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어린이날
최근 안암엔 창고 겸 사무실이 하나 생겼다.
가게 운영에 필요한 잡동사니들을 정리해 두고, 쉴 곳 없던 직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자
내 꿈을 위해 필요한 사무실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창고다.
이곳에서 이제 내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 지금까진 내부로 일을 끌어모았다면 이제부턴 안암이 바깥으로 나갈 활로를 만드는 것.
해서 지금은 정보를 수집하고 키워드를 찾아내고, 우리가 그중 할 수 있는 일들을 골라 구분 짓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시기에 맞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는데, 아무래도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서 더 많이 눈에 보이는 키워드는 "어린이"겠다. 괜스레 어린 이 라는 말에 존중이 느껴져 검색해 보았다.
방정환 선생님도 "키워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가치를 부여했구나.
또 어린이라는 키워드엔 독립운동의 역사 역시 담을 수 있었구나.
별생각 없이 사용하던 낱말에 어떤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기도 하구나.
이 사람은 어린이의 인권신장과 교육이 우리의 미래에 독립을 가져다줄 답이라고 생각했구나.
안창호 선생께서도, 그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희망 있는 미래를 아이들에게서 찾은 이유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시기도 아니고, 원하셨던 대로 그들이 가꾼 미래가 구성원으로 자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 나라로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어린이는 좀 더 지켜내기 어려운 가치가 된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그땐 또 그 가치를 주창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고작 이렇게 작은 국밥집에서의 경험으로도 사람으로서의 내가 또렷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조금씩 어려운 것을 넘어서면서 이 작은 사무실을 얻게 되기까지 나만이 이해하는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발을 떼고, 발을 둘 자리를 찾아 아주 조금 진보하면서 나는 이만큼 진보하는 것에도 고통을 느꼈는데 그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어린이"라는 키워드를 찾아 얻어 낸 인사이트는 희한하게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와 같다.
선물 하나 더 받을 기대와 그 설레는 기억만 있던 그날은 누군가의 삶을 걸고 이뤄낸 날이기도 했다.
어른으로서 받아들이는 어린이날엔 어른들의 삶이 보였다. 방정환 선생뿐 아니라 그게 공휴일로 지정돼야 할 만큼 중요하고도 소중한 일이라는 걸 공감한 어른들이 그만큼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금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어린이에 대한 의미가 좀 더 깊어진다. 관심이 생겨 찾아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어른들 역시 "내가 전부 이룰 수 없음"을 이해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느려터진 나의 성과를 바라보면서 불현듯, 누군가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해 하고 생각하며, 내가 미래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길 바라는 것과 같이.
이렇게 키워드를 들춰보면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많다.
안암에서 한식을 내세우지 않는 이유이기도, 또 국밥이라는 카테고리를 사용하기 위해 국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키워드는 여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느낌"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은 활자 또는 이미지가 남겨둔 잔상이다.
논리의 구조가 아니라 논리 자체를 의미하는, 어쩌면 메시지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방정환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필했던 잡지의 이름이 "어린이"라고 한다.
방정환 선생과 그 동료들이 인생을 걸고 하려고 했던 수많은 이야기가 그 "어린이"라는 키워드에 담겨 있는 것이다.
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가치가 정해지는 건 일상언어로 쓰이는가 일지도 모른다.
소중하다 느끼지 못하는 그 낱말의 가치가 사실은 이렇게 깊고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때 느끼는 그 감정.
브랜드에서 말하는 로열티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브랜드의 코어밸류가 모두 여기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의 경우 선한 가치가 포괄되어 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모두가 일상어로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언어를 풀어내는 기술, 그건 판매를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풀려 있던 동공에 초점을 맞추듯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전달하기 위해 명확히 하는 것. 뜬금없이 방정환 선생님께 인사이트를 얻어본다.
"어린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인생을 걸었다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광고 몇 번 하고 메시지가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커다란 허영인가.
아무래도,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날 축하해요 어린이 여러분~~~~~~~~~
사탕 줄게 안암 와서 밥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