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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필드 Oct 10. 2024

스타트업 폐업스토리 3. 그 후,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

폐업 그 후,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다시 정의해 보다.

폐업 후,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내가 일했던 이 회사도 스타트업이었고, 공채 입사자들의 기대감과 실망, 경력직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각자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스타트업이란 새로운 툴과 방식에 유연한 회사일테니 '일하는 방식을 빨리 숙지해야겠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나 수평적인 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외국계 기업과 에이전시에서 이미 비슷한 환경을 경험한 나로서는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신입들은 '스타트업이라면....'이라는 어떤 기대감 있었던 것 같다. 카페 같은 사무 환경에서 직함 없이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곳일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란 곳이 생각보다 모든 게 자유롭게 평등하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지만, 내가 경험함 스타트업은 그 환상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단순히 "현실은 다르다"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상황에서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럼 스타트업에 대한 오해 세 가지 

그럼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품는 오해는 무엇일까?

스타트업은 자율적인 근무방식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스타트업은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이것이 모두 오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모든 스타트업이 다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볼 때, 이 세 가지 환상은 현실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1. 스타트업은 자율적인 근무방식을  갖고 있다.


'자율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보면,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여 절제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나는 여기서 '스스로'라는 단어에 특히 공감한다. '스스로' 한다는 것이지, '내 맘대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율적인  = '내 맘대로'를 의미하지 않는다.


가끔 회사에 새로 입사한 직원들,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회사의 업무 원칙을 경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를 본다. 모르고 하는 행동일 수도 있어 설명하면, 바로 적응하는 이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게 꼭 필요한가요?" 라며 불편함을 이유로 따르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 슬렉과 아사나를 사용하는 원칙이 있고, 회의 노트는 기록하도록 되어 있는데,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아서, 비효율적이어서'라는 이유로 워드 문서로 작성하거나 회의록을 드문드문 남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은 난감하다. 계속 알려주자니 오지랖처럼 보일까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팀의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 걱정된다. 합의된 방식으로 일하던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회사에 입사할 때, 회사의 원칙에 따르겠다고 계약한다.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윤리적인 문제가 걸린 것을 제외하고는 우선 그 방식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불편함을 이유로 조직의 규칙을 무시하는 동료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무조건 따르라는 얘기는 아니다. 회사의 규칙도 개선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아무런 개선 촉구나 의견 없이 단순히 불편하다고 따르지 않는 것은 '자율적'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율적인 근무 방식은 스스로 원칙을 지키고 책임을 다할 때, 더 많은 자율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2. 스타트업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거나, 직함 대신 '님'으로 부르는 회사가 많다. 이는 수직적인 체계를 지양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직위 체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팀장이나 실장 같은 직함은 존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완전한 수평체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타운홀 회의처럼 회사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도 있지만 수평적이라는 것이 모든 직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최종 결정은 책임자가 내린다. 그 결정에는 권한과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의사결정 자체는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몇몇 사람들은  '본인이 모두 알아야 하고, 본인이 결정할 수도 있어야 하는'것이 수평적이라도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솔직하게 정보를 공유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려는 것이 수평적인 조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다수결처럼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고, 이는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직원이 결정권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조직 컨설팅을 했던 지인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의견은 수평적일 수 있지만, 의사결정은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 누가 그 결정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직원 개개인이 책임을 질 것인가? 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신입사원들은 '수평적'이라는 단어에 매달리기보다는 '어떤 방식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고, 회사의 구조와 책임체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안 될 경우 담당 부서나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3. 스타트업은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모든 직원의 참여와 올바른 판단을 위해 최근 여러 스타트업이 정보의 공유를 강조하고,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모든' 정보를 무조건적인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 모두가 즉시 공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이를 무조건적인 정보의 공유로 오해한다.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거나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나도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 정보 공유에 대한 에피소드

2021년,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를 위한 정기적인 점검 회의의 어느 날. 출근길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 중에 검색으로 찾은 아이디어가 있었고, 이를 회의 시간에 생각을 나누려고 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같이 한지 얼마 안 된 팀원이 왜 미리 공유하지 안 했는지 조금은 따지듯이 물었다. 나는 사실 그 말이 너무 황당했다. 그럼 내 머릿속에 막 떠오른 아이디어 모두를 파일로 공유하란 말인가?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즉시 파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가? 처음엔 황당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내 결론은 명확했다.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것이다.


결국, 팀원과 다시 이 상황에 대해 논의하며 무조건적인 공유가 아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무작정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은 "내 할 일 끝냈다"는 식일 뿐, 함께 빌드업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제야 팀원도 내 의도를 이해했고, 다시 설명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 상황은 단순히 정보 공유의 문제라기보다는, 팀으로 일한 시간이 짧아 생긴 신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정보 공유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신입사원들에게서 더 자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앞으로 더 깊이 관찰해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정보 공유, 왜 모든 것을 바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첫째, '공유'는 모든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이해와 결정을 위한 필요한 정보를 정제하여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동료들과 협업과 성과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둘째, 많은 사람들이 정보 공유를 투명성과 연관 짓는다. 회사나 팀에서 정보를 일부러 숨기는 경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 투명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신뢰의 문제다.  불신이 쌓이지 않도록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함께 다뤄야 할 과제다.







어쩌다 보니 스타트업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했지만, 다른 오해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은 바쁘고 업무 프로세스나 조직문화를 설정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다수 이해가 되는 되는 부분이지만, 반드시 그러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업무 방식, 프로세스 세팅과 조직 문화 구축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업무나 절차는 매뉴얼화하거나 세팅을 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체화되어 스스로 모두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입사자와 퇴사자가 계속 발생할 수 있기에 최소한의 세팅, 업무 매뉴얼화와 온보딩 교육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되돌아보니, 회사가 폐업해도 나의 경험은 그대로 생생한 것 같다. 그동안 내가 해온 일들이 모두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내게 새겨진 경험과 경험 속에서의 배운 점들이 그대로 내게는 또 다른 자산이라 생각한다. 꽤나 값진 자산이고, 나는 이 자산으로 또 다른 일, 새로운 일을 해나갈 거라는 예감이 든다. 




스타트업 정의: 네이버 / 위키피디아

스타트업 (start-up) : 컴퓨터 시스템에서 특정 프로그램의 작동을 시작하는 일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창업 기업들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탄생된 단어입니다.


스타트업 컴퍼니(startup company) 또는 스타트업(startup)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한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로써,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 기업이다.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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