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세련된 이미지의 헤어 스타일은 픽시컷이라 불린다. 언제부터인가 픽시컷은 기센 여성들의 헤어 스타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본래는 세상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통했다. 1950년대 오드리 헵번과 미아 패로우 같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픽시컷은 영국의 신화 속 요정 픽시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어딘가 양성적인 이미지에, 짓궂고 작고 놀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요정을 의미하는데 체구가 왜소한 여성이 짧은 쇼트커트를 하면 작은 요정처럼 귀여워 보여서 그리 붙인 것 같다.
특히 오드리 헵번의 픽시컷은 남성적이거나 중성적인 이미지조차 엿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여성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머리가 짧은지도 모르게 마치 올린 머리에 앞머리만 내린 것처럼 단정하고 단아하고 귀염미가 넘치는데 짧은 쇼트커트를 이렇게 우아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의 완벽한 이목구비의 영향이 크다고 보인다.
오드리 헵번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픽시 컷은 60년대 배우 미아 패로우 그리고 70년대 트위기가 폭발적인 유행 붐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70년대에서 80년대는 젊은 여성들이 픽시 컷처럼 딱 붙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혜은이처럼 짧은 컷이 유행하였다. 가뜩이나 교복 세대에 두발 규제까지 있던 시대라 여학생들은 물론 성인 여성들도 단발이나 쇼트커트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어때 보였는지 몰라도 과거의 이미지 속 가수 혜은이나 이미숙의 픽시컷을 보면 뭐랄까 멋있거나 깜찍해 보인다기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이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더 드는 편이다.
다시 국제 사회로 돌아와 80년대 슈퍼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는 긴 머리에서 픽시컷으로 자른 후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슈퍼모델로 등극했다. 아마 그녀 이후로 90년대도 쇼트커트가 대대적으로 유행한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린다의 경우 중성적이면서 양성적인 매력도 느껴지지만 섹시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넘쳐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90년대 등장한 슈퍼모델 스텔라 테넌트는 50 평생 죽기 전까지 픽시컷을 고수한 모델이다. 그녀를 상징하는 중성적인 이미지에 일조한 헤어스타일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배우 할리 베리도 특유의 픽시컷으로 큰 사랑을 받은 스타인데 50년대 오드리 헵번이 얼굴색만 까맣게 하고 등장한 것처럼 이목구비가 완벽하게 아름답고 뚜렷해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상징했던 픽시컷은 1990년대부터 스멀스멀 보이시함을 상징하는 헤어 스타일로 자리 잡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위노나 라이더가 터프한 쇼트커트를 하고 등장했고 맥라이언이 무성의해 보이는 좌우로 사정없이 뻗힌 쇼트커트를 크게 유행시켰고 그러한 스타일을 국내에서는 조혜련처럼 드센 얼굴형이나 이의정 같은 익살맞은 캐릭터가 강한 셀럽들이 하고 나왔다.
물론 그러한 가운데 90년대 신은경과 김지호는 보다 남성적인 이미지에 가까운 쇼트커트로 중성적인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섹시함을 버리고 중성적인 매력으로 크게 뜬 대표적인 셀럽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중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지만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여성들의 쇼트컷이 전멸한 가운데 오히려 일종의 여성성을 거부하는 변종들 사이에서 일종의 저항 차원으로 쇼트커트가 유행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연히 세련됨과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한 가운데 셀럽 고준희만큼은 예외였다. 그녀도 린다 에반젤리스타처럼 머리를 자르고 인생이 달라진 케이스인데 21세기에 고준희만큼 픽시컷이 잘 어울리는 스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이 넘쳐 보인다. 요즘에는 워낙 긴 머리가 유행이다 보니 당분간 고준희 이후 픽시컷이 잘 어울리는 셀럽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여성보다 아름다운 남성 셀럽들이 픽시컷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