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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리 May 14. 2023

다시 0년 차가 되었다.

첫 이직 후 나는... 모든 게 리셋이 된 것 같았다.

나는 5년 차에 무려 만 4년 8개월 만에 첫 이직을 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고,  

그동안 나를 다독이고 마음을 다잡는데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이전의 경험과 터득한 스킬과 지식들이 사라진 것처럼 신입사원이 되어버렸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혼자서 일을 진행할 수도, 그럴 용기마저 사라졌다.

그렇게 다시 0년 차가 되었다.


첫 회사에 길들여지는 나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되겠어서 이직을 선택했다.

첫 이직준비는 순탄하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두 번째 회사는 큰 도전이라 여기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회사 정보도 찾기 어려웠고 나는 산업과 조직규모 심지어 기획분야도 바꿨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왜 정보를 찾기 어려웠는지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고,
다음 이직은 이런 큰 변화를 만들지 않는 게 낫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무엇이 나를 0년 차로 만들었을까?


   

1. 조직 규모의 차이


 이전 직장은 100명 이하의 조직이었고, 기획자는 나포함 3명, 개발팀은 10명이 되지 않는 조직이었다.

소통이 빠르게 잘되었고 빠른 test로 검증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지금은 30배나 큰 회사에 왔다.

의사결정의 프로세스가 나뉘어있고, 업무도 세분화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사일로가 꽤나 쌓여있고, 누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고,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알게 되더라도 여러 절차로 인해 더딘 진행이 나에겐 낯설었고, 일이 되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해졌다.

간단한 test조차 혼자 진행할 수 없었고, 진행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진작에 마무리되었어야 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언급되며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이 회사 밖에서도 문득문득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아직 이 부분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방법은 진행사항을 동료와 리더에게 오픈하고 그들이 잊지 않게 공유하고 있다.

진척이 되지 않는다면 리더의 권력을 레버리지 해서라도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리더에게 중간 상황을 계속 공유하고 있다.
내가 결정할 건인지 아닌지 아직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많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상황을 먼저 공유하고 있다.




2.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분야


 이전 회사에서는 Internal product를 담당했고 그렇다 보니 Front보다는 Back-end 기획의 비중이 컸다.


지금은 커머스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메인 담당 도메인이 있지만 그 일만 하지 않고 오히려 담당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직접적인 매출과 연관된 비즈니스, FO/BO/PO 시스템마다 다른 사용자가 존재하는 것은 나에게 첫 경험이다.

사용자 화면에 보이는 가격이 다인 줄 알았지만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가격도 여러 개 존재한다는 것을 BO 개편을 진행하여 알게 되었다. 커머스에는 보이지 않는 정보들이 세세하게 얽혀 있었다. 특히, 주문/정산/클레임..ㅠ

그리고 이 모든 정보가 PO/BO/FO 각 시스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흘러가야 한다.

보통은 상품/전시, 검색/추천, 정산 등등 각 도메인별 담당 기획자를 두지만 그런 여력이 되지 않는 지금의 조직에서는 소수의 기획자가 전체를 다 봐야 한다.


어쩌면 이 부분이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자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Back-end가 나에게 더 맞는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도 어쩌면 섣부른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커머스의 FO를 경험해 보니 '사용자 경험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FO를 나는 경험해 본 적이 없었구나'를 깨달았다. 처음이라 막막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이곳에서 나는 기획자로 확장성 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구나!로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커머스의 장점인 외부 레퍼런스를 분석해 보고 정리해 보며 공부해야 한다.

공부만이 지금은 살 길인 거 같다..!



3. 내부 개발조직/외주 개발


 내부에 개발조직이 있었던 이전 회사에서는 비즈니스 전략과 성과를 공유하면서 함께 프로덕트를 만들어갔기에 긴밀한 소통이 가능했고, 개발자들과 프로덕트의 방향을 맞추는 미팅을 진행하며 서로 간의 싱크가 맞출 수 있었다.

 이런 소통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쌓여 협업에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되었고, 손발과 마음이 맞춰지면서 pm 직무의 성취감과 재미를 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지금은 프로덕트 방향에 깊게 관여하는 pm도 아니고 내부 조직이 아닌 외부 업체와 협업하고 있으며 심지어 근무지가 달라 물리적인 거리도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이전보다 긴밀한 소통이 어려운 환경이다. 이전의 소통방식은 이곳에서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답답함을 느꼈고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을 안겨주었다.


 여전히 적절한 소통방식을 찾아가고 있지만 터득한 몇 가지 방식들이 있다.


 1) 요구사항을 더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가까이서 소통을 할 수 없기에 전달하는 내용이 더 분명해야 하고 예시자료가 있어야 한다.

어떤 기능을 왜 하고자 하며, 언제까지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해두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제 막 들어온 나보다 히스토리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개발자분들이기에 히스토리 공격(?)을 당할 수 있다.

그럼 의도와는 다른 결과물로 해결하고자 한 문제도 해결안 되고,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더 why에 신경을 쓰며 시각화된 자료와 함께 전달하려 한다.


 2) 대안을 2개를 준비해야 한다.

비즈니스 방향과 전략을 상세하게 전달할 수없기에 고민을 깊이 있게 함께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기획자인 내가 목적에 맞는 대안을 몇 개 더 준비해야 한다.

개발자분들은 개발환경과 기술적으로 불가하다는 것만 이야기해 준다.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 먼저 의견을 주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가능하다면 먼저 2~3가지 안을 준비하여 논의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먼저 전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적절한 방식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이끌어 내야 한다.


 3) 일정관리가 더 꼼꼼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 서비스만 담당하는 개발자분들이 아니다. 다른 서비스 조직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기에

개발자분들의 task에서 내 업무가 밀리고 또 밀릴 수가 있다.. 그래서 자주 연락하고 진행 상황과 일정을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중요도와 긴급도를 전달하면서 우선순위를 이야기해야 한다.




0년 차가 된 거 같지만 사실 사회생활 4년 넘게 길러온 일에 대한 감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습관적인 기록이나 실패 케이스를 생각해 두는 것, 공유의 중요성을 아는 것과 같이 스킬과 지식은 아니지만 몸과 머리에 남아 있는 이런 감각과 습관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열심히 공부했던 sql과 ga 등의 데이터분석 스킬을 지금 업무에 활용할 수 없어도

공부했던 방식과 무엇부터 어떻게 살펴보는 게 좋을지에 대한 접근들은 활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est를 했던 경험은 나의 업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에 도움이 되었다.


일의 환경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모두 활용되지 않을 수 있고, 내 머릿속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기록을 해두더라도 없어질 수 있다.

환경이 바뀌었을 때, 전혀 모르는 새로운 영역을 해야 할 때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몸에 남에 있는 일에 대한 감각과 습관들이다.

지식과 스킬이 일의 전부는 아니다.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일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를 아는 것도 결국 다 일의 영역에 포함된다.


첫 이직 후,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며 ‘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도움이 된 영상

https://youtu.be/jVIdsVr_b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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