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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완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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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리 Apr 23. 2023

Done is better than perfect

목표는 마침표를 찍는 것.

계획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계획한 것들을 훑어보며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계획에 들이는 시간이 길수록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가고 기준도 점점 높아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더군요. 나름의 완벽했던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마주할 때 혹은 기대한 결과물에 근접하지 못할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시도한 흔적들만 남아있고 완성된 결과물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더군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 시작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시도는 하지만 마무리짓지 못한 것들이 어느새 마음의 부채로 다가왔습니다. 


이 글의 목표는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완벽주의'에서 '완료주의'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즐기기 위해 완벽하지 않은 글쓰기를 해보려 합니다.

때로는 공개하기 부끄러운 글도 있을 것입니다. 미숙한 글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 목표는 글을 쓰는 것이고 마침표를 찍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발행 주기와 방식을 변경될 수 있어도 글을 쓰고 마침표를 찍는다는 목표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글쓰기가 부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즐거움으로 남길 바라며, 

이제 시작합니다.



2023년 4월 3주 차


#월요일

'레버리지'책을 2 회독하고 있다. 오늘 읽은 구절 중 '시간'에 대한 인식이 강렬하게 남았다. 

시간을 쓰는 것인 아닌 버는 것으로 관점을 바꾼다. 

보통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인식했고 어떻게 잘 보낼까를 생각한다.

책에서는 시간을 돈과 같은 재화로 인식하고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서 버는 것으로 관점의 변화를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돈은 내가 하는 노력만큼 늘릴 수 있어야 하고(물론 완벽한 비례는 아니다.) 시간은 노력하여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번 시간을 내 가치를 실현하거나 목표에 가까이할 수 있는 일에 투자를 한다.

시간과 돈은 같은 재화이지만 성질이 다르다. 

출근길에 이 내용을 읽으며 회사에서 시간을 벌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시간을 벌 수 있는 루틴 한 업무는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모바일접근성이나 단위테스트 등 익숙하지 않은 업무가 많아 지금 당장 시간을 벌 수 있는 업무는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업무라도 어떻게 진행하냐에 따라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맡게 된 모바일접근성 업무는 시행령 개정부터 기준 등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꽤 썼지만 성과가 크게 나올 수 없는 업무였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 내 목표에 가까이할 수 있는 업무인지,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업무인지,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를 사전에 살펴보고 시간 안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화요일

이력서를 다듬고자 지난 경력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시 정리했다. 

이직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나는 그동안 혼란한 시간을 보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서비스기획자로 어떤 성장을 이루었을까?

이 질문을 답을 찾으려고 시작한 이력 정리는 아니었지만 지난 경력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어렴풋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생각했고 동일 연차의 다른 기획자보다 실력을 쌓지 못할 거라는 불안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그간의 일을 돌이켜보다 보니 지난 내 경력에 없던 경험들이 하나씩 쌓여가고 있었다. 

이커머스 사이트의 FO/BO/PO 전체가 바뀌는 큰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그중 검색과 데이터에 마두를 잡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PM 밑에서 개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고, 대기업 si회사와 소통, 내부 임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고 배우고 있다. 그리고 user story별 진행되는 테스트에 전체 도메인을 함께 진행하며 도메인 구분 없이 결제/배송/주문/상품/전시 등 이커머스 전체를 경험하고 있다. 

보통은 도메인 단위로 기획자가 존재하는 커머스사와 다른 이 회사의 독특한 구조가 나를 혼란하게 했지만 이 것을 나는 긍정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개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어필했었고, 검색 외에도 나의 역할을 넓혀갈 수 있었다.

그동안 내 불안은 이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떤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 막막함에서 비롯되었다. 불안의 요인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파헤쳐보니 막상 이렇게 불안할 거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깨달음 = 불안하다면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찾고 불안의 요인을 파헤쳐보자. 


#수요일

일의 감각

예전에 롱블랙에서 일의 감각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문득 오늘 서비스 기획자는 개발자처럼 가진 기술로 일을 하는 게 아닌데 어떻게 산업과 도메인을 바꿔가며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건 일에 대한 감각이 아닐까? 아직 기획자 3년 차로 일의 감각이 어떤 것일지 정의 내리긴 어렵다. 마케터 3년 기획자 3년 통합 6년 차의 직장인으로는 어렴풋이 일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내가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내가 가진 정보와 내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모두 끌어 모아 문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고 해결안을 찾아 진행시키고, 가장 중요한 함께 해결할 사람을 모아 공통의 목표를 심어주는 것이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이전 회사(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터득한 방식들이고 현재 회사(대기업)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지금은 다르다는 것만 알고 어떤 지점이 다른지 왜 다른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시작으로 나도 나의 일감각을 키워가는 거라 생각하고 잊지 말고 조금씩 기록해 둔다. 


#목요일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항상 메모지를 들고 다닌다.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기록해 두려는 편인데, 이것도 쌓이기 시작하니 휘발되는 게 아까워 어디 한 곳에다가 모아두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기니 또 글쓰기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진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멀까? 사라지는 내 생각들이 아쉬워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나는 전달보다 아카이빙의 목적이 큰 편이다. 아직은 독자를 위한 글쓰기를 하기에는 내 메시지가 정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메시지로 점철시켜 가는 능력도 부족하나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글에 부족함을 먼저 찾다 보니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진다. 그렇지만 욕심쟁이인 나는 글쓰기를 포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침에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의 부채를 글로 남겼다. 

내가 좋아하는 돌돌콩님의 eo 인터뷰를 보고 완료주의를 알게 되었다. 지금 내 글쓰기에 딱 필요한 마음가짐이었다. 완벽하지 못할 거란 생각 때문에 시작조차 고민하는 나의 상태. 

돌돌콩님의 조언대로 완료주의 글쓰기를 해보자!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

마침표를 찍는 글을 쓰고 그 시간이 재미있게 느끼자. 


#금요일

나도 누군가의 딸이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 14년 차가 되었다. 

혼자 지내면서 익숙해진 건 하루의 고됨을 홀로 삭이는 것이다. 나를 위한 저녁을 차리며 혹은 답답한 방을 나와 혼자 공원을 산책하거나 책을 읽는 등 집 밖 생활에서 얻은 온갖 부정의 것들을 잊기 위해 이리저리 외적으로 내면적으로 움직여왔다. 

오랜만에 엄마가 서울 내 집에 머무르셨다. 퇴근 후 어머니가 있는 집은 어색했다. 

이 집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주방에 있는 모습, 내가 아닌 남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 것이 처음이었다. 

어색했지만 행복했다. 그동안 혼자 삭힌 시간들보다 엄마와 함께한 3일이 일상의 고됨을 크게 잊게 해 주었다. 집에서 도통 웃을 일이 없었는데 계속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내가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낄 수 있어다. 이 기쁨과 행복을 지금 충실히 누리고 싶었다. 엄마는 고향으로 내려갔지만 아직 남은 엄마의 온기 가득한 냉장고의 반찬을 꺼내 먹을 때 나는 또 행복할 것이다. 

혼자 지내지만 나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딸이라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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