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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언트 May 26. 2020

결혼에 대한 시답잖은 이야기 1

화려한 결혼이 나를 감싸네



화려한 결혼이 나를 감쌀 때 읽는 글



<모던패밀리> 헤일리의 대사




덤덤하게 말한 것 같지만, 사실 헤일리는 몹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정이 격해진 채 이야기했다. 헤일리가 말하고 싶은 건, 어차피 누구를 만나든 100% 확신이 드는 사람은 없을(드물) 것이고, 결혼이란 그저 더 이상 싱글이 아닐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자기 최면일 거다.

이제 더는 누군가와 첫 데이트를 하며 상대에게 심장 소리가 들릴까 걱정할 일도, 언제가 좋을까 적당한 타이밍을 보며 첫 입맞춤을 할 일도 없는. 한여름 밤 클럽에 에어컨 앞에서 Jeremih의 oui가 나오기를 기다릴 일도 이젠 없다는 거다. 그저 그뿐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지도, 세상이 끝나지도 않는다. 그저 평생을 함께해도 지겹지 않을,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나의 단짝 친구이자 동반자가 생기는 것. 내 취향이 가득 밴 살림살이를 꿈꾸지만, 혼자인 건 죽어도 싫은 나는 어쩌면 결혼이 ‘체질’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현실을 모르는 한심한 애송이 취급을 할지 몰라도 아직은 결혼에 대한 로망이 더 큰 나에게 결혼은 '집만 있음 언제든 오케이'다.(근데 집이 없다.)




자기한테 둘 몫의 확신이 있길 빌었어




다시 <모던패밀리>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헤일리에게 청혼했던 일기예보관은 예상과 다른 그녀의 격앙된 대답에 "자기한테 둘 몫의 확신이 있길 빌었어"라고 말한다. 이러한 대답도 사실 한편으론 공감이 된다. ‘너에게 내 몫까지의 확신이 있길 바랐다’는 말. ‘비록 나도 자신 없지만, 앞으로 평생 함께할 너에게 나만큼의, 아니 나보다 더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면 그래도 나 이 결혼 해볼 만할 것 같아.’라는 마음. 결혼이라는 부담과 책임이 전적으로 나에게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조금은 이기적이고 인간적인 마음.


예상했겠지만, 이 둘은 결국 헤어짐을 택한다. 물론 둘의 나이 차이가 20살 가까이 나고, 이혼남에 애까지 있는 건 드라마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겠지만.(그렇다고 한국의 아침드라마처럼 밑도 끝도 없는 막장을 소재로 하지는 않는다. 매우 유쾌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은, 때론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가볍지만 촉촉한 미국 가족 드라마다. tmi로는 시즌11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는데, 넷플릭스에는 시즌10까지 올라와 있다. 빨리 업로드됐으면..)







아무도 재촉한 적 없고, 요즘은 결혼 적령기랄 게 없지마는 슬슬 결혼에 대한 생각이 차오르는 요즘이라 미드 속 웃어넘길 짧은 에피소드마저 내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상대방에게 내 확신의 몫까지 기대하지 않고,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로 가득할 수 있는. 우리 모두(당신이 원한다면) 그런 결혼을 꿈꾸고 이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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