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뷰티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체 Apr 25. 2024

청순미인 선호에서 청순인의 시대로


1980년대 후반 혜성처럼 나타난 이미연은 당시 흔치 않던 세련된 청순미로 단박에 스타가 되었다. 그녀의 실제 성격은 남자 최민수라고 불릴 정도로 과격하였다고 하는데 외모만큼은 청순의 정석을 보는 것 같았고. 그렇게 이미연의 청순한 이미지는 상당히 오래 지속된 편이었다.




이미연의 뒤를 이어 90년대 중후반 대중을 사로잡은 청순한 미인으로는 황수정이 있다. 풋풋한 소녀미가 아닌 성인 버전의 요조함이라고 해야 할까. 단정한 아나운서 느낌에 세상 얌전한 이미지 그리고 당시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의 예진아씨 캐릭터가 워낙 단아했기에 그녀는 단숨에 초특급 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대체 불가 같던 황수정의 인기는 불미스러운 일로 오래가지 못했다. 요즘에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에게도 인권 보호를 운운하며 눈만 빼고 다 가려 주던데 황수정의 수의 입은 모습이 전 국민이 보게 노출된 것은 지금 봐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세련된 청순미인으로 이미연, 그리고 단아한 청순미로 황수정이 있었다면 청순한 백치미로 최지우가 있다. 최지우는 백치미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무구한 매력이 넘친다. 또한, 그녀 행동이 다소 어리숙하고 혀 짧은 발성 등으로 인해 백치미에 무게를 더 두는 경향도 있지만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형에 하얀 피부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북방계 미인으로 보인다. 그녀의 군더더기 없는 맑은 이미지는 드라마 겨울 연가에서 보여준 역할도 크게 일조했을 터이고 맡은 역할 족족 눈물의 여왕 모드라 더욱 그리 느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청순과 청승은 한 끗 차이이니.






최지우에 이어 다소 4차원적인 매력의 청순 미인으로 김하늘이 등장했다. 어딘가 소년미도 느껴지면서 자연스러움 그 자체로, 일본 느낌의 청순한 미인 스타일이 대중에게 좋게 어필한 케이스가 맞지 싶다. 이전까지 긴 머리는 여성스러움, 짧은 머리는 보이시함 등 극단적인 이미지로 단정 지었던 현상에 비해 김하늘은 짧고 어중간한 헤어스타일을 하고도 세상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혜성처럼 나타난 이미연에 이어 2000년대 초반 이지아는 외계인처럼 나타났다. 베일에 잔뜩 싸인 이미지로 데뷔작부터 대작에 배용준과 함께 원탑 주연으로 나왔다. 그 뒤로 흘러나온 그녀의 사생활은 허언증 말기 환자처럼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전부다 사실이었다는 게 더 놀라울 따름이다. 이지아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면서 지금 생각하면 이지아가 서태지의 그림자 아티스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10년 전후를 맞이하면서 청순 미인에 대한 인식도 기준도 조금씩 달라져 갔다. 비교적 성형으로 정리된 미인들이 대거 등장한 가운데 개성보다는 일관성 있는 순수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미인이 많이 등장한 분위기였고. 특히 유행하는 화장이 볼 빨간 물광이 넘치던 시절이었기에 동안 미인이 워낙 대세이다 보니 오히려 청순함이란 키워드는 무색해진 셈이다. 왜냐면 동안에 좋다는 이미지가 다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물광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중년 배우 김희애가 물광 메이크업 트렌드를 40대 이상에게 전도하기 시작하면서 20대의 젊은 층 사이에선 반대로 보송보송한 피부 미인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보송한 피부 질감 위에 매트한 레드 립스틱을 바르고도 청순해 보이는 나이는 이십 대 중반이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맹랑하게 젊음을 무기로 청순함을 선도한 이는 바로 수지다. 청순 발랄함에 백치미, 아니 진짜 현존하는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모드의 무지함으로 대중의 큰 웃음과 사랑을 받으며 그야말로 십 년 가량을 수지 천하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녀의 첫 데뷔는 섹시한 콘셉트의 걸그룹으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인기 동력은 오로지 맑은 얼굴빨이었다. 그녀의 압도적인 청순로 인해 통허리에 몸치를 숨기는 데 일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지의 뒤를 이어 잇따라 등장한 청순 미인들은 청순 미인보다는 청순인에 가까웠다. 김고은 박소담 김다미 같은 무쌍 무성형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소스 없이 야채만 아삭아삭하게 씹어먹는 기분이랄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무분별한 장르 혼종으로 인하여 뷰티로 승부하는 연예 바닥에도 섹시고 청순이고 규정할 수 없는 미인, 그러니까 그냥 여자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이제 배우의 영역도 미모보다는 개성과 연기로 승부하는 터라 가장 평범할수록 혹은 가장 못나 보일수록 돋보일 정도이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으로 무장한 청순인의 시대가 온 거다.


미인은 욕먹고 성형은 늘어난 시대에 젠 같은 여성끼리도 플러팅한단 소리 들을까 봐 칭찬도 제대로 못하고 남성이 여성한테 미인이라는 소리만 해도 고소 협박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런 현상이 결혼과 출산율 저조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봐도 되려나? 이성에 대한 소유욕이 안 생기니 여성들은 갈수록 이래도 안 쳐다볼래? 하면서 딱 붙는 레깅스나 입고 다니고 그러다 쳐다보면 빼액 하면서 히스테리나 부리고 남성들은 졸아서 이성에겐 감히 접근도 못하고 차선으로 같은 동성이나 만나자는 식이니 심히 유감스러울 뿐이다. 너무 비약이 심했나?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을 대표한 20세기 미인들의 색다른 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