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뭐 하니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으악 하면서 도망가던 놀이가 생각나는 날이다. 항암 치료가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고령 환자에겐 무리한 기스라이팅 그러니까 희망 고문이 너무 심하다는 거다.
아빠는 젊어서도 유별났고 어릴 적에도 부잣집 막내에 촌수도 높은 데다 유복자로 태어나 기고만장이 하늘을 찔렀다. 깔끔하고 예민하고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서 그리 됐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도 노인이라 정보 흡수는 더디고 자기 확신이 강하니 지금 상태가 어떤지 감을 못 잡는 거 같다.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수치가 말해주는데 의사가 말 안 한 걸 어찌 아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오직 퇴원이 빨리 하고 싶어서 괜찮다고 한 것을...
하루는 죽음을 준비하다 하루는 살겠다고 희망을 갖는 이 마음에 당사자인 환자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삶에 미련이 없다면서 퇴원하면 음식 해 먹을 고민만 하는데 음식을 못 내려놓는 건지 삶을 못 내려놓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의 두꺼비 아빠가 오늘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남길. 빨리 퇴원해서 먹고 싶은 라면 드실 수 있게 회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