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귀한 명상
나는 올 1월에 결혼해서 이제 100일차가 되어가는 새댁이다.
내가 원래 살던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고, 본가가 가까운 남편은 차로 한두번 짐을 날랐을 뿐
대체로 내가 쓰던 가구와 집기류에 몇가지만 새로 추가하면서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장인인 우리 둘의 아침은 6:50AM에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소리로 시작되었는데
이번주부터는 내가 50분 더 이른시간인 6시에 일어난다.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탓에 일주일이 빈틈없이 바쁘게 돌아가는데,
그래도 아침식사만은 꼭 함께 먹고싶었고 평일에도 정시퇴근하여 저녁7시 이전에 집에 도착하는 나날은
직접 만든 밥으로 저녁식사를 함께할수 있도록 하고있다.
신혼집이지만 내가 2년 5개월정도 먼저 살았던 이집에서 나는
이사를 들어오며 다짐 하나를 했다.
가능하면 배달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가능하면 내 손으로 요리를 해서 조금은 더 건강하게 먹고 살겠다고.
결혼후에도 나의 결심은 이어져서 거의 매일 요리를 한다.
밥솥에 잡곡밥을 예약하고, 냉장고 속 식재료를 기억하며 일주일치 식단을 짠다.
야채나 두부 등 냉장고 속 재료를 버리지 않고 알차게 요리해먹으려면
부지런함과 동시에 아이디어도 꽤나 있어야한다.
낱개로 사는 것 보다 한 세트(스티로폼에 크게 들어있는)로 사는 것의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무작정 사버린 파래를 냉동소분해놓고 한봉지씩 꺼내 파래무침, 파랫국, 파래밥을 해먹는다던지.
시어머님이 삶은 옥수수를 10개나 주셔서 역시 냉동해놓고 한두개씩 꺼내 밥지을때 옥수수 알을 넣거나, 삶아먹기도 하고.
고구마를 잔뜩 얻은 날에는 고구마간장볶음을 해먹기도 했는데 이건 순전히 나의 창의력에 의해 탄생한 요리치곤 제법 맛있다. 짭조롬하고 달콤한 고구마.
아침일찍 일어나 조용한 주방에서 바쁜 움직임을 하며 요리하는 시간은 나에겐 명상과도 같다.
유튜브에서 관심있는 영상을 틀어놓고 귀로 들으며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고 썰고 볶으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 마치 명상같기 때문이다.
6:50이면 침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남편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자고 일어난 이불을 정리하는 재주가 없는데 남편은 항상 이불을 넓게 펴서 예쁘게 정리를 해놓고 침실을 나온다. 매일 밤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눕기 전, 예쁘게 정리된 침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7:10쯤 우리의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주로 아침뉴스를 들으며 밥을 먹는데, 어젯밤에 끓여놓거나 오늘 아침에 급하게 끓인 국, 새벽에 예약취사가 완료된 갓지은 밥, 반찬 서너가지를 차린다. 수저를 세팅하고 물을 준비하는 것은 남편의 역할이다. 식사를 천천히 하는 습관을 가진 남편을 뒤로 하고 후딱 아침을 먹은 나는 침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출근준비를 한다. 그 사이 식사 뒷정리도 남편의 몫이 된다.
한끼 식사를 준비하며 식탁을 차리는 모든 과정. 나는 그것이 숭고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던, 누군가를 위한 것이던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배고픔을 채우며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고, 고단했던 일상을 잠시 멈춰두고 쉼의 시간이기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채워가는 시간.
그래서 나는 식사시간을 퍽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모처럼 오전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토요일, 느긋하게 시작해볼 생각이다.
9시쯤 일어나 느린 템포로 아침을 준비하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식사를 할 것이다.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베란다 창밖을 바라보며 변동 심한 봄날씨를 가늠해보며
느리고 맛있는 아침을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