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여행하면서 어느 순간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바빠서 그랬나?
뭔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주머니 속 물건처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쓱 사라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책상 위에서 발견한 주머니 속 물건처럼 쓱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반가움)
아침에 조갯살이 많이 들어간 시금치 된장국을 먹으면서
'자! 오늘부터 글을 좀 써보자' 생각을 하고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갑자기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일들이 막 생각이 나면서 방도 정리하고,
누나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택배를 가져오고,
한시간 정도 걸으면서 이것저것 생각도 하고,
당근 마켓에서 미러볼(이런 게 나한테 왜 있는 거지)도 팔고 하다보니 해가 일찍 떨어졌다.
성큼 다가온 겨울을 느끼며 다시 차분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막상 어디에 다가 글을 써야 할 지 모르겠는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쓰기에는 파워블로거가 될 것도 아니고.
티스토리는 광고 뜨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건 싫었고.
이래저래 글을 쓸 플랫폼을 생각 하다보니 예전에 브런치 작가에 운이 좋게 선정이 되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때는 모로코에서 느려터진 컴퓨터로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데 계속 문제가 생겨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을 포기했다.(낮에는 서핑하고 밤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던 아주 낭만적인 시절도 있었다.)
하여튼 그래서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을 했다.
여행에 대해 써야지. 그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걸 내가 나한테 말하는 느낌으로 쓰려고 한다.
나도 한 번도 나 스스로에게 내 여행에 대해 정리를 한 적이 없다.
배낭여행이라는 게 사실 정신이 없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아왔으니 나도 지금 제정신이 아닐 거고,
그렇게 나오는 글이 정상이며 쉽게 읽힐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다 보면 나도 글도 조금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할 이야기가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많고.
그래도 하긴 해야 하는 기분이니 나무 바닥에 누워 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한쪽 발을 흔들거리며 친구들에게 썰 푸는 기분으로 해보려고 한다. 최대한 힘을 빼고 가볍게.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