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이중내륙국의 역설,

지정학적 약점을 물류 강점으로

by Miracle Park


# 1. 심장부의 지리학: 봉쇄된 땅, 연결된 세계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 '이중내륙국(Double Landlocked Country)' 중 하나다. 이중 내륙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항공 운송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내 여객 및 화물 운송의 88%를 도로가 담당하고 있다. 바다에 닿으려면 최소 두 개의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이 지리적 조건은 오랫동안 발전의 족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역설이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 5개국과 맞닿은 우즈베키스탄의 위치는, 동시에 중앙아시아 전체와 접경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슈켄트는 베이징과 모스크바, 이스탄불, 델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를 구성한다. 봉쇄된 땅이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는 것이다.


이 역설을 현실의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영향으로 외국 기업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대러 교역 경유지로 활용하고 러시아 진출의 우회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우즈베키스탄과의 교역이 크게 증가하였다. 지정학적 격변이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한 셈이다.


# 2. 미들 코리도르: 러시아를 우회하는 새 실크로드

국제 물류 지형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부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들 코리도르(Middle Corridor)'를 이해해야 한다. 미들 코리도르, 즉 트랜스-카스피해 국제 운송 노선(TITR)은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무역로로, 러시아를 통과하는 북부 노선의 대안이다.


2022년 미들 코리도르의 화물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대비 두 배인 150만 톤으로 늘어났으며, 같은 해 러시아를 통과하는 북부 노선의 물동량은 34% 감소하였다. 전쟁이 불러온 공급망 재편이 미들 코리도르를 단숨에 주요 물류 동맥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이 흐름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2019년 이후 미들 코리도르의 화물량을 5배 이상 늘렸으며, 이는 예측 가능하고 장기적인 경로를 향한 광범위한 지역적 전환을 반영하는 것이다.


CIS 지역의 물류 중심이 과거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등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변화하고 있다. 이 구조적 전환은 단기적 대체가 아니라 장기적 재편의 성격을 띠고 있다.


2025년 11월, 타슈켄트는 이 흐름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2025년 11월 27일, 타슈켄트에서 트랜스-카스피해 운송 회랑 및 연결성 투자 포럼이 마무리되었으며, 유럽연합, 남캅카스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 튀르키예, 국제 개발은행, 민간 부문 등이 공동 의지를 결집하였다. EU가 타슈켄트를 중앙아시아 연결성 논의의 중심으로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즈베키스탄의 위상 변화를 상징한다.


# 3. CKU 철도: 30년의 꿈이 현실로

우즈베키스탄 물류 허브화 전략의 핵심 퍼즐은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다. 이 철도는 1990년대부터 구상된 프로젝트로, 30년간 재정 문제와 지정학적 이유로 지연을 거듭해 왔다.


2025년 12월 16일 비슈케크에서 CKU 철도 합작법인과 중국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중국은행 컨소시엄 사이에 총 47억 달러 규모의 대출 협약이 체결되었다. 중국이 약 23억 달러의 장기 저리 융자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세 나라가 지분 비율에 따라 분담하는 구조다.


총 532.53km에 달하는 이 노선은 중국 신장의 카스(카슈가르)에서 출발해 토루가르트 고개를 통해 키르기스스탄으로 진입하고, 막말·잘랄아바드를 거쳐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에 종착한다. 안디잔은 이미 타슈켄트와 철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CKU 철도가 완공되면 카자흐스탄을 우회하는 두 번째 중국-중앙아시아 직통 철로가 탄생하게 된다.


2025년에는 키르기스스탄 구간의 가장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페르가나 산악 터널, 나린 1호 터널, 코시테트 터널 등 세 개의 핵심 터널 공사가 공식 착수되었다. 이로써 CKU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본선 건설 단계로 진입하였다.


2026년 3월 말, 나우루즈(중앙아시아 신년) 기념식에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는 CKU 철도의 완공 목표 시점을 2030년으로 발표하였다. 험준한 지형과 공학적 난이도를 고려할 때, 이 시한은 여전히 도전적인 목표로 남아 있다.


# 4. 인프라 투자: 지정학적 약점을 강점으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물류 허브 전략을 '우즈베키스탄 2030' 국가 발전 계획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계획은 우즈베키스탄을 세계 50대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 발전 계획으로, 인프라 개편이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철도 분야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이중 내륙국인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화물 및 여객 운송을 철도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 현대로템이 제작한 고속열차가 현지에 도입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25년 1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인프라 개선 및 무역 간소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여기에는 도로·철도 연결성 강화, 트럭 정류장 확충, 주요 지점의 국경 통과 효율 제고 등의 조치가 포함되었다.


공항 현대화 역시 병행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참여하는 우르겐치 국제공항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 프로젝트는 향후 신 타슈켄트 국제공항과 스마트 시티 시스템 구축의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역 협력 측면에서도 진전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카자흐스탄과의 교역 규모는 20억 달러였으나, 2024년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44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협약과 26억 달러의 무역 계약이 체결되었고, 연간 교역액 100억 달러를 목표로 선언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중앙아시아 역내 교역 규모는 2016년 이후 세 배로 증가하였다.


# 5. 2026년 전망과 구조적 과제

- 단기 전망

우즈베키스탄 교통부 차관 야수르 초리예프는 "우리는 우즈베키스탄 뿐 아니라 역내 전체를 수십 년간 섬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미들 코리도르가 개념에서 전략적 현실로 이동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독립적 전망에 따르면 계획된 투자가 완료될 경우 컨테이너 화물이 2030년까지 세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EU의 투자도 가속되고 있다. 세계은행, EBRD, EIB 모두 항만 확장,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철로, 우즈베키스탄과 조지아의 복합 물류 허브 등 사전 자금 조달 단계에 진입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 구조적 과제

그러나 전망이 밝다고 해서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진정한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구조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 병목 현상이다. 미들 코리도르는 여전히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철도망의 기관차·화차 부족으로 인한 혼잡, 카스피해의 제한된 선박 가용성 및 노후 항만 인프라, 겨울철 결빙 및 강풍으로 인한 운항 중단 등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제도적 파편화다. 국제금융기관들은 통관 절차가 일관되지 않거나 디지털 시스템 간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프라는 그 가치를 잃는다고 강조하였다. 물리적 인프라 건설과 제도적 통합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병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셋째, 지전략적 종속 리스크다. CKU 철도에서 중국이 프로젝트 지분의 과반(51%)을 보유하고 시작 구간에 대한 통제권도 유지하고 있어, 우즈베키스탄이 중국 주도 회랑의 단순 종착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자국 물류 역량과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결론: 역설의 지리학이 전략이 되는 순간

역사는 반복된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가 실크로드의 황금 도시였던 것처럼, 우즈베키스탄은 다시 한번 유라시아 교역의 중심에 서려하고 있다. 다만 오늘의 실크로드는 낙타 대신 고속 철도와 복합 물류 허브로 구성된다.


이중내륙이라는 지리적 숙명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들 코리도르의 놀라운 발전은 외부의 아이디어가 아닌 지역 내부의 유기적 성장과 내재적 수요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이 점이 과거의 지정학적 계획들과 다른 본질적 차이다. 봉쇄된 땅이 스스로 열쇠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설적 지리학이 전략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국면이 2026년 지금, 진행 중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2026 우즈베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