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제: 친절중독자
나는 친절중독자다.
친절한 사람이 너무 좋다. 식당을 가도, 옷을 사러 가도, 하다못해 버스를 탔을 때도 친절한 사람은 티가 난다. 친절함의 기운이랄까. 친절한 사람들만이 가진 아우라가 있다.
어렸을 때는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이 곧 싸가지 없음이라 생각했기에 나 역시도 그들에 대한 마음을 굳게 닫았다. 아쉬울 것 없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다 보니 '불친절=싸가지'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조금 다른 관점으로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친절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충분히 내 삶도 바쁘고 피곤한데, 굳이 내가 마음을 주고 친절을 베풀지 않아도 되는 (본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사람들일뿐더러 그런 에너지조차 쏟을 힘도, 필요도 없는 거다. 혹은 이런 거창한 이유는 나의 합리화일 뿐 '그냥' 내가 싫을 수도 있고. 후자는 답이 없는 최악의 경우이긴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것마저도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단단하고 대담한 마음이 필요하겠더라.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는 말. 자주 들었고, 머리로는 백번 이해가 가는 좋은 말(?)이지만 아직 나와 (많이)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상대의 차가운 말에도 담담하게 반응할 줄 아는 용기, 내가 건넨 말에 필요 이상으로 뾰족한 피드백이 돌아와도 상처 받지 않을 용기. 나는 그런 용기를 타고난 사람이고 싶지만 결코 그렇지도 않고, 트레이닝이 되는 부분이면 좋겠지만 내 성향상 어쩌면 죽을 때까지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걸 절절히 느끼는 요즘이다. 예상치 못했던 상대의 냉소적인 태도에 애이불비*하며, 흔들리는 멘탈 속에서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기 바쁜 나니까.
애이불비*(哀而不悲):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체함=나
친절주파수를 맞추는 법
단, 이렇게 '친절함'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되면서 결의에 찬 작지만 소중한 다짐이 생겼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특히 선한 의도와 친근한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에게 기필코 맹세코 한없이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겠노라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껄끄러운 기분이 들어 괜한 오해를 사거나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가짐. 그래서 서로의 진심이 어긋나지 않도록 친절의 주파수를 상대와 맞추겠다고. 그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나에게 받은 다정한 말 한마디와 미소가 마음속 깊이 남아 기억하고 싶은 어떤 날의 기분좋은 불꽃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