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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Oct 21. 2021

런업과 무파사, 그리고 원의독백.

뜨고 있는 남성 유튜버를 찾아서.

나는 최근에 유튜버로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9월 초부터 지금까지 약 스무 개의 영상을 올렸다. 물론 주제는 잡다했다.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많이들 봤으면 좋겠지만,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구걸하며 다니고 싶었지만. 일단 내가 봐도 내 영상은 재미가 없었고, 남들보다 편집 실력이 뛰어나지도 못했으며, 어떤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야 할지 계획도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구독자를 늘리고 수익을 창출하고, 크리에이터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와 같은 고민으로 출발한 사람들을 서치 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 중에도 특별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은 대부분 젊거나 어린 여자였고(…), 헬스를 하거나 능력자인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남자인데 맨바닥부터 시작하는 사람, 정말 별 볼일 없는데 이 사람이 왜 떴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뜬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3개의 채널이 있으니 이 채널들을 나열해보고 내가 깨달은 바를 적어두려고 한다.


1.런업

대치동 1타 강사였던 그가 공황장애를 겪고 자전거와 조깅을 시작하고 사업을 구축하는 장면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 4년 전이다. 그 영상이 유튜브 런업 채널에 그대로 남아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지가 나와있는데, 편집이 아주 조악하고 낡고 허접스럽다. 윈도우 무비메이커로 시작했다는 그의 발언에 나는 그를 무한 존중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차를 바꾸고, 직원을 구하고, 협찬을 받는 그의 생활을 동경하는 사람이 2019년 즈음에 꽤 많았다. 전동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독보적인 카메라와 삼각대 셋팅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그의 영상은 사실 미국에 유명 유튜버를 따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방을 넘어 창조를 이야기했고, 그것이 실현되었다.


2.무파사

무파사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어떤 괴리감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느꼈다. 미녀와 결혼한 대머리 아저씨.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딸. 사실 최근에 알았는데 그 ‘미녀’가 유명 뷰티 유튜버 다영이었고, 거기서 들어오는 유입량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비록 나는 무파사를 먼저 알았지만…. 아무튼 인생을 버프 받은 것만 같았던 천 이상과는 다르게 무파사는 캠 앞에서 말도 잘하고, 아이와 함께 잘 놀고, 의견 표현도 잘한다. 그렇게 자신의 굿즈도 내놓았고, 승승장구.


3.원의독백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무신사에 스카웃제의를 받아 영상을 만들고 있는 원의독백 임승원. 짧은 3~4분 동영상인데 시네마그래피가 예술적이고 독보적이다. 있어 보이려고 외국어를 쓰는 것인가 괴리감이 살짝 느껴져 처음엔 잠시 뒤로 갔는데. 영화적인 필름에 매료되어 어느새 두 세편을 더 보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 사람이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고, 외국말을 가르친 이력도 없는 순수 김치(?)라는 사실에 “아. 정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이가 20대 후반인데 겸손하고 푸근하다. 인기에 몸 둘 바를 몰라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 이 자식은 왜 때문에 오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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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추천 동영상이 몇 개 떴었다. 이들을 표방하는, 표방했던, 구독자를 더 모으지 못하고 업로드가 멈춰버린 몇몇의 유튜버들을 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들의 머무름이. 1년 전에, 또는 2년 전에 올렸던 업로드 날짜가. 나에게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도 이렇게 될 수 있어.'


해서 포기했던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들과 앞에 얘기한 유튜버 세 명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향후에 좋은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내가 결론지은 것은 아래와 같다.


첫째로, 실행력이 좋아야 하고,

둘째로,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며,

셋째로, 매력적이 여야 한다.


1. 실행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위해 가장 필수요소 아니겠는가. 스마트폰으로 찍고 바로 올려보는 실행력. 이는 많은 유튜버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클리셰이므로 여기서는 따로 적지 않겠다. 


2. 메시지가 없으면 허울 좋은 공갈빵이다. 그들처럼 장비를 사고 먼지 게 편집을 하지만 결국 무엇을 얘기하는지 몰라서 따분한 유튜버가 많다. 드론도 사서 날려보고, 캠 핑도 가서 고기도 굽고, 초대 게스트라고 미녀도 데리고 와서 게임도 해보고, 화려한 트렌지션으로 이목을 끌려고 하지만. 그것을 이끌어주는 명목은 시청자일 뿐 자신의 사명이 아니라서 유행에 급급할 뿐이다. 아마 시청자가 많아진다면 간장도 마시지 않을까.


3. 이미 우리의 시청각은 상향평준화되어있다. 영상미와 오디오를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나 크리에이터가 섬세한지는 관객이 가장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영상을 공부하고 편집을 공부하는 것보다, 사람이 매력적이 되어야 한다. 탈탈 털어도 계속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남다른 시각을 갖고 틀린 말이라고 아무렇게나 뱉을 줄 알아야 하고, 계속해서 선을 타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그렇게 한 명의 팬덤과 한 명의 악플러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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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웬만큼 본 것 같다. 더 이상 벤치마킹할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계속 악셀을 밟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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