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금 Aug 21. 2018

산책길 걷듯 육아하기

육아가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을 안 했을 거다.


열 달 임신과 출산의 고통이 끝나면 행복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진짜 생존 게임은 육아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함께 생존하기 게임'이 본격적으로 실행된다. 나도 살고 아이도 살아야 한다. 본능과 이성 사이를 줄다리기하듯 밀고 댕기면서 인간으로 성장하는 길을 걷는 것이다.

막 세상에 태어나 짐승과 다를 바 없다가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해야 하는 아이와, 부모라는 이름에 어울릴 만큼 인격적으로 다시 한번 성장해야 하는 남편과 나. 미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육아는 치열하고 정신없고 힘들다.

수면부족과 체력 부족, 인내심 부족, 경험 부족, 이해심 부족. 내 모든 인격의 바닥을 마주하는 순간 육아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보다 나 자신을 키우는 일이 더 시급함을 깨닫는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렇게 힘든 육아도 지나고 보면 잠깐이다. 배냇짓하는 신생아 시절은 기억도 안 나고, 넘어질까 조마조마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유아 시절도 순식간에 지나고 어느새 소년 소녀가 되어 서있는 아이들을 마주한다. 첫째가 그랬고, 둘째도 그러했다. 이제 배밀이를 시작하는 셋째도 그러하겠지. 아 이렇게 죽을 듯이 힘들다가도 지나면 까먹고 마니까 결국 세 번을 반복했다.    

육아가 힘들어도 성장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힘든 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도록 힘든 만큼 죽도록 이쁘다는 식상한 표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인생의 행복이란 게 유별날 게 없다는 진리를 다시 상기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고 잘 놀아서 심신이 편안하면 행복한 거다.  그래서 지금은 영겁의 시간 같은 육아의 길을 잠깐 걷는 산책길 마냥 걷고 싶다. 오늘도 가벼운 마음으로 스트레스 없이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며.




유모차 하나에 아이 셋.뿌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