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에 숨어있는 '글의 힘'
*쪽지
1. 종잇조각.
2. 어떤 내용의 글을 적은 종이 쪽.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ㅡ 익명의 워. 홀. 러
ㅡ 캐나다 밴쿠버의 도서관을 찾은 한국인이 남긴 메모다.
ㅡ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유독 '한국말'을 실컷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는 이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ㅡ 또 다른 여행자
ㅡ 이어서 다음 여행자가 책 속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ㅡ 같은 책을 읽었던 사람들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ㅡ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 줘>.
ㅡ 낯선 타국 땅에서 한국어가 고파서, 그리고 '위로'가 마려워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일까.
사실 나는 위로를 잘 믿지 않는다.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
<소년을 위로해 줘>, 은희경 장편소설, ‘작가의 말’ 중에서
ㅡ 짧은 '쪽지 글' 속에서도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ㅡ 이것이 바로 '글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