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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감독 Jul 16. 2023

딸의 꿈

딸이 앉아서 종이를 오리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내 눈에는 예쁘고 귀여웠다. 

어쩜 나에게 저런 딸이 왔을까 싶었다. 

딸은 입술을 앙 내밀고 미간을 살포시 찌푸린 채 집중하고 있었다.

난 딸에게 무엇이 저렇게 집중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만 5세 딸아이의 꿈이 궁금했다.


"규리야. 규리는 커서 뭘 하고 싶어?"

"나는 예술가 하고 싶어?"

"규리가 예술가라는 말을 아네? 예술가가 뭐 하는 사람이야?"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칠하는 사람이잖아."

"...."

"그럼 정말 재미있겠지?"


당시, 나의 의식의 흐름을 복기했다.

기특했다. 정말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곧 드는 생각은 우울했다.

정말 내 딸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있을까?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을 넘어 항상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다.

나의 미래는 밝을 것이며 멋지고 활기찰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딸을 보고 있는 그 때, 난 내가 살아온 방향과 다른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찼다.

내 딸이 꿈을 펼치는 이 별은 정말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순간을 스치고 지나갔다.

칼 세이건은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그들 별에서 대통합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주로의 항해를 시작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인간의 아빠로서 내가 내 아이에게 꿈을 펼칠 수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참으로 비루하다. 


고기를 좀 덜 먹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전기를 절약하고, 타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를 누리며 이렇게 다들 산다. 물론 이렇게도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미량일지라도 그래도 해야겠지 한다.

이렇게 사는 모습을 보고 내 아이들이 자랄 것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어떤 세상에서 무슨 고민을 하고 살까?

내가 하는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이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티도 안나겠지. 

우리 내면 밖의 세상이 어두울 지라도 내면의 세상을 잘 키운다면 그나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끝없이 넓은 내면의 우주를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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