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대학원에 오퍼를 받았을 때 나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으므로, 입학을 1년 미루고 싶다는 요청을 학과에 보냈고 허가를 받았다. 조건을 만족하고 오퍼를 받아들이고 입학 유예하는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되었을 때 2024년 8월이었고, 둘째 출산을 1개월 앞두고 있었고, 입학은 2025년 9월로 1년 정도 남아 있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비자"였다. 물론 내 비자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비자였다. 2024년부터 영국 이민 정책이 바뀌어, 수업 위주의 코스(taught master)를 밟는 석사생들이 받게 되는 학생 비자는 더 이상 가족 동반을 보장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영국 입국 시점으로 초등학생 한명, 돌쟁이 한명, 남편을 한국에 두고 갈 수 없었던 내 상황에서 가족들이 무사히 비자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나의 전공은 아동발달과 유아교육... 주양육자인 내가 아이들과 1년 헤어지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거니와 남편과 1년 떨어져 지낸다는 것 역시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2024년 8월 기준으로 이런 상황이었다.
엄마 - 학생 비자 (by Oxford university)
아빠, 첫째, 둘째 - 무비자 6개월까지만 체류 가능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정부 장학금을 받는 것이었다. 정부 장학금을 받으면 가족 동반 비자가 발급된다. 그러나 2024년 8월 시점으로 나는 영국과 한국의 정부 장학금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물론 2025년에 다시 한번 지원할 생각이었지만 당연히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영국 외무성 장학금은 나라별 캐파가 따로 없는 것 같고, 한국 국비장학금의 경우 내 지원분야에서 4명 안에 들어야 장학금 수여가 가능했다). 난 특히나 이런 분야에서는 상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면, 정부 장학금이 안된다 가정하고, 아빠, 첫째, 둘째의 비자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첫번째로 남편이 비자를 받는 방법을 찾아봤다. 그 어느 것도 녹록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실질적으로 영국에서 학교에 다니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고 영국에 가서도 상당한 시간을 업무에 투자해야만 했고, 어린이집을 보낸다 해도 등하원 전후로 돌쟁이 아기 케어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나보다 더 바빴으면 바쁠... 사실상 이 유학의 최대 피해자...). 남편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었는데, 우리의 사업체의 지사(branch)를 영국에 설립하고 남편이 지사장으로 파견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1년, 연장해서 최대 2년까지 'Expansion Worker'라는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녀 동반비자도 나왔다. 문제는, 이 지사 설립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일단 영국에 지사를 설립해야 했고, 우리 회사가 영국에 지사장을 보낼 명분을 갖췄다는 스폰서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했고, 이를 바탕으로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서류들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신청 3년 전부터 해외와 지속적으로 거래했다는 기록도 있어야 하고(다행히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해외 거래가 있어서 증빙은 준비할 수 있긴 했다), 남편은 비자 신청 시점 직전 12개월간 우리 회사로부터 계속해서 임금을 받아 왔어야 했다(남편은 무임금 CEO로 일하고 있었음). 영국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런저런 서류들 및 사업계획서도 상세히 써야 했고, 영국 지사장으로서 거주하는 동안 상당한 수준의 임금을 남편에게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CEO인 경우 거의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지급해야 함). 매우 까다롭기 그지없는 절차였고 영국에 정말 사업적으로 진출할 계획이 없이 단순 비자를 받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진행한다는 게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엄마 - 학생 비자
아빠 - 지사장 비자(expansion worker visa)
첫째, 둘째 - 아빠 동반비자
그래서 눈을 돌려 아이가 비자를 받는 방법을 찾아봤다. 18세 미만의 아이가 비자를 받으면 남편이 '가디언 비자'라는 것을 받을 수 있다. 그 방법 역시 하나뿐이었는데, 첫째 아이를 '비자를 발급해주는' 사립 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child student visa라는 게 나왔다. 이 비자는 만 4세에서 12세 사이의 아동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비자였기 때문에,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낸다 하더라도 둘째 비자는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엄마 - 학생 비자
아빠 - 첫째 가디언비자
첫째 - 아동학생비자
둘째 - ?
그러나 더 찾아보니 학생 비자의 가디언 비자를 신청하려면 그 부모(아빠가) 영국에 홀로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우리집은 엄마도 영국에 있어야 하므로 이것도 패스…ㅠㅠ
그래서 나는, 영국 입국이 1년 조금 넘게 남은 2024년 8월 말 시점에, 가족의 동반 비자 발급을 위해 남편이 회사에서 1년간 월급을 받을 수 있게 준비해 놓기로 했다. expansion worker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우리 회사가 CoS라고 하는 스폰서십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게 2~3개월 걸리고 이 스폰서십 받은 지 3개월 안에 비자 신청을 해야한다니, 2025년 5월 정도에는 CoS 신청을 해야겠다. 이 비자 관련 정보가 별로 없다보니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인지 걱정이고 대행사는 몇백만원씩 수수료 받던데… 정부 장학금만 받는다면 정말 좋을 텐데. 흑흑
가족 데리고 석사 하러 가기 힘드네. (옥스퍼드만 아니었다면 포기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