해 결국 둘은 연인이 되어 함께 미래를 꿈꾸는 사이가 되는데 태일의 실수로 그만 둘이 모은 돈을 홀랑 잃게 된다.
눈물을 흘리는 여자. 그리고 그 앞에서 그 여자보다 더 펑펑 우는 남자.
모은 돈을 다 잃게 된 것도 막막한 일이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정을 뒤로한 채 감옥을 가게 된 태일. 호정의 입장에서는 아버지 잃고, 전재산 잃고, 사랑하는 남자까지 떠났으니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됐다. 태일도 호정에게 너무 미안해서 다신 안 보려 했는데 감옥에 간지 2년 만에 죽을병에 걸려 강제 출소하게 됐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사채회사를 운영했던 친구를 찾아가 무릎 꿇고 사정해 결국 호정의 돈을 찾아다 주고 행복을 바라며 떠나려 하는 남자, 태일. 하지만 호정이 결국 태일의 불치병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길에서 마주쳐서 펑펑 울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도 덩달아 울게 됐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시한부 인생 이야기, 뻔한 사랑이야기 같은 신파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결론을 뻔히 알고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였다. 나쁜 남자가 착한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입가에 흐뭇하게 미소가 번지게 되는 이상한 영화. 특히 태일의 가족들이 인상 깊다. 태일이 다소 악한 존재로 묘사되긴 하나, 함께 사는 가족들은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악의 평범성'인 건가 싶기도 했으니까.
이 영화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소홀하게 대하고 있는 남자, 아니면 다가오는 남자를 무조건 경계하는 여자, 그것도 아니면 권태로운 연인들이 함께 보면 다시 애틋한 사랑이 꽃피울 것 같은 예쁜 영화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태일과 호정이 둘이 마주 보고 펑펑 우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 표정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 왜냐하면 그 표정은 인생이 힘들 때 내가 지었던 표정들이라서 나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았으니까. 끝.
ps.
영화 볼 때 소주와 라면이 필요했다. 태일이 라면에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인상 깊어서. 그리고 이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술 마시게 슬픈 영화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