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지혜 Jun 15. 2023

생각할 권리를 보장하라

나의 인지행동치료 노트



유튜브 유료서비스를 해지했다.


아쉽게도 해지했다.


광고 없이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유료니까 가입비 낸 만큼, 내가 낸 가입비보다 더 많이 챙겨 봐야 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봤다. 그러다 유튜브 없이 못 사는 사람이 되었다.


유튜브는 장점이 정말 많다.


누군가의 오랜 연구의 결과, 실패와 성공의 경험담, 맛깔난 요리 노하우까지 양질의 정보를 공짜로, 그것도 무궁무진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트렌디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알고리즘은
너무 자극적인 제목에
나를 노출시킨다.

“주가 폭망. 이러다 다 죽는다.”

“이번 기회 놓치면, 내 집 마련 죽을 때까지 못한다.”

“자녀에게 OO. 평생 트라우마 남긴다. “

등등.


자극적이다 못해
폭력적이다.


주가 좀 망했다고 해서 왜 모두가 죽을 일이며, 죽을 때까지 내 집 마련을 못하라는 악담을 하려는 것인지, 자녀 인생에 평생 트라우마를 남기고 싶은 부모는 어디 있을 것이며…


게다가 표현만 과장된 건지 거짓말에 가까운 과장인지? 과연 믿어도 될지 무시해야 될지? 잠깐 스치는 순간 그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각하는 능력이 마비되어 가고 만연히 그들의 말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흡수해버리고 만다.


알고리즘을 타고 흐르고 흐르다 보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만 무언가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고, 나만 시대에 뒤처지고 있고, 나만 잘못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나만, 나만, 나만… 유튭은 내게 진지하게 무언가를 생각할 기회와 시간을 주지도 않는다. 어느새 내 눈과 뇌는 생각하는 방법을 망각하고, 불안하다는 감정과 묘하게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유튜브의 제목들은 좋아요와 구독에 목마른 누군가의 손짓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클릭되지 않고서야 보는 사람도 올린 사람도,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기에 자극적, 점점 더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때로는 진실과 필요에 가깝지만 때로는 과장이고 때로는 허위이고 때로는 그냥 길 가던 과객의 의견일 뿐이다. 진실과 허위를 내가 판단한다는 것. 믿고 안 믿고를 내가 선택한다는 것.


생각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유튜브 유료서비스를 해지했더니 갑자기 남는 시간이 많다. 오늘은 천천히 생각해 보아야겠다.


나에게 생각의 권리를 허하라.



작가의 이전글 [재산보전(1)] 돈갚을 사람이 무자력이 되버렸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