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깊게 팬 눈가 주름을 좋아한다. 한 평생에 걸쳐 그을린 듯한 검은 피부에 깊게 패인 눈가 주름. 그런 주름을 가진 사람을 보면 순간적인 충동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그 주름을 만지고 싶어진다.
이렇게 표현하면 누군가는 부적절하다 비난할지 모르지만, 나는 노동자가 좋다. 몸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 여름이면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노동하는 사람이 싱그럽다. 겨울이면 입에서 펑펑 터져나오는 그 하얀 김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생동감 있다.
사법연수원 근처 동네 카페에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변호사가 되고도 취직 걱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시렸던 때였다. 일산의 빌딩들 사이로 부는 칼바람은 또 왜 그리 시리던지.
땡그랑. 종소리와 함께 찬바람이 쓱 밀려들어왔다. 푸르스름한 작업복을 입은 한 남자였다. 작업모는 손에 든 채 그의 머리카락은 모자 자국에 살짝 눌려 있었다. 솜이 누벼져 있는 작업복이었는지 그가 움직일때마다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났다.
가게 안은 춥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등을 구부정히 구부린 채 후루룩 후룩 그가 커피 마시는 소리만이 가게를 가득 채웠다.
그가 커피 마시는 모습에, 그 소리에 내 온 신경을 집중했다. 따뜻하고 싱그러웠다. 노동하는 사람이니 커피도 국물 마시듯 활기차게 마신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편견 가득한 생각이었다. 아마 나는 그동안 커피라는 건 우아하게 또는 점잖게 홀짝홀짝 마셨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가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맛있어 보였다. 그냥 아메리카노를 시켰던 것 같은데, 뭔가 생명수 한 그릇을 달디달게 마시는 것 같아 보였다. 입만 벌려도 입김이 시릴 정도로 추운 한겨울 따뜻한 차 한 잔은 누구에게라도 그럴 수 있겠지.
그는 다른 행동없이 오로지 커피만 후루룩후루룩 마시고 나갔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근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