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을 가진 것이 아닌 환경과 주변에 반응하며 살아온 삶
12시경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힘들게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동료가 많은 도움을 주었고, 기댈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전셋집 구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고, 자기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안정될 것 같아서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바람을 핀 것이다.
나와 사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
역시 나는 순진하게 상대를 너무 믿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와 함께 하면 불안한 미래가 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재고 따지며 간 보기를 하다 이제 마음의 정리가 되고 나니 나에게 통보를 한다.
나는 참 바보 같고 병신 같았다.
속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가서 헤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지만 배신감이 크다.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러다 나의 사주를 다시 보게 되었다.
화염조토 사주, 홀아비 사주 → 눈물이 나는 사주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와 헤어진 후에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이라면 잘해주지 못한 내가 미안했으리라.
하지만 나와 만나는 중에 타인에게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
내 존재감을 심연의 밑바닥까지 가라앉게 만든다.
사귀면서 도움이 되거나 힘이 된 적 없고,
나를 믿고 지지해 주고 챙겨주고 있다는 감정을 14년간 사귀면서 느껴본 적 없다.
말은 항상 날 사랑한다 말하지만 나와 함께 살아가며 이겨가자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귀엽고, 착하기에 내가 키워야 할 딸이다 생각하며 보냈다.
항상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주변에 대해 반응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가진 것 없고, 어려운 형편에 이 나이 먹고 자리잡지 못한 내 모습에 자신감 있게 함께 살자. 결혼하자는 말은 못 하고
상대가 받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그렇기에 내가 느낀 배신감을 토해내듯 상대에게 저주를 퍼부울수 없기에 더 무력해 보인다.
A양(20-21), B 양(25), C 양(27) 그리고 그녀(31-44)까지...
항상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헤어지자 끝맺음을 하지 못하고 버림받을 때까지 기다려 왔었다.
적극적으로 사귀자 말하며 사귄 것이 아니라 잠자리 후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고,
헤어짐도 상대방이 떠나야 끝나는 관계였다.
적극적으로 쟁취하지도, 능동적으로 관계를 정리하지도 못하고 항상 상대의 변화에 반응하며 살아왔던 인생이다.
#화염조토 #반응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