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감독 Dec 26. 2021

<소통: 사소한 감정을 말하다>


익숙함이 편하고 좋지만 무관심으로 변할까 겁이 나기도 한다. 


사는 곳 주변에 맛집도 많고 관광지인 사람은 오히려 동네에 어디가 좋고, 맛집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언제든지 갈 수 있고 먹을 수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서 그럴 것이다.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소홀해진다. 진짜 궁금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결혼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연애를 오래 한 사람들 중에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크게 싸우는 부부들이 꽤 있다. 그리고 몇 년 되지 않아 이혼하는 부부도 있다. 10년씩 사귀고 만나면서 왜 서로의 성격들을 몰랐을까? 난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이 소통의 부재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상대의 행동이나 말이 불편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 참는 경우가 있다. 몇 번 이야기는 해보았지만 상대가 눈치가 없어서 말귀를 못 알아듣고 여러 번 넘어갔을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문제를 먼저 인지한 쪽이 상대의 스타일을 파악해서 소통의 표현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직접적으로 말로 하든, 글로 써서 편지를 전하든, 전하는 내용은 상세하고 정확해야 된다. 


나는 아내보다 말수가 많다. 연애할 때도 주로 내가 데이트를 주도하는 편이었고 대화에서도 내가 주도를 했다. 아내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다. 연애가 끝나고 결혼을 한 후, 함께 살지만 서로의 행동반경이 나뉘기 시작한다. 밥을 먹고 영화나 TV를 함께 보지만 점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한다. 수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마찰이 생기면 극렬히 싸우는 부부가 있고, 따르지만 참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참으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감정이 터지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하지만 터지는 입장에서는 그동안 많이 참아 왔다고 말할 것이다. 육체는 늘 함께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말로만 가족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내에게 사소한 것까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자가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면 못 쓴다’라는 한국적인 정서가 있지만 그렇게 하기로 한 큰 계기가 있다. 난 그 일이 있고 난 후, 이 생각을 뼈에 새기기로 했다. 


----------------------

<야옹야옹 울어라>

 우리 집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원래 두 마리였는데 한 녀석이 15년 12월 15일 급성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병명을 알게 되고 6개월 만에 떠났어요.

소라
시라



먼저 간 녀석의 이름은 시라였습니다순백색에 몽실몽실 뱃살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는 녀석이었어요평소에 울지도 않고 조용히 옆에 다가와 살짝 기대어 꾸벅꾸벅 자는 아이였습니다. 다른 녀석의 이름은 소라라고 합니다시라와 소라는 함께 공사판에 버려진 녀석들이었어요소라는 성격이 너무 예민해서 아직도 저 이외엔 누구에게도 마음을 잘 주지 않아요뭔가 마음에 안 들면 야~~~ 옹 야~~ 옹 하면서 상황에 따라 울음의 길이와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자기표현을 합니다.
 
시라는 배려 깊은 녀석이었습니다먹을 게 생기면 소라를 먼저 먹게 하고 자기가 먹었어요휘운이가 태어나고 100일간 고양이들과 격리했습니다아들에게 온통 집중하는 나를 빤히 보는 녀석들을 볼 때면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100일 지나고 조금씩 서로를 보게 했음에도 고양이들은 아들에게 정을 주지 않았습니다격리를 하지 않아도 근처에 오지 않았죠.

아빠 육아를 하던 저는 24시간 아들에게 붙어 있었고 심지어는 밤에 잘 때도 수유 때문에 아들 옆에서 쪽잠을 잤습니다그때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제 발 밑이나 머리맡에 조심스럽게 누워서 함께 자곤 했지요집안일을 할 때특히 청소기를 돌리거나 소음이 큰 조리 도구를 사용할 때면 자는 아기가 놀랄 까 봐 방문을 닫아 놓곤 했습니다. 그때 가끔 고양이들이 갇혀 있게 되었는데소라는 자기표현이 확실해서 화장실에 가야 하거나 배가 고프면 문을 열어 달라고 울면서 문을 발로 긁어 댔어요그럼 저는 열어줬고 녀석은 볼일을 봤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배려 깊은 시라가 조용히 아들 옆으로 가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보기 좋았습니다가끔 함께 누워 있기도 하고 아들이 기기 시작하면서 아이 앞에서 눈도 맞추고 함께 울어 주기도 했어요그렇게 아이가 잘 때면 시라도 함께 잠드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청소기를 돌릴 때면 여전히 방문을 닫았고 가끔 청소가 끝나도 방문을 곧장 열어 주는 걸 잊곤 했어요시라는 아마 그때마다 소변을 참았나 봅니다문 앞에서 울지도 않고 조용히 열어 줄 때까지 기다린 것이었어요.

2014년 여름


수년간 함께 살았어도 아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문을 닫고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시라가 이 정도로 눈치를 보고 사는지 몰랐어요고양이에게는 소변을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어느 날방바닥에 어마어마한 양의 소변을 쌌더군요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병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신장에 무리가 갔고 급성으로 시작된 병은 좋아지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6개월간 간호를 한다고 했지만 제가 많이 부족했었습니다.

시라의 마지막 날제가 눈앞에 사라질까 제 눈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나지막이 울던 그 녀석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한 번도 울지 않던 녀석이 내 눈을 보면서 야옹야옹하며 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알코올 솜으로 녀석의 몸 구석구석을 염을 해주고 사람에게 사용하는 삼베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수의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주었습니다.

시라가 떠나는 날.


저는 그 이후에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저는 시라의 죽음을 계기로 아내에게 저의 힘든 속 이야기를 자주 이야기했습니다대한민국에서 남자는 쉽게 눈물을 보여선 안되고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관습적인 교육을 사회로부터 받습니다여자들에게도 이런 비슷한 사회적 강요가 있겠죠조신해야 하고 크게 웃으면 방정맞아 보여서 안되고남자에게 먼저 애정표현을 하면 여자답지 못하다는 등…

한국에서 성별에 따른 사회적 이미지가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내가 뭘 또 그렇게 까지.‘내가 괜히 말해서.‘싸우기 싫다대충 넘어가자.’괜히 말했다가 남자가 왜 그렇게 소심하냐.’는 핀잔을 듣기도 싫고요. ‘이런 것들이 결국 나중에 켜켜이 쌓여 모래로 만든 댐이 된다고 생각해요
 
시라는 야옹야옹하지 않고 참아서 죽음에 이르렀습니다물론 그전에 보호자인 저의 잘 못이 가장 크지요야옹하는 작은 울음이 한 생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하물며언어를 사용하는 우리 인간들은 내 속 마음을 표현하고 안 하고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고양이는 인간보다 사회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결국 혼자 죽고 맙니다그렇지만 인간은 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와 관계를 맺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이될 수 있겠지요.
 
지금 저는 아이를 볼 때나일을 할 때 무슨 일이 있으면 조곤조곤 아내와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다행히 표현이 없고 무뚝뚝한 아내는 듣고 그때마다 반응을 해줍니다.  
시라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아내에게 이야기했어요.
 
-       우리 서로의 상태 표현을 많이 하자.
-       대수롭지 않더라도 고개라도 끄덕여주는 연습을 해보자.
-       서로에게 에둘러 표현하지 말고 힘든 것바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자.
 
조금씩 꺼내 놓으면서 서로의 상황이 어떤지 알게 되어작은 말다툼도 많이 없어지고 좋아진 것 같아요이미 병이 들면 병이 낫더라도 후유증을 달고 살아가야 합니다그것이 정신적인 병일 경우 더 그렇겠죠.
 
표현을 해 봐야지’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부부친구가족과 같이 우리 이렇게 해보자고 생각을 나누어 보세요. 많이 달라집니다. 정말로요.

작가의 이전글 <아빠 육아의 역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