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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Nov 27. 2023

따뜻한 메뚜기 튀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잔디밭을 밟으면, 폴짝거리면서 귀찮게 하던 메뚜기며 여치가 싹 사라졌다. 계절이란 건 참 묘한 거다. 그들을 다 어디로 보냈을까.


그들이 다 내 입 속으로 들어갔던 어린 날 한 때가 떠오른다. 신이 나서 메뚜기를 쏙쏙 잡아 페트병에 쏙 집어넣는 내 모습과 메뚜기 등껍질 쪽을 강아지풀에 꾀던 엄마의 모습은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대도시 근처 위성도시의 신축 아파트. 신축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대도시의 변두리였고, 듬성듬성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던 그때까지도 시골이라 치부되던 동네였다. 아파트 바로 앞은 하천이 흐르고 하천변 둔덕에 넓은 들판이 있고 거기서 텃밭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 술래잡기도 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던 내가 처음으로 빨간 무늬가 있는 물뱀을 봤던 곳이기도 하다.


하늘이 푸르고 높고 넓었던 어느 날이었다. 그 들판에서 온 가족이 메뚜기를 잡았다. 아빠와 오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지만, 그 날이 나에게 따뜻하고 평화롭던 느낌이 또렷이 남은 걸로 보아서…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잠시라도 틈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화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늘 화목하고 즐거운 우리집은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싸울 일이 없고 울 일이 없는 틈새를 찾아 열심히 행복해했다.


집에 돌아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메뚜기를 튀겨 먹었다. 팔딱거리며 살아 도망가는 그것들을 뜨거운 기름에 튀겼다. 나는 맛있다고 먹었다. 기름에 단백질을 튀겼으니 바삭해서 맛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징그러웠다. 하지만 나는 맛있다며 자꾸 집어 먹었다.


엄마도 메뚜기가 징그럽지 않았던 건 아닐텐데. 내가 자꾸 집어 먹으니 엄마가 즐거워했다. 엄마 어린 시절 엄마의 엄마가 메뚜기를 튀겨주던 이야기를 해가며… 엄마는 팝콘처럼 튀어 나오는 메뚜기를 패트병에서 꺼내느라 애를 먹으면서도 내가 메뚜기를 잘 먹는다며 메뚜기를 자꾸 튀겨냈다. 나는 또 자꾸 먹어댔다. 엄마는 내 인생에도 틈새의 행복이 끼어 있기를 바랬을거다.


그 들판에서 텃밭을 함께 가꾸던 한 두 해 정도는 내 유년시절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그래서 식물을 보고 만지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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