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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파 Jan 15. 2022

위켄드(The Weeknd)가 변했다!

라디오스타로 돌아온 위켄드, 새 서사로 나아가다. 'Dawn FM'




팬데믹이 모든 것을 잠식했던 2020년, 팝 음악을 지탱한 이름은 캐나다 출신의 위켄드였다. 그는 두아 리파와 함께  80년대 레트로 팝 열풍을 이끈 주역이었다.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는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90주 동안 핫 100 차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더 나아가, 빌보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노래가 되었다. 이 성공이 워낙 컸던 나머지, 위켄드는 '이 곡이 자신의 데뷔곡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소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래미는 이 거대한 성취를 배신했다. 위켄드는 그래미 어워드의 어떤 부문에도 후보로 오르지 못했다.  위켄드가 그래미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위켄드 스넙‘ 사태는 오히려 서사의 방점이 되었다. 위켄드는 보란듯이 슈퍼볼 무대에 섰고, 그래미는 석연찮은 심사나 되풀이하는 패자가 되었으며, 시청률은 폭락했다. 미셸 오바마의 말처럼, 위켄드는 현재 ’음악계의 가장 큰 이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OzrnjUcU9Y


위켄드가 <  Dawn FM >으로 컴백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 After Hours >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작의 신화를 이끈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와 오스카 홀터, 그리고 캘빈 해리스, 통수의 아이콘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등 화려한 프로듀서들이 포진했다. 


그의 새 앨범은 팝계 최고의 이슈다. 앨범 자켓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노인이 되어버린 위켄드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표정이 굉장히 애잔하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앨범에서 시간은 무력화된 것일까.  앨범 제목이 예고했듯, < Dawn FM >은 라디오 방송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버글스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노래했다. TV에 밀려, 뉴 미디어에 밀려 과거의 산물이 되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차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라디오 말이다.


‘Blinding Lights'의 빌보드 신화 뒤에는 압도적인 라디오 재생수도 있었다.  위켄드는 새 앨범을 위해 이 올드 미디어를 소환했다. 가상의 라디오 채널인 103.5 Dawn FM이 이 앨범의 무대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하는 첫 트랙이 등장하며, 짐 캐리가 디제이로 분했다. 노래가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되거나,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연결되는 구성 또한 그렇다. 내가 4년 전 갔던 그의 내한공연 당시에도, 위켄드는 곡과 곡의 유기적인 연결을 중요하게 여겼다. 


과거 지향적인 앨범이다. 신스웨이브, 디스코, 신스팝 등 80년대 팝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장르적  요소들이 앨범을 지탱하고 있다. 음울하고도 공간감이 넘실대는 사운드에서는 디페시 모드가, 때로는 마이클 잭슨과 펫 샵 보이스가 떠오른다.  안정적으로 < After Hours >의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 듯 하다. 




비슷한 결의 신스팝 파티가 이어지던 도중,, 전설적인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목소리가 삽입된 ‘A Tale By Quincy'가 흐름을 붙들고 이완을 선사한다. (위켄드가 마이클 잭슨에 비교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퀸시 존스의 참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리고 시티팝의 명곡 아란 토모코의 노래 'Midnight Pretenders'를 통으로 샘플링한 ‘Out Of Time'이 이어진다. 이 앨범에서 가장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이다. 위켄드가 시티팝을 통으로 샘플링하다니! 위켄드표 레트로는 우리의 예상을 깨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4집을 발표한 아델은 스포티파이에서 셔플 재생(무작위 재생 기능)을 자신의 앨범에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들어달라는 것이다. 위켄드도 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How Do I Make You Love Me'의 드럼이 ’Take My Breath'로 이어지는 구성은 정말 절묘하다.  이 절묘함은 순서대로 들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이뿐만 아니라, 위켄드의 새 앨범에는 ’앨범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순간이 많다. 첫 트랙 'Dawn FM'에서 배우 짐 캐리의 목소리로 시작해, 다시 마지막 트랙 ’Phantom Regret by Jim'에서 짐 캐리의 목소리로 앨범의 문을 닫는다. 이 수미상관의 구조 역시 작품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Take My Breath'가 발표되었을 당시, 위켄드는 ‘After Hours는 끝났고, Dawn이 다가온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이 새로운 트릴로지(3부작)의 일부라고 했다. < After Hours >의 위켄드는 어땠는가? 상처 분장과 붕대로 공허한 마음을 표현했고, 모든 것을 비관했다. 철저히 무너진 자신을 재건하는 데에 실패하는 모습을 전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여전히 괴로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 천국을 바라보는 여정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짐 캐리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았듯.


리스너들의 지적처럼 < After Hours >의 ‘Blinding Lights'나 ’In Your Eyes'만한 파괴력을 가진 싱글이 많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더욱 응집력있는 앨범이 완성되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들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레트로 팝 앨범이다. 동시에 위켄드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아니지만, 위켄드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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