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젤리컴퍼니의 맛있는 레시피
냉이 감자 그라탕
(하단에 유튜브 영상 링크가 있습니다)
흔히들 맛을 측정하는 단위는 칼로리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크림만큼 무조건 맛있을 것을 보장하는 재료도 없을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로 버터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하지만 크림을 (요즘 많이들 만들 듯이) 400번 휘저으면 버터가 되니 결국은 그놈이 그 놈이다. 그러니 원래 삶아도 쪄도 으깨도 부쳐도 지져도 맛있는 감자를 크림에다 익혔다고 생각해 보자. 포슬포슬하거나 쫀득쫀득한 감자 속살에 속속들이 크림이 배어들어서 포크로 살짝 찌르기만 해도 아무런 저항 없이 사르륵 잘라진다. 가히 반칙에 가까운 조합이다.
감자 그라탕은 감자에 크림을 부어서 천천히 삶듯이 익히는 것이 기본이다. 크림이 감자 안으로 스며든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수프에 육수를 쓰듯이 크림에 미리 기본 향이 배어들게 만든 다음 감자에 부어야 풍미를 가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재료는 가능한 잘게 썰어서 표면적을 넓혀야 향이 빨리 강하게 우러난다. 통마늘보다는 으깬 마늘이, 그리고 으깬 다음에 잘게 다진 마늘이 훨씬 향이 빨리 우러난다.
지방은 본디 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크림도 강한 향신 채소류와 전반적으로 잘 맞는다. 다만 고수나 바질처럼 잎이 여리고 가열하면 금방 날아가는 휘발성 강한 향보다 마늘, 생강, 레몬그라스, 냉이처럼 질감과 향이 모두 견고한 재료를 사용하자. 전자는 요리를 완성한 후에 뿌리는 용도로 사용해야 하지만 그나마도 크림에 향이 가려지기 쉽다.
보통 허브나 향채류는 잎보다 뿌리나 줄기의 향이 더 강한데, 냉이도 마찬가지라서 뿌리를 잘게 썰어 넣으면 향만 우릴 수 있다. 물론 뿌리까지 먹어도 무방하지만 크림을 듬뿍 머금은 감자의 부드러움에 비해서 질겅질겅 질감이 거친 편이라 여기서는 향만 내고 버린다. 전통 감자 그라탕에서는 타임이나 너트메그 등을 주로 사용한다.
또한 향을 낸 크림에 소금을 수북이 한 큰 술 넣는 것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감자는 맛이 무던한 편이고 크림에 들어간 소금으로만 간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간을 넉넉히 해야 제대로 맛이 난다. 온전히 크림으로만 익혔다는 점을 기억하자. 지방이 많기 때문에 소금 간이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면 느끼해지기 십상이다.
원래 감자 그라탕은 모든 재료를 틀에 담아서 오븐에 바로 넣어 익히는 것이 기본이라 넉넉잡고 한 시간 반 정도는 기다려야 감자가 다 익는다. 간접 가열 방식으로 크림이 끓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처음부터 직화까지 가능한 팬을 이용해서 오븐에 넣기 전에 미리 감자 그라탕을 한 번 끓인 다음 5분 정도 익힌다. 그러면 이미 크림(과 감자)이 뜨거운 상태로 간접 가열을 시작하기 때문에 빠르면 20분, 늦어도 30분이면 감자가 모두 익는다. 오븐에서 막 꺼냈을 때는 크림이 뜨거워서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줄줄 흐르는데, 10~15분 정도 휴지 하면 감자의 전분기가 발휘되면서 쭉 흡수되듯이 국물이 졸아붙는다. 그런 다음 잘라야 그라탕에서 국물이 흥건하게 줄줄 새어 나오지 않는다. 바닥에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빵으로 닦아 먹을 부분도 있어야 부족한 칼로리를 섭취할 여력도 있고 인생 살 만한 것이라는 기분도 더 들고 그런 법이다.
그레몰라타는 원래 파슬리에 레몬 제스트, 다진 마늘을 섞어서 화사하고 강렬한 향을 자랑하는 양념으로 생선 요리나 송아지 등의 정강이로 만드는 오소 부코 등에 주로 곁들여 먹는다. 여기서는 감자 그라탕의 느끼한 맛을 상쇄하면서 냉이의 산뜻한 색과 향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기존 재료는 아니지만 올리브유를 조금 섞으면 소스처럼 두르기 편하다. 마지막으로 레드 페퍼 플레이크를 가볍게 뿌리면 붉은색을 가미하면서 은은한 매콤한 맛을 더할 수 있다.
냉이 감자 그라탕과 냉이 그레몰라타
감자 그라탕 재료
감자 6~7개
크림 700~800ml
냉이 300g
마늘 7~8쪽
소금, 버터, 후추
파르메잔 치즈
그레몰라타 재료
냉이(그라탕에 쓰고 남은 것)
파슬리 잎 1/3단 분량
마늘 5쪽
레몬 1개
올리브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냄비에 크림을 담아서 데운다. 냉이는 뿌리만 잘라서 1~2cm 길이로 썬다(잎은 대부분 그레몰라타에 사용한다). 마늘 3쪽을 칼 옆면으로 눌러 으깬다.
2. 크림 냄비에 냉이 뿌리와 마늘을 더한다. 소금을 수북이 한 숟갈 더하고 후추를 넉넉히 뿌린다. 끓기 직전까지 데운 다음 불에서 내리고 감자를 손질하는 동안 그대로 둔다(순식간에 끓어 넘치므로 잘 지켜봐야 한다).
3. 직화와 오븐 조리가 둘 다 가능한 팬을 준비한다. 마늘 한쪽을 반으로 잘라 팬 안쪽에 골고루 문지른다.
4. 팬 안쪽에 부드러운 버터를 골고루 바른다.
5.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채칼로 얇게 슬라이스한다. 전분기가 크림에 녹아나야 하므로 물에 담그지 않는다.
6. 팬에 감자를 예쁘게 돌려 담는다.
7. 향이 우러난 크림을 체에 걸러서 감자 팬에 붓는다. 부족하면 여분의 크림을 더한다.
8. 남은 마늘과 소량의 냉이 잎을 다져서 감자 위에 뿌린다.
9. 감자 팬을 스토브에 올려서 한소끔 끓인 다음 불 세기를 낮춰서 5분 정도 뭉근하게 익힌다.
10.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감자 팬을 넣고 30분간 익힌다.
11. 그동안 그레몰라타를 만든다. 남은 냉이 잎은 끓는 소금물에 10초간 데쳤다가 얼음물에 담가서 식힌 다음 종이 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후 다진다. 파슬리는 잎만 잘게 다진다. 레몬은 마이크로플레인으로 제스트를 간다. 마늘은 곱게 다진다. 볼에 냉이, 파슬리, 레몬 제스트, 마늘을 담고 레몬 즙을 약간 뿌린 다음 올리브유를 1~2큰술 두른다. 골고루 섞은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12. 칼로 감자를 찔러서 푹 들어갈 정도로 익으면 꺼내서 갈은 파르메잔 치즈를 골고루 뿌린 다음 다시 오븐에 넣고 치즈가 녹아서 노릇노릇해질 정도로 익힌다.
13. 완성한 감자 그라탕은 꺼내서 10분 정도 그대로 둔 다음 그레몰라타를 약간 뿌린다. 남은 그레몰라타를 곁들여 낸다.
[페퍼리의 쿠커리] 냉이 감자 그라탕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