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순 Jul 25. 2023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았다. 본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영화관. 한국에서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수년 전이었으니 한국 영화관과 미국 영화관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내가 가는 이 캘리포니아 주 영화관은 일층짜리 건물이고, 건물에 도착하면 입구 옆에 유리창 안으로 매표소가 있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팝콘냄새 진동하고 뻥튀기 해 놓은 가격으로 팝콘, 나초, 피자, 캔드와 음료수를 판다. 미국 영화관의 좋은점은 자리가 조금 널찍하다는 것.


참고로 이 글은 개인의 감상이고, 스포일러가 팍팍 들어있습니다.


사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아야, 재미가 더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정보를 구하지 않고, 그냥 극장에 가서 관람을 했다. 세 시간이라는 것은 알았다.

영화관에서

그렇게 미국 영화관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본 일이 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나 많은 이들이 극장에 앉아서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글을 쓰면서 나는 내 한국어가 또 얼마나 뒤쳐지고 있는가를 느낀다. 이제 '극장'이라는 말은 아마 안 쓸텐데 말이다. 난 내 자리를 앱을통해 미리 찜하고 갔다. 2불이 들어도 그게 편했다. 그런데 약 팔십대로 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본인들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내 자리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심지어 그 백인 할아버지는 내가 앉아 있는 것을 어두워서 인지하지 못하셨는지, 내 얼굴 위로 그 컴컴한 곳에서 엉덩이를 들이미는 바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건 뭔가......

그런데도 사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미국이라 그런게 가능한거 아닐까. 뭔가 개인주의가 있으니까, 그래도 이런 팔십대 할머니 할아버지도 극장에 직접 오셔서 영화관람이 가능한게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사실 나는 "오펜하이머" 라는 이 영어 제목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무 정보 없이 극장에 갔다. 그리고 영화를 관람했다. 오펜하이머는 주인공 이름이자, 실존 인물의 성last name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20세기 초반, 과학이 꽃을 피우던 시기에 과학자로서 어떤 최고봉에 있었던 사람이다. 다만, 시절을 불운하게 타고 난건지, 그의 천재적인 과학성은 결국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을 만드는 데에 쓰였다. 그래서 그 점이 그렇게 슬프더라. 그렇게 뛰어난 두뇌로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질문이 들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하지만 그 사람이 누가 됐을 지언정 누구라도 그걸 만드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고, (당시의 미국, 전체적인 전쟁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다만 그 자리에 로버트 오펜하임이라는 인물이 있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연치고는 그의 천재성이 너무 안타깝고, 또 역사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가 감당해야 했을 인간적 고뇌와 죄의식의 무게도 영화에서 잘 그려낸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무겁고 진지하고, 할 말이 많은, 혹은 '논란이 많은' 그런 주제와 인물을 잡았다. 그래서 뭔가를 쓴다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런 점때문에 이 소재를 영화의 한 가운데에 갖다 놓지 않았나 싶다. "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이제는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냐?" 하면서 관객에게 질문하는 것 같다. 다국어를 구사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 너머'를 생각하는 물리학자이자 천재 이론가 오펜하이머. 그리고 그의 뇌를 이용해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정치인과 군인. 그런 정치인과 군인의 요구와 명령 앞에서 얼마나 많은 '양심있는' 지식인들이 '나는 그러한 선택을 지지하지 않소'라고 굳건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들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 너무 튀면 안되는거 아닐까? 군계일학이 되는 건 좋지만, 또 동시에 군계일학이 됨으로 인해, 그 유일한 존재자, 유일한 단독자로서 엄청난 조명도 받지만 동시에 엄청난 심판대에 오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건 또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은 인생인가 말이다. 보통 인생을 사는게 그냥 나는 좋은것 같다. 군중 속에 있으면 편안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에도 인기, 사람의 기운이 한쪽으로 쏠리면 그또한 정말로 무시무시한 기운으로 발전하는 것 같고, 그것이 '소용돌이'가 되는 것 같다. 영화 속에 나왔던 그 수많은 군중들의 발소리, 구둣발 소리가 참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초반부가 좀 너무 길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대신 후반부로 갈수록 '이 판'이 얼마나 누군가에 의해 '미리 짜 놓은 판'이었는가를 알게 되면서, 더 재미가 가해졌다. 그리고 역시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적은 멀리 있지 않군'. 주변을 잘 둘러봐야한다. 파핫핫.


그리고 하나 더 든 생각은, 미국에 내가 살고 있지만 왠지 이 미국이란 나라, 엄청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한번 찍히면 계속 감시당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소재를 영화화해서 생각할 꺼리로 만드는 문화의 힘도 참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 시간 들여서 볼만한 영화다. 이거 보고 뭔가 토론할 꺼리도 많은것 같다.


-당신이 오펜하이머와 같은 천재였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당신에게는 '아니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과학자에게는 얼마만큼의 윤리를 요구할 수 있나?

-과학과 기술은 인간을 위해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오펜하이머의 인간적 고뇌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자신이 만든 그 괴물 (핵폭탄)로 인해 수만명의 일본인들이 죽임을 당했고 고통을 겪었다. 그것을 죄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오펜하이머의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자책을 해야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임현, 그들의 이해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