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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Jul 17. 2024

1-1을 마치고 여름방학

혼란하다 혼란해

우여곡절의 로스쿨 1학년 1학기 생활이 끝이 났다. 번의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러냈고 기차로 왔다 갔다 하던 생활도 잠시 쉬어가게 되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부에 적응하는 것도 어찌어찌 버텼고

아이들도 잘 크고 남편도 굳건하게 집을 지켜주고 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성적 스트레스만 없다면 꽤나 재미있었다. 머릿속에 욱여넣으며 읽어나가지만 어디선가 아주 정교한 논리로 짜 맞춰지는 부분이 매우 짜릿하게 느껴졌다. 어렵게 시작한 공부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온다니 참 감사했다. 이 기쁨이 평생의 업으로 될 수 있길. 성적은 생각보다 잘 본 듯 기뻤다가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좌절했다가 내 앞에 더 노력해서 잘한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아직 부족하구나 지금도 힘들었는데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걸까 마음이 널뛰기한다. 따뜻하고 행복한 삶이 되어야 하는 나의 일상이 수험생 모드로 바뀌어 내 능력은 얼마큼일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왜 이럴까 등 스스로 만든 치열한 경쟁에 허덕이고만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수업도, 공부도, 학교의 여러 환경들도 나에게는 기대 이상이었기에 참 감사했으며 단 하나 남편과 아이들과의 병행이 어려운 사실이 마음속 짐이 되었다. 남편의 발령지 혹은 나의 반수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놓고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라는 기도제목을 매번 앞에 두고 기도했었다. 그러나 웬걸 1학기 종강하던 날 우리가 세웠던 여러 안과 다른 예상치도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무엇도 섣불리 선택할 수 없었다. 


둘째의 어린이집 입소가 미뤄져 가장 대안으로 종강 후 두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친정살이 중이다. 나는 1학기 복습과 2학기 예습으로 매일 공부해야 한다며 마음만 바쁘다.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을 두고 공부하는 것 또한 참 쉽지 않다. 냉정한 마음으로 나와야 하는데 사실 나도 아이들과 부대끼고 싶고 어찌 보면 여유로운 이 시기에 가족들과 편안히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다. 물론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그 죄책감은 날 더 괴롭게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달라 기도했건만 이러한 제한사항들이 많으니 네가 공부하려면 떨어져야 한다라는 또 다른 큰 그림이었나 하는 마음도 든다. 


법조인이 되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왜 벌써부터 고민이 드는지 걱정기계가 된 것만 같다. 이것도 걱정 저것도 걱정 내 눈앞에 닥친 문제도 풀리지 않는데 걱정만 한가득이다. 좋은 곳 취직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나이나 아이들이 조금은 걸리지 않을까? 내 성적이 부족하지 않을까? 이전 경력들이 내 미래에 도움이 될까?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들 천지인데 나는 참 별로다. 벌써부터 하염없이 작아지는 나이다. 이런 생각들이 나의 발목을 잡을 텐데 정신 차려! 그냥 있는 그대로만 세상을 받아들이길. 


최근 유튜브에서 여자 연예인이 일, 육아 등 잘하려고 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어느 선배들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을 보았다. 그 선배들이 답변하는 것은 네가 다 잘하려고 해서 힘들다. 그리고 다 잘하고 있지 않느냐. 그런 경우는 사실 참 드물다고 조언해 주는 영상을 보았다. 나에게도 참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가족도 일도 그렇게 굳건하게 지킨다는 것이 참 쉬운 것은 아니구나. 나도 가정에서의 역할을 정말 잘하고 싶어서 그렇구나. 우리 남편도 잘 되길 바라서 그렇구나 어려운 길을 가고 있어 그렇구나 스스로 위로했다. 

 

오늘은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잡생각들을 덜어내기 위한 글이었습니다. 학업, 육아, 남편의 발령지, 이사, 돈... 아 앞으로 2년 반은 어떻게든 공부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변시에 합격할 수 있길. 좋은 길을 내어 주시길. 


그래도 다시 씩씩하게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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