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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Jan 26. 2022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리>



병원에서는 둘째가 아내의 뱃속에서 별 이상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그 시기 나는 복습을 하고 있었다. 두 번의 실수를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생각났다. 첫 열감기에 대한 대비, 이유식의 준비, 공갈젖꼭지와 손가락 등등. 그러면서 둘째가 태어났을 때, 첫째의 반응에 대한 공부도 했다. 물론 태어나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복습은 해야 했다.


배 속의 규리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이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병원에 그리 자주 가지 않았다. 아내는 크게 이상 상황이 아니면 가지 않았다. 둘째가 뱃속에서 자라면서 아내는 배가 조금씩 묵직함을 느꼈는데 이 느낌은 단순히 아기가 성장해서 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의사는 원래 있던 작은 혹이 커졌다고 했다. 분만이라면 출산에 방해가 될 거 같지만 절개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혹이 아기를 밀어내는지 예정일보다 훨씬 빨리 내려왔다. 예상보다 3주가량 당겨졌다.


출산 당일, 어머니와 내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아기가 태어났다고 했다. 간호사님이 아기를 안고 나왔다. 진한 붉은빛 아기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이 크고 예뻤다. 어머니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절로 ‘예쁘다’라는 소리가 나왔다. 간호사님이 들어가면서 담당의 선생님이 남편분을 찾는다는 것이다. 수술실에 나를?

잠시 후, 수술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마취가 된 상태라 자는 듯 누워 있었고 아내 복부 위에는 농구공 같은 것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담당의 앞에 섰다. 선생님은 농구공 같은 것을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저게 뭔지 아시겠어요?”

“음… 뭐죠?”

“자궁이에요.”

“네??”


나는 자궁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러니까 사람의 장기가 돌출되어 몸 밖에 있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자궁이라고요??”

“네.. 초음파에서는 조금 커진 것 같았는데, 혹이 저렇게 커졌어요.”

“아….”


나는 순간 겁이 났다. 말로만 듣던 혹이 악성으로 변해서 암이나 그와 비슷한 종양이지 않을까 두려웠다. 


“혹이 자궁을 다 덮었어요. 산모 몸이 완전히 돌아오면 수술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아… 어… 그럼 혹이… 좀.. 안 좋은…”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조직 검사를 보낼 겁니다. 지금 제 소견으로는 악성은 아닐 거 같지만 결과는 나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럼 수술이라면 혹이 저렇게 큰데 어떻게….”

“적출하는 게 나을 거예요.”

“아.. 적출요…”


나는 큰 이모님이 자궁 적출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어서 대충은 그것이 어떤 수술인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는 예외지만 직접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오시라고 했습니다. 직접 보셔야 정확히 판단하실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네.. 감사합니다. 저도 평소에 와이프에게 혹은 좀 제거하는 게 어떠냐고 이야기 하긴 했는데.. 아.. 이렇게 직접 보니까 좀 충격적이네요.”

“네. 그리고 아기는 건강한 상태고요. 산모에게 더 신경 많이 써주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아내가 입원실로 옮겨지고 그날 저녁에 나는 아내에게 낮에 수술실에 갔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둘째가 엄마를 살렸다.”


그랬다. 정말 둘째가 안 생겼다면 아내의 자궁의 혹 상태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물론 태아가 성장하면서 영양분이 자궁으로 많이 흡수되어 더 커진 것도 있지만 아무튼 나의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에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음성이었고 그야말로 ‘그냥’ 혹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혹이라는 것은 불편한 것이라 안정이 되면 제거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출산 수개월 후 아내는 초음파 검사를 했고 출산 당일에 비해서 혹의 크기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가 야간시간을 맡았고 아내는 육아휴직 동안 낮시간을 담당했다. 휘운이 때 사용했던 육아 용품을 다시 꺼내 세탁을 했고 식기는 다시 구입했다. 다른 용품들은 중고거래 앱이나 사이트를 이용해서 구했다. 이름은 내가 직접 지어주었다. 




새벽에 깨서 규리에게 수유하면서 혼잣말이 나왔다.




‘이제 시즌2의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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