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가나 계곡, 중앙아시아 화약고의 진실

3개국이 얽힌 복잡한 국경 분쟁 지대

by Miracle Park


# 1. 스탈린이 그은 선, 100년의 저주

페르가나 계곡은 면적 22,000km²에 인구 1,100만 명이 거주하는 중앙아시아의 심장부다. 톈산산맥 북쪽과 기사르알라이 산맥 남쪽 사이에 위치하며, 최대 길이 300km, 최대 넓이 70km에 달하는 비옥한 농경지대로,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문제는 1924년 소비에트 연방의 '민족-영토 구획(National Territorial Delimitation)' 정책에서 시작됐다. 소비에트 당국이 1920년대에 다민족 투르케스탄, 부하라, 히바 공화국을 단일민족 소비에트 공화국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작한 이 과정은 현지 민족 구성이나 전통적 경계를 무시한 채 모스크바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진행됐다.


스탈린의 정책은 민족주의를 약화하고 반 소비에트 운동을 막으려고 일부러 불균등하고 임의로 페르가나 계곡을 타지크인, 우즈베크인, 키르기스인 사이에 나눴다. 그 결과 키르기스스탄 내부에 우즈베키스탄 월경지(소흐, 샤히마르단 등)와 타지키스탄 월경지(보루흐, 바루흐 등)가, 우즈베키스탄 내에는 타지키스탄 월경지(사르박)가 만들어졌다.


소련 시절에는 이동이 자유로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후 이 행정 경계선이 곧바로 국경이 되면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 972km 국경 중 약 40%가 분쟁 지역으로 남았다.


# 2. 2010년 오시 학살: 민족 간 증오의 폭발

페르가나 계곡의 긴장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폭발한 가장 참혹한 사건은 2010년 6월에 발생했다. 키르기스스탄 남부 오시와 잘랄아바드에서 키르기스계와 우즈벡계 사이에 대규모 폭력이 발생해 50명 이상의 민간인과 군인이 사망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2010년 4월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폭력적인 봉기로 축출된 후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고, 임시 정부가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비정치적이었던 우즈베크 공동체에 접근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2010년 6월 10일, 오시 중심부의 카지노 근처에서 키르기스인과 우즈베크인 몇 명 사이의 싸움을 계기로 대규모 우즈베크인 군중이 집결했고, 이것이 밤새 양측 간 충돌로 확대됐다. 폭력은 순식간에 전역으로 번졌다.

유엔 인권 최고대표 나비 필레이는 "어린이를 포함한 무차별 살인과 강간이 민족성을 기준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경고했다. 수만 명의 우즈벡계 주민들이 우즈베키스탄 국경으로 피난했고, 우즈베키스탄은 급히 난민 캠프를 설치해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으로 구성된 난민 물결을 수용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맥락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6월 오시와 우즈겐에서 발생한 키르기스-우즈벡 충돌의 직접적 원인은 구 집단농장 토지를 둘러싼 우즈벡 민족주의 그룹 '아돌라트'와 키르기스 민족주의 그룹 '오시 아이마그히' 간의 분쟁이었다. 공식 집계로 30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비공식 추정치는 1,000명을 넘었다.


# 3. 2021~2022년: 국경 분쟁의 재점화

2010년 이후 산발적 충돌이 이어지던 페르가나 계곡에서 2021년 4월 다시 심각한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2021년 4월 28일 타지키스탄이 국경 지역의 급수 시설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하자 이를 파괴한 키르기스인들과의 충돌이 시작됐고, 이는 양측 국경 부대가 총격을 주고받는 사태로 확대됐다.


이 충돌로 50명 이상의 타지크와 키르기스 시민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주택, 학교, 상점이 파괴됐고 수만 명이 이주했다. 이는 1975년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첫 국가 간 무력 충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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