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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an 02. 2018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행복'에 대하여

2018년 1월 1일은 다소 헐렁하게 보냈다. 새해라고 일찍 일어나지 않았고, 안 하던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않았다. 대신 느지막이 일어나서 '꽈배기의 맛'을 읽으며 뒹굴거리다 가족들과 늦은 아점을 먹었다. 엄마는 떡국 재료가 없다며 시장에 다녀올까 1초 정도 고민하시다 냉장고에 남은 것들로 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오랜만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밥을 먹으니 휴일 느낌이 났다.


오늘의 데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하다 까페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책을 읽었다. 동그랗게 뜬 달을 보고 들떠했고 별거 아닌 농담에도 크게 웃었다. 새해라고 거창한 것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입밖으로 할만큼 즐거웠다. '행복이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다'라는 뻔한 말처럼 일상적이지만 충분한 하루였다.


내가 정의하는 행복은 '불안감이 없는 상태'다. 돌이켜보니 내가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 때는 무엇인가 정해지지 않은 막막한 시기였다. 그 시기에는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불안하기만 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예쁜 풍경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도피하기 위해 더 화려한 것들을 취하려고 할수록 행복의 수치는 높아지기는커녕 바닥을 쳤다. 취준생 시기가 그러했고, 이직하기 직전이 그랬다. 불안했던 시기가 모든 것을 빼앗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작은 변화에도 흐물거리던 마음은 좀 더 단단해졌으며, 나만의 행복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어둠의 시기를 밀물처럼 몰고 왔다 썰물처럼 거둬냈다.


물론 불안감이 아예 없는 진공의 상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얻은 행복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느끼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차를 마시고 함께 이야기하고 웃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하루. 그런 하루들을 야무지게 모아서 행복한 2018년을 만들어가고 싶다.  


너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쓸데없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름다운 것들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네

오지은 <작은 자유>
https://youtu.be/O0AV79GegjQ


그냥 자기에는 아쉬워서 쓰는 2018년의 첫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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