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순 Aug 22. 2022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아주 화자 '나'의 생각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캐도캐도 계속 나와

*이 글은 저라는 한 개인이 이 책을 읽고 쓴 독서 일기 같은 것이니, 혹시 독자인 여러분이 읽으시고 생각과 감상이 다르더라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작가가 공들여 쓴 글을 저도 나름 열심히 소화하려고 쓴 글이지만, 혹시라도 기분이 나쁘진 않을까 뭐 그런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네요.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그러니까 제목은 이 단편에 나오는 그림을 빗댄 게 아닌가 싶다. 한 그림에 토끼도 보이고 여우도 보이는데, 어떤 이의 눈에는 토끼가 (토끼만) 보이고, 다른 이의 눈에는 여우만 보인다는 것. 그리고 이 두 마리를 다 한꺼번에 동시에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 것과 오명조 학생과 에이 교수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는 한 번 더 읽어야 알 것 같다.  

사소설 같다. 화자 ‘나’의 생각이 아주 많이 들어있다. 조금은 지겹기도 하다. 내가 선의로 학생에게 한 말과 행동이 나중에는 불씨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 

이 소설의 화자인 '나'의 배우자인 '연재'는 나를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연재와 나의 관계가 이야기의 핵심과 어떻게 닿는지 모르겠다. 뭔가 ‘나의 잡생각, 그 생각이 이 소설의 핵심이고 큰 서사는 없다.’ 에이 교수가 학교에서 뭔가 좀 불미스러운 언행을 해 학생들의 원성을 산다는 것.  


‘이해없이 당분간’ 

아주 짧은 소설이다. 시작이 좋았고, 끝이 좀 약간 엉뚱하게 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73번 버스. 독자인 나도 이 버스를 알고 있다. 십여년 전, 서울에 살았을 때, 내가 최소 주 1회는 탔던, 서울 시내 버스. 버스 안 풍경도 작가가 참 친숙하게 잘도 묘사해 놓았다. 특히나 ‘잘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연희 라는 여성 인물에 비해, 남자인 ‘나’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잘 알고, 나와 연희는 너무 다른 세계에서 왔다. 


‘목견’ 

화자 ‘나’의 생각, 세상을 보는 시각, 생각 이런 게 잔뜩 들어있다. 이런 것을 소설 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한 사건에 대해서 주로 ‘나’가 갖고 있는 생각을 주루룩, 좌악, 펼쳐 놓는 것. 후움. 그런데 모르겠다. 그 생각이 막, 매력적으로 확 와 닿지는 않는다. 어떤 주관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겠다. 어떤 생각, 사념, ‘질문할 꺼리’를 담고 있는 것도 알겠다. 다만 좀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닌가. 너무 이야기는 없고 생각만 좌라락, 나열한 감이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화자인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이신데, 그 일을 하면서 주민들한테서 오해도 사고, 또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이 뚜렷해서, 주민이 버렸다고 확신한 물건을 소유했지만, 주민들 눈에는 그것은 명백한 절도로 보인다. 또 한번은 아버지는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시기 전에, 술에 취한 한 남자 주민한테서 뒤통수를 가격 당하고 혼자서 울기도 한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매장에서 일을 하던 ‘나’는 한 사건에 휘말려 해고 당한다. 그 사건이라 함은, 매장에서 한 여자 아이가 실종되었고, 실종된 아이를 둔 엄마는 매일 매장에 나와서 전단지를 돌린다. 그리고 화자인 ‘나’는 이 실종아이의 엄마를 쫒아 다니면서, 자신의 괴설에 가까운 말들을 또 끊임없이 쏟아낸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왜 사람들은 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자주 언급하는걸까? 개인적으로 내 주변의 남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목도한 적이 있다. 그걸 말하는 이들은 ‘나 이런 프로그램 봐’ 라고 말하면서, 은근하게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자신이 얼마나 이 문명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해, 살아남지 못해, 즐기지 못해, 얼마나 고독하고 괴로운지를 간접적으로 설파 하는것 처럼 보였다. 나는 정말 그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지만, 대략 어떤 건지는 알겠는데, 내가 그 프로를 보며 그들처럼 살고 싶고, 그런 ‘공감’ 혹은 동경을 해 본적은 없다. 이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소설에 간접적으로 깔려 있는 어떤 돈, 계급, 가난, 부자와 빈자의 차, 그런 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무겁고 진지하게 다루기 보다, 은은하게, 유머까지 섞어가며 만든다.  


188쪽, ‘이해없이 당분간’ 

내가 버스를 탈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면 연희는 그냥 그래도 되는 사람, 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 중에서 그래도 되는 것을 골랐을 뿐. 그러므로 나를 위해서, 그게 다 나를 배려해서 그랬다는 것, 그걸 연희가 견디고 참아주었다는 생각에 서러웠다.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버스가 아니면 고작 지하철밖에 상상 못하는 내가 미웠다. 연희는 모르는 걸 나만 알고 있는것도 싫었다. 자연인들이 사는 집의구조라든가, 그 집의 서랍을 열면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혹은 여럿이 모여 자는 날에는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몸을 눕히는 것이 효율적인 지 따위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집에서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첫번째 ‘그들의 이해관계’, ‘나쁜 사마리안’이었다. 목견까지 읽음. 


-사랑 이야기, 달콤한 연애 이야기, 애절한 헤어짐, 이런걸 참 귀엽게 잘 쓰는 것 같다. 


-어떤 인간사회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들, 사념, 상념, 생각들을 늘어놓는 건 나쁘지 않지만, 길어지니까 집중이 안된다.  

밑줄그은 문장들 [리디북스, 전자책, 핸드폰 기준]

‘목견’ 217쪽

우리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지점에서 긍정하는데도 왜 나만 틀립니까. 우리는 이제껏 같은 말만 했는데 왜 하나는 잘못되었다고 합니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내가 맞을 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왜 한번도 그걸 의심하지 않나요. 진짜는 내가 보지 못한 어떤 것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럴 수도 있지요. (중략) 다들 자기 입장에서 보이는 것을 보는 거 아닙니까. 

: 일맥상통하는 주제의식이다. 유연성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 오직 남색은 이것만이 남색이야!라고 말하는 자에 대한 비판.  


202쪽

언젠가는 매듭이 풀리지 않는 비닐을 두고 한바탕 씨름을 벌이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말리거나 도울 생각도 않고 나는 가만 두고 보았습니다. 비닐 속에는 다른 비닐들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담아 왔다가 버리기는 아깝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쓰려고 모아둔 것이었습니다. 매번 많았고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겨우 그런 것을 담아두었을 뿐인데 안간힘을 쓰는 어머니를 나는 내버렫었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에게만큼은 지극히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골똘하게 시간을 죽일 만한 어떤 것 말입니다. 

: 이런 ‘늙어가고, 무료하고, 남아도는 시간을 ‘죽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너무 묘사가 리얼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위수정, 은의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