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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Feb 22. 2024

아이들과 떨어진 지 보름이 다 되어간다

스스로 결정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주 전 목요일에 설을 맞아 여수 부모님 댁에 내려갔다. 일요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올 계획이었는데 토요일이었나? 큰 아들 하군이가 여수 할머니집에 있어도 되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친할머니 집이긴 하지만 집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지내보겠다고 이야기한 것도 처음인데 그 기간이 무려 2주로 짧기 않았기 때문이다. 2주 뒤 토요일 주말에 사촌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다시 여수에 내려와야 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름 고민한 결과였다. 내려오는데 9시간이나 걸렸던 것도 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 결정이 부모인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고무적이지만 2주 동안 아빠의 굴레를 벗어나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상상 했는지 모른다. 아마 이게 가장 큰 이유였으리라. 


이제 이틀 뒤면 여수에 내려가서 아이들과 대면해야 하는데 이렇게 긴 기간 떨어져 지내면서 느낀 감정과 전해 들은 아이들의 근황을 남겨두고 싶어 브런치에 남긴다. 


참! 큰 아들 하군이가 여수에 있겠다고 결정을 하고 둘째 대한이도 형이랑 같이 있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1. 이틀 만에 눈물의 영상통화

일요일 새벽에 딸내미만 데리고 서울로 출발했다. 허전한 뒷자리가 너무 어색했고 교회에서 빼곡히 앉았던 자리도 여유로우니 이상했다. 교회 성도님들은 왜 딸내미도 놓고 와 신혼을 즐기지 그랬냐며 그러신다^^; 첫날 저녁에는 뭔가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밥도 잘 먹고 낮에 잘 놀았는데 저녁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둘째가 눈물을 글썽거린다. 제일 까불고 자기주장이 강한 대한이 인데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표현하니 너무 사랑스러웠다. 


2. 구글 포토, 아이폰 앨범에서 아이들 사진을 보니 더 보고 싶은 아이들

아침마다 휴대폰이 과거의 사진을 띄워준다. 평소에는 보고 넘기는 사신들인데 어느 날은 어렸을 때 아들들 사진을 보니 마음에 찌릿한 게 아닌가. 하던 일을 제쳐두고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확인했다. 아침에 공부 다하고 영상 보고 있다고 보다 힘 있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었다. 영상 보면 멍해져 있는 모습을 싫어한다는 걸 아는 아들은 아침에 할 공부를 다했다는 걸 강조하듯 말하여 아빠의 잔소리를 먼저 차단한다. 그래, 아빠의 잔소리를 벗어나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지! 아빠와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답답했으리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3.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에 녹아든 아이들

가끔 주말 토요일에 여수 부모님은 교회 성도들과 산행을 하신다. 손주들을 데리고 다녀오셨는데 그렇게 이쁘셨나 보다. 오르는 내내 둘이서 장난치고 그러면서도 앞서 가려고 부지런히 올라갔다는 것이다. 하긴 서울에 있을 때에도 북한산 험한 길로 정상까지 다녀왔으니 여수 쪽 아담한 산들을 쉬웠으리라. 큰 아들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모바일 게임 용도로 하루 1시간 사용하는 게 전부였다. 여수에 있으면서 휴대폰의 기능을 조금씩 사용하고 있는데 산행을 하면서 이쁜 꽃들이 보이면 찍어서 엄마한테 계속 보냈다고 한다. 아빠한테는 안 보냈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이들 산행 사진을 잠깐 감상해 보자. 


4. 곧 만나자 아들들아

나는 부드럽고 자상한 아빠는 아니다. 표현도 거친 편이라 그런 아빠들에 비하며 아빠로서 점수가 낮을지 모른다. 2주 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아이들 생각을 종종 하게 되고 어렸을 때 사진을 볼 때 내가 아이들을 참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느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직장에서도 가장 바쁜 시기 었던 기억이 난다. 충분히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사진 속 아이들이 너무 많이 커버렸다는 아쉬움이 한편에 남았다. 여수에서 아들을 만나면 꼭 안아줘야겠다. 그리고 여수에서의 자유로움을 서울 와서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할 때 아이들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줘야겠다. 더 커버리기 전에 그래야겠다. 아... 보고 싶다 아들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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