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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07. 2020

굿바이, 싱글

이제는 혼자가 아닌 우리

아이가 생겨나면서부터 나의 삶과 우리 부부의 삶은 한층 더 복잡하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출산하고서 선배 엄마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내겐 그다지 '천국'이진 않았다. 아이가 배고플 때마다 쉬고 있는 방으로 호출이 와서 우유 먹이는 건 기본이었고, 아이가 있는 공간 소독하는 시간일 때마다 아직은 낯선 나의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내 방으로 돌아와 둘만 있는 시간이 참 어렵고 어색했다.(그때는 다행히도 아이가 울진 않았고, 곤히 자고 있거나 눈만 꿈뻑꿈뻑하는 모습, 딸꾹질하는 모습 등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기저귀도 제대로 갈아주지 못해서 기저귀 갈 때쯤이면 조리원 돌보미 선생님들이 계신 곳으로 쪼르르 달려갔던 초보 엄마였다. 내가 상상했던 조리원 생활은 그저 먹고 자고 쉬고 하는 일상이었는데 나를 돌보기 이전에 아이부터 돌봐야 하는 시간의 비중이 점점 늘어났고, 그게 무리가 되었던지 속이 탈 나서 조리원에 있는 14일 중에 절반은 그 맛있다고 소문났던 조리원 음식을 못 먹고 흰 죽만 먹고 퇴소를 하게 되었다..


퇴소 날은 금요일이었고, 다음이 주말이라 3일간은 우리 셋만 온전히 있는 날이었다. 들숨과 날숨으로 고르게 숨 쉬며 눈을 깜빡일 줄 알고, 입으로 배고픔을 표현할 줄 아는 우리의 작은 아이는 24시간이라는 하루를 조각으로 나누어 놓은 듯한 잠을 자다 깨다 반복하는 통에 우리(나, 신랑)의 평소 수면 패턴을 다 부수어놓았다. 길게는 1시간 남짓 잠을 자고(아이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평균적으로 30분~50분 정도 잤다.) 1시간 놀다가 배고프다고 울고, 우유를 주면 다시 잠들고.. 이런 패턴으로 2시간마다 한 번씩 반복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신생아라 그런지 먹는 양도 작았고, 먹는 양이 적다 보니 배고픔도 자주 찾아와서 그런 듯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며칠을 보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출산하고부터 고달팠던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다. 


주말이 지나고 평일부터는 정부에서 지원받아 일정 기간 동안 산후관리사 서비스를 받는 제도 덕분에 집에 돌아와서도 산후조리를 도움받을 수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내 곁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내가 영양소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식단도 구성해주는 고마우신 분이었다. 그분 덕분에 아이보다는 내 몸부터 추스를 수 있었고, 아이 돌보느라 밤새 부족했던 잠도 낮 시간에 보충할 수 있었다.(낮에 2시간가량 자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내가 자는 동안 산후관리사 이모님은 아이의 밥, 기저귀, 목욕 등 여러 일을 뚝딱 해내셨다. 깨어있는 날은 옆에서 보고 배우며, 그렇게 다 해내는 이모님을 볼 때면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아이를 키우는 모든 분들 다 대단합니다!!)


6시가 되면 이모님은 퇴근하고, 신랑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동안은 내게 공포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조리원에서는 잠만 자고 조용했고, 이모님에게 돌봄을 받을 때도 얌전하던 아이가 딱 그 시간만 되면 울고 난리가 났었다. 물론 이전(조리원, 이모님의 돌봄)과 달리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내게 더 많아져서 이렇게 우는 모습이 보편적이었을 텐데.. 그동안 난 너무 단편적인 면만 보고 우리 아이는 순하구나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신랑이 돌아오고 나서는 돌봄은 전적으로 신랑이 도맡아 해 주었다. 대신 잠을 재우는 건 이상하게도 아빠 품보다는 엄마 품에서 더 잘 자고, 빨리 잠든다는 점이 신기했다.(알고 보니 엄마의 내음과 심장소리를 듣고 안정을 느끼는 이유에서란다.)


나라는 존재가 소멸되고, 엄마라는 의무가 주어졌을 때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아이와의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이가 우는 날들이 많아질 때면 너무 힘들고 지쳤었다. 산후우울증은 대부분 온다고 하던데 퇴근 후 신랑의 노력 덕분에 그 마음의 감기(우울증)는 다행히 오지 않았지만 아이 돌봄으로 인해 묶여있는 게 너무 속상하고 갑갑할 때는 있었다. 아이가 생겨나기 전에 누렸던 자유로운 활동도 못하게 되고, 좋아하는 일도 보류하게 되고, 0순위가 돼버린 우리 아이에게 시간을 다 내어주어야 하는 현실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았던 나의 이상과의 괴리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젠 정말 안녕을 고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내가 과거의 자유로웠던 나에게 그동안의 시간은 추억으로 삼고 앞으로의 시간에 집중해 보자고.. 흔히들 말하는 아이가 크고 나면 다시 생긴다는 그 개인만의 시간은 내게 언제 찾아올진 모르겠지만 완전히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층 복잡해지고 바빠진 일상이었지만 그로 인해 한층 더 깊이가 깊어진 시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전 매력을 가진 시기이므로.. 나의 인생 스펙트럼이 더 확대되고 다양한 갈래길이 나온 것 중에 최선의 길을 택해서 가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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