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이러니를 사랑해. 그게 인생이니까

마음의 고향 오쓰를 떠나며

by 쓰는사람 명진

이제, 돌아가는 날

몇 없는 짐을 다시 숄더백안에 넣는다.

충전기와 모자, 그리고 종이 몇 장

해외여행이라기엔 숄더백 반도 채우지 못해 단출하다.


아빠 없는 혼자의 시간이 싫어 날아온 일본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이 아빠를 떠올렸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일본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애를 넘치게 선물 받았다.



"아이러니를 사랑해. 그게 인생이니까"


그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 걸 삶이라고 하는 걸까.




붐비는 교토역의 승강장을

헤매지 않고 걷고 있다.

이곳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는 걸까?

이곳으로 도착한 걸까? 생각하면서


비행기에서 보려고 유튜브를 뒤적여

영화 <나무 없는 산>을 찾아둔다.

어린 두 자매 진과 빈의 눈물겹게 슬픈 이야기인데

그 끝엔 나도 모르게 해피엔딩이라 느껴지는 걸 보면

어쩌면 찰리채플린은 옳았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오쓰에 처음 왔던 해에는

매 순간 울먹였는데

오쓰에 두 번째 온 올해는

자주 웃었다.

어쩌면 세 번째 올 때 즈음이면

영화 속 어린 주인공 진처럼

꽤 씩씩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매년 5월이면,

잎사귀에 비내음이 살랑일 때면

나는 또 설레겠지.

오쓰에 있는 세상 따스한 내 친구들이 그리워서,

아빠와 나를 닮은 작품이 어딘가 있을 듯한 교토그라피 사진전이,


누군가 여행이 치유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지.


"여행을 수없이 다녔지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나랑 오쓰 한번 가볼래요?


김영민 <가벼운 고백> 중에서




슬픔이 많던 여행기를

함께 읽고, 공감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작가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살다 보면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가는 경험이 있지 않던가요


유달리 힘든 내색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저에게

이곳은 저의 대나무 숲이었고

대나무의 바람소리를 듣고 찾아온 작가님들의 위로 덕분에

혼자 간 여행이

혼자 쓰는 여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참 따뜻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걸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