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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 Aug 08. 2022

글을 쓰는 이유

왜 뜬금없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


사실, 절대 하지 않을 만한 일이었다일기를 보여주는 느낌이라 민망하고 부끄러울  같았고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어쩌다 이러고 있게 되었나.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글 쓰는 거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여 다시 말하자면, 끄적거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책상에 앉아 뭔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으면(ㅎ) 가장 먼저 하고 싶어 지는 것이 보통 일기를 쓰는 것이다. 생각이 많고 복잡할 때도 일기를 쓰며 정리하곤 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왜 내가 지금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지' 에 대해 손으로 끄적끄적 쓰며 다시 힘을 얻기도 하는, 약간 지나칠지도 모르는 필기광이다.


글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 상황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고, 공연을 봤거나,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거나, 어떤 시답잖은 고민을 했다거나 하는 지나갈 시간들을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것도 좋다. 차이가 있다면 보통 나는 손으로 써 왔다는 것과,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나의 별거 아닌 글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수필집을 읽었을 때였던 것 같다. 원래 수필집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때는 유난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 또 있다' 라는 사실이 묘한 위로가 되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처음 브런치에 글을 써 보았는데 생각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누군가 나의 생각에 공감해 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비슷하게,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이 이상한 위로가 될 때가 종종 있었는데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리고, 글을 쓰며 솔직해지는 과정이 좋았다. 자기 객관화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었달까. 익명 뒤에 숨어서(?) 나의 생각과, 하고 싶은 말과, 부끄러운 모습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것, 적어도 드러내 보려고 노력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내가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 아마 일기를 쓸 때인 것 같은데, 조금 더 정제된 글이긴 하지만 그 비슷한 것을 누군가 보고 공감한다는 것은 민망한 동시에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내 아무 생각들을 늘어놓은 것을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정제해보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일기보다는 더 많은 에너지를 들이게 되다 보니 자주 쓸 수는 없지만, 나의 끄적거림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라도 조금의 위로가, 따뜻함이 되어주길 바라며 종종 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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