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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민 Jan 28. 2018

[D+13 세계일주 – 인도, 라다크]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판공초

[D+13세계일주 – 인도, 라다크] 

 

어젯밤 적당히 마신 술 때문에 숙면을 취했다. 술이 숙면을 돕다니. 군 제대 후 이주 이상 숙취가 없었던 생활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난 그동안 어떻게 살았던 걸까.

 

다섯 시에 일어났다. 날씨가너무 좋다. 하늘이 푸르고 구름은 솜처럼 하얗다. 기분도 좋다. 왼쪽에 걸린 담도 조금 상태가호전되었다. 웬일로 뜨거운 물에 가까운 차가운 물도 나와 샤워도 했다. 시간이 많아 손톱도 자르고 코털도 잘랐다. 거울을보고 코를 들어 올려 인상을 썼다. 다행히 이 주간 빠져나온 코털은 없었다.

 

판공초 일정은 1박 2일이다. 판공초에서 저녁 늦게 도착한 뒤 피곤한 몸과 짐을 이끌고 또 숙소를 잡는 전쟁을 하자니 그냥 지금 숙소에 하루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판공초 투어에 필요한 가벼운 짐만 챙겨서 숙소를 나왔다. 나오기전에 숙소 아주머니가 주신 생강향 가득한짜이 한 잔.

 

판공초 동행은 나 포함 6명.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 판공초에서 먹고 마실 음식과 술을동행자분 숙소에서 챙겨 왔다. 레의 짜파티맛집에서 짜파티 충분히 사 와서 꿀에 찍어아침을 먹었다. 드디어 판공초로 출발! 고산병 약인 다이 아목스와 판공초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라고 하여멀미약도 하나씩 먹었다.

 

난 고산증세는 없었다. 밥도 잘먹었고 현기증은 없었고 찬물로 샤워하면 손발 끝이 조금 저린정도였다. 계속된 무리한 일정에 피곤했는지 판공초로 향하는 길에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나조차도 이렇게 잠을 잘 잘 수 있는 인간인지 놀랐다. 멋진 풍경이 있으면 깨워달라고 동행자한테 부탁하고 몇 시간동안 신생아 모드. 내 고산증세는 잠이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도로는 모두 레에 있다. 내가마날리에서 레로 올 때 지나온타그랑라, 곧 지나갈 창라, 뚜루룩마을에 갈 때 지나갈카르둥라. 오늘은 창라를 지난다.

아침에는 반바지를 입어도 더울 것 같더니 고산으로 갈수록 얇은 패딩을 입어도 추운 날씨로 변했다. 창 라에서 기념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판공초로! 

드디어 판공초에 도착!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사진기를 안 꺼낼 수가없다. 사진기를 꺼내는 순간. '렌즈가 인식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

 

높은 곳에서 카메라를 떨어트렸을 때 증상이었다. 그때도 미국 여행 중. 판공초 오는 길은 무척이나 험했다. 자동차 안에서 온 몸이 날아다닐 정도였으니. 가방을 들고 타지 않고 차 바닥에 둔 것이 화근이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다니며 가방 안에 여러 물건들과 카메라 렌즈가 충돌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제 여행 시작인데. 카메라 때문에 기분은 안 좋은데 판공초는 너무 예뻐서 기분은 또 좋아지고. 그때 세 얼간이 영화 속 장면 간판이보였고 거기에'all izz well'이리고 적혀 있었다.

 

바로 카메라 수리를 포기했다. 한국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전자기기의 조심성이없는 나와 카메라는 맞지 않는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 나에겐 아이폰 카메라와 샤오미 액션캠 있으니! 다 괜찮아!

 

All izz well이다. 난아이폰으로 신나게 판공초를 담았다. 카메라 따위 귀찮기만 했다. 무거웠고괜히 조리개, iso를 신경 쓰고 찍어야 했고(잘 모르면서) 신중해야했다. 동행자들에게 카메라 고장 문제를얘기하자 다들 안타까워했다. 나보다 더.


한국으로 보낼 거라고 했더니한 여행자가 어디 사냐고 물어 "양재동"이라고 했더니 본인이 인근에 거주하고 곧한국에 들어가니 집에 보내준다고 했다. 난 델리에서 국제 우편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이런 우연과 감사함이! 내 소니 미러리스 말썽쟁이 잘 가. 

 

판공초에서 1박을 하기 위해 '만' 마을을 지나 인도 국경의 끝 '메락' 마을로 향했다. 메락에서 홈스테이 할 숙소를 좀 둘러봤고 많은 사람들이선호하는 장소와 다른 조금 더 판공호과 가까운 곳으로 홈스테이를 정했다. 미소가 선한 주인 부부.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홈스테이와 판공호의 거리는 도보 이삼 분. 집에서 바라보는 판공초는 환상적이었다. 표현이 어렵다. 

 

우리는 모두 배가 고팠고 서둘러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레의 한국식당에서 사 온 닭볶음탕을 끓이고여러 가지를 숯불에 굽기 위해 쿠킹포일로 감쌌다. 근데. 

다들 술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다들 모름. 제일 중요한 술을레에 놓고 온 것이다. 누군가 챙겼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다들 패닉. 인생의 로망인 판공호를 바라보며 술 한잔을 못하다니. 울고싶다.

 

카메라가 고장 난 것보다 더 기분이 안 좋아질 찰나에 한 여행자 가방에서 소주 두 병이 등장. 환호.

 

동행자분의 엄청난 노력과 희생으로 숯에 불이 붙었다. 판공호을바라보며 닭볶음탕에 소주를 마시며 깍두기 한 입. 여한이 없다. 여한이 없어.

메락의 밤은 추웠다. 두꺼운 옷을 다 껴입어도 추웠다. 오한이 드는 기분이 들어 모닥불 앞에서 침낭 안에들아왔고 다시 신생아 모드. 

 

자는 데 동행자가 입에 감자도 넣어줬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무튼 자면서 감자를 먹은 건 팩트. 새벽에 잠이 깼다. 불빛이 하나도 없어 손전등을 찾는데 힘들었다. 시간을 보니새벽 3시. 침낭을 걸치고 홈스테이 밖으로 나오자 하늘에 별이 참 많았다. 핸드폰으로찍어야 아무것도 안 나왔다. 카메라가 아쉬웠다.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아름다운 별을 보는 것보다 추위가 더 힘들었다. 한 10분 봤나. 여러사람들이 말하는 환상적인 별의 모습은 별 다른 감흥이없었다. 난 별은 별로 안 좋아하나 보다.

 

다시 침낭 안으로 들어와 별과 추위를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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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ngong Tso

@ Chang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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