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뷰티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체 Jun 10. 2024

촌스럽다는 없어져야 할 표현

vintage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지난 시대에 속하는, 오래된, 구식을 의미하는데, 어찌 보면 단정적으로 촌스러운 옛 스타일로 해석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실제로 시골스러운 촌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의미는 country 스타일이 더 가깝긴 하다. 둘의 스타일을 디테일하게 비교하자면 빈티지는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것을 떠오르게 하는데 예를 들어 1950년대 스타일의 드레스나 아날로그 스타일 시계 등을 포함한다면 컨츄리 한 것은 고풍보다는 전통적인 것에 가까우며 꽃무늬나 체크무늬 그리고 수를 놓거나 뜨개질로 만든 스타일이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들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지? 옛것을 현대식으로 잘 구성해서 입으면 빈티지하다고 하고, 시골 노인들처럼 편안하고 고풍스럽게 입으면 컨츄리 하다고는 한다. 하지만 빈티지 샵에는 이 두 가지 스타일이 공존하며 어떻게 입어도 컨츄리보다는 빈티지 룩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촌스러운 패션이라고 하면 옷을 잘 못 입는 사람을 일컫는다. 게다가 없어 보인다는 의미의 은어 빈티와 영어 빈티지는 일맥상통하는 느낌으로 사용된 적도 있긴 하다.  물론 요즘 시대에는 빈티지를 플렉스 하다고 보기에 빈티와는 구분을 지으려고 하지만 빈티는 컨츄리와 빈티지를 절묘하게 섞은 합성어로 생각될 정도이다. 왜 없어 보이는 낡은 옷들을 억지로 가치를 매기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지만 요즘처럼 획일화된 패스트 패션 스타일보다는 개성 넘치는 빈티지 의상으로 멋을 내는 게 훨씬 바람직해 보이긴 하다. 다만 빈티지 의상이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는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다시 촌스러운 스타일에 관해 얘기하자면, 옷을 잘 못 입는다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하는지 점점 알다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흰 양말에 검정 구두를 신거나 양말에 슬리퍼를 신으면 촌스럽다고 놀렸는데 이젠 그런 스타일이 새로운 멋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한국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운동화에 나이키 양말을 잔뜩 올려 신는 거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농구화에 양말을 발목까지 느슨하게 주름이 게 내려 신는 것이 나름의 멋이었고 이와 같은 양말을 구입하기 위해 이태원 골목을 누볐던 것 같은데 과거 촌스럽다고 놀렸던 아재 스타일이 유행이 되었다니 신기한 세상이다.




하긴 폴 푸아레 스타일의 헐렁한 바지 스타일도 당시에는 가장 핫한 패션 스타일이었지만 한국에선 할머니들의 일상복인 몸배로 촌스러움을 대표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에는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경향이 있고.


 촌스럽다는 게 컨츄리나 빈티지나 그다지 다르지 않은 거 같고 게토 스타일도 빈민가 하층민 스타일인 것을, 물론 가난해 보이는 룩과 낡고 촌스러운 느낌의 룩은 다소 상이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비슷하다고 보이는데 영어로 불리면 그럴듯하고 한국어로 풀이하면 적나라해서 더욱 촌스럽게 느껴지고 그런가 보다. 그래서 촌티 패션보다는 빈티지 패션으로 불리길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촌스럽다는 것은 옷의 스타일이 다양하지 못했을 때 그러니까 옷을 어떻게 입는지도 모르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어설픈 입기 방식을 일컫는 게 아닐까. 몸매도 서구적이지 못했던 옛 시대에 전통 옷과 서양 스타일의 옷이 조화롭게 매치되지 못해서 스타일을 망치게 만들고 예뻐 보이지 않던 것을 촌스럽다고 하였는데 그야말로 패션의 과도기에 그러한 용어가 등장했던 것 같다. 또한, 과거에 서울로 올라온 시골 사람들이 누가 봐도 티가 나니까 촌스럽다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그리 불리게 된 듯싶다. 그러니까 촌스럽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게 입는, 마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워 보일 때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은 현재 예스럽다는 표현으로 의미가 바뀐 것 같고 그것은 또한 빈티지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예스러운 스타일은 촌스럽고 구식이래도 그럴듯하게 입으면 빈티지가 되는 건가 보다. 그런데 옛날 스타일은 받아들이면서 왜 그토록 촌스럽다는 표현에는 정색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옷은 매너를 넘어 예술적인 표현의 범주로 보인다.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얼마만큼 자신의 개성과 센스를 드러내는지 엿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개성 넘치는 시대에 촌스럽다 혹은 예스럽다는 표현은 너무 구태스럽다. 실제로 요즘 사람들이 옛사람들보다 옷을 잘 입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아마도 세련된 것과 반대라는 인식이 강해서일 것이다.


체형과 상관없이, 계절과 상관없이 어떤 브랜드의 의상을 걸치지 않고서도 넘쳐나는 의상들을 개성에 맞게 선별해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입는 방식을 세련다로 표현한다. 명화를 구분할 수는 있어도 명화를 규정할 수는 없는 것처럼 패션에 있어서 촌스럽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의사이지 보편적인 느낌은 아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대로 입지 않으면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며 촌스럽다고 규정하기 쉽다. 그러나 어찌 보면 유행하는 트렌드대로 따라 입는 게 더 촌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앞머리에 헤어롤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적나라하게 입고 운동이 아닌 외출을 하는게 요즘 트렌드라고 믿고 따라 하는 그런 것이 진짜로 촌스럽다고 본다.


 



 

이런 사람들은 때와 장소 구분 못하고 이상한 차림으로 돌아다니면서 남들 시선은 신경 안 쓴다고 한다. 그게 바로 신경 쓴다는 역설이다. 남들이 쳐다본다는 것은 예뻐서보다 이상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을 텐데도 자각을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예외적인 이상한 차림을 제외하고 옷을 입는 방식에 정석은 없어 보인다. 자신만의 룩을 창조할 수는 있어도 촌스럽다는 표현은 촌사람들 발끈하기 딱 좋은 표현이다.


여담으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을 시골에서 왔다고 말해서 시골이 아니라 어느시에서 왔다며 정정을 요구 받은 적이 있어서 시골이란 표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촌스럽다는 표현도 마찬가지 같다. 하지만 남들을 신경 안 쓴다고 아무 옷이나 막 입는 것 못지않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고 의식하고 입는 스타일도 매우 별로다. 유명인 혹은 옷 잘 입는 사람들의 패션을 참고해서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그리고 자신이 입고 싶은 스타일로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도화지에 아무 그림이나 그려도 개성으로 간주하듯 옷 입는 것도 이제는 단순 의례에서 표현의 자유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진부하게 셀럽들의 아이템을 똑같이 따라 해서 관종이나 짝퉁처럼 보이는 것보다는 비록 이상해 보이더라도 입고 싶은 대로 입어도 괜찮다는 거다. 오히려 그것을 촌스럽다고 뭐라하는 사람이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제는 촌스럽다보다 후져 보인다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순미인 선호에서 청순인의 시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