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인이 감내해야 할 것. 그럼에도……
내가 가끔 가는 한인 뉴요커 블로그가 있다. 이민자로, 한인으로, 해외러로 38년간 미국에서 살아온 분이고 거의 매일 글을 올리신다. 최근에 읽은 그 분의 글 출처는 아래에 밝히겠다. 그 글을 읽으며 ‘진짜 맞는 말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인 즉슨 한국 땅을 떠나 이민자로 사는 사람이 감내해야 하는 것들에는 ‘언어, 대화, 내가 한국에서는 이랬는데 하는 생각 버리기' 등이다. 대부분 공감이 간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도 일년어치의 휴가를 털어 한국에 왔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위해서 말이다. 미국에서 그토록 고팠던 ‘말, 수다, 언어를 통한 외로움 극복’ 뭐 그런 것들을 절실히 원했다. 그런데 그 블로거는 나의 처지를 ‘여기에도 저기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처지라고 단언하시더라. 방관자, 관찰자, 주변인으로서의 삶은 어찌보면 슬퍼 보이지만 또 어찌보면 그만큼 자유롭다는 말 아닐까. 대신 나에게 주어진 그 자유, 고독, 홀로 있음의 시간들을 나를 위해 충만하게 잘 보내야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다. 한국에 와서 "나는 솔로16기"를 정주행했는데 거기에 나오는 시애틀 남자 상철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 방송이 종영되고, 미국에 돌아가서 혼자 사는 상철의 모습에는 내 모습도 조금 있었다. 무엇을 해도 시간이 남는 것 같은, 심심함과 외로움이 미국 생활의 기본값이다. 다만 내가 할 일은 마치 상철이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며 인형을 사 모으고, 컴퓨터로 게임 캐릭터들을 만들듯 나에게도 나의 빈 시간들을 채울 수 있는 그 무언가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브런치에 글 더 꾸준히 쓰기, 요가 더 자주가기, 등산-귀찮아도 운전해서 꼭 가기, 독서모임-성실히 책 다 읽고 참여하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찾아내기. 이런 다짐들을 해 본다.
만약 당신이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을 방문 한다면 그런 당신에게 추천하는 것들
(혹은 미래의 나를 위해 쓰는 글)
- 건강검진을 받으시라. 이건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미국보다 한국이 의료 접근성이 훨씬 더 좋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다 할 지라도, 50-60만원으로 건강검진 쫘악 받으면, 뭔가 마음의 평화가 온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다시 한해를 잘 살아보세!
*대장 내시경은 약 오년에 한 번 정도 하기. 대장 내시경 결과 별 탈이 없는 경우에 한 함. 위내시경은 이삼년에 한번 받기. 대장내시경은 이삼일 전부터 음식 조절을 해야함. 해조류, 견과류, 현미밥 잡곡류 못 먹음. 카스테라, 흰죽 가능. 그렇기 때문에 이런 숙제 같은 일은 얼른 해치우는 게 좋음. 도착해서 며칠 안으로 하는 것도 방법임. 그래야 그후부터 그토록 먹고 싶었던 '음식 리스트'를 하나씩 해결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 서울 친구들과의 약속: 그리운 마음은 굴뚝같다가도, 서울, 그것도 서울 어디에서 만날 것인가는 생각외로 중요한 질문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비-서울인이 된 나로선 서울에 한번 갔다 오면 온 몸에 땀이 쫙 나고, 다리의 힘도 풀린다. 광역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특히나 그 시긴대가 출퇴근대이면 숨이 막힌다. 쉽지 않은 여정이다. 이 고난을 몇 번 하다보면 조금 만남이 어려워진다.
심지어 이번엔 삼주차 일정에 갑자기 허리에 근육 통증이 심하게 와 버렸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허벅지 힘으로 겨우 겨우 몇 초에 걸쳐서 일어나야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말 그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온 것인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몸이 이 지경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함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서 한국에 왔을때 무리하면 안된다. 2030이 아니라면 몸의 말을 들어야 한다. 비행기 타는 것도 고된일이다. 시차적응도 해야 한다. 수천마일을 날아오는 것은 아마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더 고된 일이 되겠지. 그 고된 일을 겪어 내는 것이 내 이 몸뚱어리이니, 그 몸뚱어리를 잘 모셔야 한다. 탈이 나지 않도록.
해외러(이민자)의 한국방문에서 진짜 좋은것 중 하나는 오래전에 알고지낸 이들과의 수다다. 물론 우리들은 삶의 터전, 경험치가 달라졌기 때문에 대화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구관이 명관’이란 말처럼, 오랜 시간을 이겨낸 이 관계들을 그냥 저 버리긴 싫다. 다만 현실의 장벽은 만만치 않다. 아예 서울에 숙소를 잡고 3박 4일이나 4박 5일 일정으로 서울 구경히고 친구 만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맞다. 해외러의 한국 방문은 자꾸 '무리함'을 요구하는데, 이럴수록 조금씩, 천천히 해야 한다.
이번 한국행 휴가에서 좋았던 것들 (생각나는대로 적어봄)
*진도 솔비치를 비롯한 전라도 여행: 거리가 멀어서 그런데 쉬기에 아주 좋았음. 군산에 있는 초원 미술관 앞 한우뭇국도 정말 미국 우리 집 앞에 심어 놓고 싶을 정도였음.
*한식들. 음식들: 뭐니뭐니해도 전라도에서 먹은 한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신호등 식당. 박대구이. 장좌도 풍경을 잊지 못할것이야.
*제주도: 지나치게 상업화된것 같지만 그래도 제주도 라는 땅 자체가 보배스러운, 치유의 공간 같다. 한림 보말 칼국수가 정말 맛나고, 야시장 구경도 신이 났음. 제주도 시월의 억새풀 역시 이번 여행의 선물이었음.
*독도와 울릉도: 여행을 하고 보니, 이 곳은 쉽게 가기 힘든 곳이었음. 시월 날씨가 아주 잘 받쳐줌. 다만 배멀미가 상당했음. 울릉도 약국에서 파는 제조 멀미약을 먹어야 함.
*미용 서비스: 미용실. 미국에선 300불은 줘야하고 거기에 팁과 세금까지 내야함. 한국의 미용실은 나같은 교포에게 선물이다. 1인 세신도 받음. 50분에 때 밀어주는 서비스. 미국에선 절대 받을 수 없는 서비스.
*의료: 건강검진 받음. 마음의 불안이 없어짐.
나는 뉴욕이 좋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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