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의 기록
새해가 밝았고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었다. 2021년을 나름 비장한 자세로 버텼지만 막상 2022년이 되고나니 새해계획 따위도 세우지 않고 의연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예전에는 해가 바뀌면 그래도 나름 목표도 세우고 서점에도 한번 들려보고 의미를 부여하려 부단히도 애썼는데, 이제는 뭐 암시랑토 않은 것을 보니 서른이 됬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흘러 벌써 1월이 훌쩍 지낫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올해도 빠르게 흘러가버리겠지.
20대의 나는 뭐라도 성취하고 싶어서 발버둥을 쳤는데, 요새들어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냥 다 필요없고 행복하고 재밌게 철없이 살고싶다.
처음 회사입사했을때 사수분이 했던 이야기가 요즘 자꾸 생각난다. 너무 애쓰지 말아라, 나도 예전에는 내 시간을 갈아서 일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부질없더라, 그냥 니몫만 최선을 다하면 될뿐 회사 바깥에서까지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속으로 뭔 틀딱같은 소리야 나는 여기서 열심히 할꺼야 라고 외쳤던 내가 5년이 지나고나서야 뜬금없이 그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공감한다.
인생의 우선순위, 내 삶의 방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1월이었다.
흐지부지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나름 지키고 있는게 있다면 바로 모닝루틴이다. (사실은 미라클 모닝을 시도해보고 싶었으나 도저히 자신이 없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아침잠이 많아져서 9시반쯤 기상하는 게으름뱅이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 기상시간을 7시반으로 두시간 가량 땅겨서 아침에 할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뭐 대단한 것을 하는건 아니지만 구독한 뉴스레터도 꾸준히 보고 책도 읽고 기사도 보고... 주식도 한다 ㅋㅎ
늘 인풋을 부지런히 하고 눈과 귀를 열고 살아야지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이렇게 별도로 시간을 빼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언제나 읽어야할 아티클은 밀려있고, 그렇게 시간이 너무 지나 한가득 쌓이게 되면,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냥 패쓰해버린다. 책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책태기를 씨게 맞고 난뒤, 올해는 정말 다독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시간을 빼니 그나마 읽게 된다. 이북 멤버쉽 덕에, 분야를 막론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책들을 이것저것 읽는다. 그리고 다 읽은 책은 휘발되지 않도록 하이라이트한 부분들만 독서노트에 필사해놓고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지만,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내 시야를 거쳐간 내용들을 아카이빙해놓는 재미도 쏠쏠하다. 1월의 아침을 이렇게 보내고나니,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 된거 같다. 때로는 쓸데없어보이는 일들이 내 일상의 기강을 잡아준다. 2월에는 늦잠 자지 않고 더욱 바쁜 아침을 보내야지. 한 가지 더 목표가 있다면 꾸준히 글을 쓰는 루틴을 추가하고 싶다.
내 주변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 사실 이렇게 아침시간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도 주변사람의 영향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책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이를 시작하게된 이유가 더욱 인상깊었다. 3살배기 아이를 육아하시는 분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 아이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다보니 세상에 해주고 싶은게 너무 많고 그러려면 세상에 대한 공부를 내가 먼저 해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그래서 관심갖지 않았던 분야의 스터디도 시작하고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잠을 줄이게 되었다는 것. 괜히 나까지 감동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도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모닝루틴을 왜 시작하게 됬냐고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답하고 싶다. 시간을 쪼개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싶고, 그 세계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서.
요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일이 너무 하기 싫다는 것이다. 아무런 의욕도 욕심도 열정도 생기지 않는다. 좀 더 나아가자면 그냥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다.
나는 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커리어 욕심도 있었고 먼저 나서서 일하는 것도 좋아했다. 계속 다음 단계로 점프업하고 싶기 때문에, 늘 회사에서는 욕심을 부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냥 쥐죽은듯이 아무것도 안하고싶다. 그리고 이런 내가 너무 싫다...
전에도 이런 일태기가 종종 왔었는데, 그때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다. 그땐 프로젝트에 너무 치여서 진절머리가 났던 것이지만, 요즘은 딱히 크게 숨막히도록 바쁘지도 않는데 그냥 하기 싫고, 그냥 딱 주어진 일만 머리쓰지 않고 일하고 싶다. 가장 크게 달라진건 별로 잘하고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언제나 나의 동력이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그와중에 여전히 열정 뿜뿜하는 IT 빅마우스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다가도 자꾸만 열등감이 느껴져서 외면하게 된다. 그들을 보며 일말의 자극이라도 받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모른척 해버리고 싶다. 요즘 왜 이렇게 회사일이 재미가 없고 하기 싫을까. 일단 돈은 벌어야하니 흐지부지 다니고는 있는데, 이러다가 또 괜찮아질 수 있을런지 아니면 뭐라도 액션을 취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이래서 다들 주기적으로 이직하나 싶기도 하네...
지난 주말에는 마음을 좀 다잡아보려고 일요일 저녁에 비장한 마음으로 일기도 써내려갔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회사에서 마음이 단단히 콩밭에 가있는듯하다.
살면서 다 던져버리고 싶을만큼 아무것도 하기싫었던 때가 딱 두 번 있었다. 한번은 취준생때였고, 또 한번은 첫회사 퇴사직전. 취준생때는 너무 힘들어서 될대로 되라지 라는 마인드로 진짜 힘빼고 다녔다. 그랫더니 운좋게 취업이 됬었고, 퇴사 직전의 번아웃 상태에서도 될대로 되라지 마인드로 힘빼고 있었더니 이직의 기회가 찾아왔다. 두 번 다 너무 운이 좋았음을 잘 알고 있다. 발버둥쳐도 안오던 기회가 우연히도 시기적절하게 찾아왔으니.
이번에도 힘 빼고 지내봐도 괜찮은걸까? 그냥 느슨하게 할 일만 차곡차곡 쳐내가도 괜찮은걸까. 그러다 이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지나고 포트폴리오 한장 없이 커리어 꼬여버리는건 아닐지. 확실한건 그렇다고 막 미친듯이 매진할만큼의 에너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버닝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여기서 더 끈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면 안될 것 같다. 2월은 조금만 더 엉덩이를 붙이고, 머리를 써보려 애써봐야지. 힘빼기의 기술이 어쩌면 이번에는 통하지않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