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하다 혼란해
우여곡절의 로스쿨 1학년 1학기 생활이 끝이 났다. 두 번의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러냈고 기차로 왔다 갔다 하던 생활도 잠시 쉬어가게 되고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부에 적응하는 것도 어찌어찌 버텼고
아이들도 잘 크고 남편도 굳건하게 집을 지켜주고 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성적 스트레스만 없다면 꽤나 재미있었다. 머릿속에 욱여넣으며 읽어나가지만 어디선가 아주 정교한 논리로 짜 맞춰지는 부분이 매우 짜릿하게 느껴졌다. 어렵게 시작한 공부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온다니 참 감사했다. 이 기쁨이 평생의 업으로 될 수 있길. 성적은 생각보다 잘 본 듯 기뻤다가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좌절했다가 내 앞에 더 노력해서 잘한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아직 부족하구나 지금도 힘들었는데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걸까 마음이 널뛰기한다. 따뜻하고 행복한 삶이 되어야 하는 나의 일상이 수험생 모드로 바뀌어 내 능력은 얼마큼일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왜 이럴까 등 스스로 만든 치열한 경쟁에 허덕이고만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수업도, 공부도, 학교의 여러 환경들도 나에게는 기대 이상이었기에 참 감사했으며 단 하나 남편과 아이들과의 병행이 어려운 사실이 마음속 짐이 되었다. 남편의 발령지 혹은 나의 반수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놓고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라는 기도제목을 매번 앞에 두고 기도했었다. 그러나 웬걸 1학기 종강하던 날 우리가 세웠던 여러 안과 다른 예상치도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무엇도 섣불리 선택할 수 없었다.
둘째의 어린이집 입소가 미뤄져 가장 대안으로 종강 후 두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친정살이 중이다. 나는 1학기 복습과 2학기 예습으로 매일 공부해야 한다며 마음만 바쁘다.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을 두고 공부하는 것 또한 참 쉽지 않다. 냉정한 마음으로 나와야 하는데 사실 나도 아이들과 부대끼고 싶고 어찌 보면 여유로운 이 시기에 가족들과 편안히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다. 물론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그 죄책감은 날 더 괴롭게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달라 기도했건만 이러한 제한사항들이 많으니 네가 공부하려면 떨어져야 한다라는 또 다른 큰 그림이었나 하는 마음도 든다.
법조인이 되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왜 벌써부터 고민이 드는지 걱정기계가 된 것만 같다. 이것도 걱정 저것도 걱정 내 눈앞에 닥친 문제도 풀리지 않는데 걱정만 한가득이다. 좋은 곳 취직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나이나 아이들이 조금은 걸리지 않을까? 내 성적이 부족하지 않을까? 이전 경력들이 내 미래에 도움이 될까?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들 천지인데 나는 참 별로다. 벌써부터 하염없이 작아지는 나이다. 이런 생각들이 나의 발목을 잡을 텐데 정신 차려! 그냥 있는 그대로만 세상을 받아들이길.
최근 유튜브에서 여자 연예인이 일, 육아 등 잘하려고 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어느 선배들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을 보았다. 그 선배들이 답변하는 것은 네가 다 잘하려고 해서 힘들다. 그리고 다 잘하고 있지 않느냐. 그런 경우는 사실 참 드물다고 조언해 주는 영상을 보았다. 나에게도 참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가족도 일도 그렇게 굳건하게 지킨다는 것이 참 쉬운 것은 아니구나. 나도 가정에서의 역할을 정말 잘하고 싶어서 그렇구나. 우리 남편도 잘 되길 바라서 그렇구나 어려운 길을 가고 있어 그렇구나 스스로 위로했다.
오늘은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잡생각들을 덜어내기 위한 글이었습니다. 학업, 육아, 남편의 발령지, 이사, 돈... 아 앞으로 2년 반은 어떻게든 공부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변시에 합격할 수 있길. 좋은 길을 내어 주시길.
그래도 다시 씩씩하게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