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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Aug 24. 2024

영국에서 석사하기 - 준비기 2.비자 나오는 초등학교

석사생으로서 나의 비자는 가족 동반 비자가 나오지 않는 비자였다. 그래서 첫째 아이와 남편의 비자를 받기 위해 첫째 아이를 등록시킬 사립학교를 찾아봐야 했다.

(이후에, 사립학교 가디언 비자는 부부 중 한명만 영국에 있을 때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고 남겨둔다.)


문제는, 아무 사립학교나 보낼 수 없다는 것. 사립학교는 정부로부터 Tier 4 라이선스를 받아, 학생비자를 받는데 필요한 CAS(Confirmation of Accceptance for Studies) 넘버를 발행해줄 수 있는 곳이어야만 했다. 이 학교 리스트는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6c84aa8e7b39a1b6c5c29b3/2024-08-23_-_Student_and_Child_Student.csv/preview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옥스퍼드 혹은 옥스퍼드 근방에 이 리스트에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이었다. 옥스퍼드 학생은 옥스퍼드 중심부의 Carfax Tower로부터 반경 25마일 떨어진 곳에 거주하면 안 된다고 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기이한 규칙이 있다(학업에 열중하도록 하기 위함? 혹은 옥스퍼드의 부동산 업자들을 위함..?). 그러므로 내가 찾아볼 학교는, 이 기준을 충족하는 주거지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이어야만 했다. 옥스퍼드셔(옥스퍼드 시가 위치한 주 이름) 안에 있다면 대체로 이 기준을 충족하고, 그밖에 버크셔와 같은 인접 주에도 일부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있는 듯 했다.


아동발달과 교육학을 전공하고자 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렇다고 지역 내 아무 학교나 보내고 싶진 않았다. 특히나 너무 아카데믹한 곳은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만도 벅찰 첫째 아이에게 너무 힘든 선택일 것 같았고, 가급적 스트레스가 적고 야외활동이 많다거나 조금 대안적인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곳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조사해야만 했다.


1. Oxford 시에 있는, 비자 발급 가능 초등학교

    - Dragon School : 홈페이지를 봤을 때 상당히 아카데믹한 느낌이었는데, '명문'이라는 느낌이 좀 강한 초등학교인 듯 하다. 지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학교이고 학비도 비싸다(Year 2 기준 일년에 3,000만원 이상). 너무 비싼 것 같고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멀어 패스.

    - Chandlings Prep school : 성장 마인드셋, 아이의 자신감, 이런 것을 홈페이지에서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정부 제공 리스트에는 없는데, 리스트에 있는 Prep school trusted 그룹에 속한 학교라서 아마 비자 발급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드래곤 스쿨과 학비가 유사하게 매우 비싸서 여기도 아마 패스할 듯.(옥스포드 집세 + 사립학교 학비 ㅎㄷㄷ..)

    - Headington school : 학업 외에 예체능 등을 상당히 강조하고 이를 위한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가격도 위의 두 학교에 비해서는 좀 나은 편(Year 2, 1년 기준 2,400만원).


2. 레딩(reading) 시에 있는, 비자 발급 가능 초등학교 : 레딩 시는 옥스퍼드셔 밑의 버크셔 주에 있는데 25마일 기준을 충족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  Crosfield School : Forest school 프로그램도 하고 있고 넓은 야외 부지를 강조하는 점이 좋았음.

-  Dolphine School : Forest school 프로그램 외 hands-on experience, topic별 접근 등을 내세우는 커리큘럼이 괜찮아 보였다.

- Elstree school : outdoor learning 등 holistic한 접근을 취하는 것 같으나 2학년부터도 영어, 수학, 인지능력 등 등록 전에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홈페이지에 있어 조금 고민된다.


3. Moreton-in-Marsh 시에 있는, 비자 발급 가능 초등학교 : 옥스포드시에서 가까운 시이다.

-  Kitebrook prep school : 주변 환경에 green space가 많아서 좋다. arts, sports, outdoor activity와 forest school 관련 내용도 많이 언급되어 있다. 정부 제공 리스트에는 없는데, 리스트에 있는 Prep school trusted 그룹에 속한 학교라서 아마 비자 발급이 가능할 것 같다.


4. Witney 시에 있는, 비자 발급 가능 초등학교 : 옥스포드에서 가까운 시이다.

- Cokethorpe school : reception ~ year 2까지 pre-prep으로 묶고, play based learning을 강조하는 부분이 이 나이대에는 적어도 지나치게 아카데믹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 좀 되고 outdoor play 환경도 잘 갖춰진 것 같다.


5. Wallingford 시에 있는, 비자 발급 초등학교 : 옥스포드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이다.

- Cranford school : year 2는 junior 학교인데, junior는 입학 시험이 있는 듯 하여 패스. 홈페이지에서 본 전반적인 인상은 무난해 보였다.


이외에 비자 발급이 불가능하지만(혹시 몰라 메일로 물어봤다) 장학금이 된다거나 영국 지사를 세운다거나 하여 비자 문제가 없으면 보내고 싶은 1순위 학교가 있었는데 Oxford Montessori School 소속의 Forest Farm  primary school이다. 여기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기를 걸어둘 예정... 옥스퍼드와도 가깝고, 홈페이지는 상당히 허접하나 꼼꼼히 읽어보니 내가 추구하는 교육관과 많은 것이 일치한다. 입학시험을 보지 않는 이유도 명확하게 쓰여 있고, 내가 좋아하는 몬테소리의 핵심 가치들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느껴졌으며(우리 첫째 아이는 몬테소리 유치원에 다닌다), 환경적으로도 좋아 보였다. 평가 리포트도 읽어봤는데 훌륭했다. 이곳에 다니면 아이의 영국 생활이 좀더 행복할 것 같았다. (아, 학비는 상당히 비쌈. 영국 이주 시점의 자금 상태에 따라 선택이 어려울수도 있다.ㅠㅠ 1년 기준 2,900만원 정도)


이 학교들을 쭉 훑어보고 나서, 모튼인마시 시와 위트니 시, 레딩 시에서 옥스포드로 등하교가 어떤지, 그리고 둘째를 보낼 nursery가 있는지 알아봤다. 일단 모튼인마시 시와 레딩 시에는 옥스포드로 가는 기차가 있다. 위트니 시에는 기차역이 없다. 문제는, 영국은 옥스포드같은 대도시라 해도 서울처럼 교통이 잘 되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인터넷의 많은 사람들이 'traffic이 horrible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으며, 어마어마하게 막히고 주차하기도 매우 어려우니 차를 가지고 가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버스를 타면 되겠는데, 구글 맵에서는 버스로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고 그정도는 경기도 거주민 이력이 있는 나로서는 아무렇지 않았으나.. 차든 버스든 트래픽이 너무 심하다고들 포럼에서 겁을 줘서, 약간 걱정이 되긴 했다. 옥스포드를 제외한 각 지역별 커뮤팅 가능 여부에 대해 좀더 알아봤다.


1. 모튼인마시 시

- (장점) Kitebrooke 학교가 여기에 있는데, 학교가 사실 상당히 맘에 들었다. 연간 학비도 2100만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했고, 작은 목가적 마을로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매우 친절하다는 말이 보였다. 그리고 옥스포드로 바로 가는 기차가 있다!

- (단점) 타운이 많이 작아서 집을 빌리기 쉽지 않은 외국인 가족인 우리가 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둘째를 맡길 어린이집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어린이집이 없는 것은 아니고 1-2개 정도 있는 것 같다. 워낙 작은 마을인 것처럼 보인다.

- (대안) 여기 근처의 치핑 노턴이라는 곳에 살면서(여기는 약간 더 크다) 그곳의 어린이집에 둘째 드랍하고, 15분 정도 차타고 (모튼인마시 시 쪽으로) 가서 첫째 학교에 드랍하고, 10분쯤 가서 모튼인마시 시의 기차역에 나를 드랍하고 남편이 다시 집에 돌아오는 아침 루틴을 만들어볼 수 있다. 전체 한시간 정도 걸리는 루틴인데, 지금도 뭐 아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면 그정도 걸리기는 해서..


2. 위트니 시

- (장점) Cokethorpe school도 괜찮아 보였고 가격도 Kitebrooke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1년 기준 2650만원) 레딩이나 옥스포드보다 작지만 모튼인마시보다는 좀 크고 인프라가 좀더 있다. 이 도시에 대한 좋은 평가가 많았다. 둘째 맡길 어린이집도 좀더 있고 집 매물도 더 많다.

- (단점) 기차가 없다. 버스로 가면 한시간 걸리는데 옥스포드로 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 보니 피크 시간대에 많~이 막힌다고 한다. reddit에서 읽은, 장기 거주했던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주변 도시에 비해 상당히 집세가 비싸다고 한다(그래도 옥스퍼드나 레딩보다는 저렴한 듯 하다).

- (대안) 근처의 Hanborough로 가서 기차를 타는 방법도 reddit에서 누군가가 추천해주었다. 트래픽이 정말로 그렇게 헬이라면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서 기차로 커뮤팅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3. 레딩 시

- (장점) 도시가 크고 한인 커뮤니티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찾은 두 스쿨 모두 학비가 나쁘지 않았다(1년 기준 2,400만원 수준). 둘째 아이를 맡길 옵션도 훨씬 많다. 집 매물도 많은 편이다. 도시가 크다 보니 갈 곳이 많다고 한다. 옥스포드로 바로 가는 기차가 있다. 런던이 가깝다. 실질적으로 서울같은 편리한 도시에 살다가 너무 작은 곳으로 갔을 때 생각보다 너무 불편한 점이 많을 수도 있어서 규모 있는 도시에 거주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 (단점) 큰 도시다 보니 지역에 따라 치안이 불안하다는 말도 있다(다만 최근에 많이 안전해졌다고 하고 영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기도 한다는 기사도 있어서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옥스퍼드, 레딩, 모튼인마시(혹은 인근의 치핑노턴), 위트니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거주 가능한 옵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주를 일 년 앞둔 지금, 결과적으로 Forest Farm 외에 아래 학교들에 메일을 보내 비자 발급 여부와 대기 신청 가능 시기,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아이도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겠는지 등을 문의할 예정이다.

- 옥스포드시의 Headington school

- 레딩 시의 Crosfield school

- 레딩 시의 Dolphine school

- 모튼인마시 시의 Kitebrook prep school

- 위트니 시의 Cokethorpe school


알아보다 보니 또 하나 고민되는 부분은.. 혹 장학금을 받거나 영국 지사를 세워서 비자 문제가 없어질 경우에. 공립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공립을 보낼 것인지 사립을 보낼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애초에는 당연히 공립을 보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언어가 능숙하지 않다 보니 한 반에 인원이 많은 공립보다 인원이 절반 수준인 사립이 좀더 선생님의 도움을 더 잘 받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사립학교는 한국에 비해서도 교육 커리큘럼이 매우 자율적인데, 그런 만큼 공립학교에 비해 좀더.. 외국인인 우리 아이의 상황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곳으로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래 다닐 거라면 무조건 공립으로 가겠지만, 1년만 있다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그 1년이 너무 힘든 시간이기만 할까 봐 걱정이 사실 좀 된다.


이 부분은, 앞으로 1년간 우리의 사업 성장이나 장학금 여부 등을 보고 결정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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