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다이어트는 '수치심 다이어트'
초여름을 즐길 새도 없이 찾아온 더위, 한여름 날씨-
짧아지고 얇아지는 옷차림에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4글자는 역시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그 이름
다.이.어.트.이지요?
다가오는 여름, 아니 이미 다가온 여름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
출산 후 & 육아 전쟁 중인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우리 올 여름엔 꼬옥~~~~~ ○○○ 다이어트에 성공해 보아요 :-)
"내 몸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한 건 사춘기가 극에 달한 중학교 2학년 무렵. '중2병'의 시작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었고, 그 관심은 자연스레 다이어트로 연결됐다. 오로지 살 빼기에 집중하며 사춘기 시절을 보냈지만 수험생활 3년 만에 몸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고, 수능 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남은 것은 견딜 수 없는 허탈감과 70kg이 넘는 몸무게뿐이었다."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언제나 통통한 편이었던 저는 인생의 대부분을 '다이어트'에 바치며 살았고, 지독하게도 시달렸지만,
70kg가 넘는 몸무게도 "예쁘다. 딱 좋다. 왜 살을 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말하는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 준비를 하며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도 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54kg, 55사이즈.
몰라보게 날씬해진 몸으로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올렸지만 결혼 한 달만의 임신과 출산- 독박 육아를 거치며 제 몸은 다시 부풀어 올랐습니다.
"TV 속 엄마들은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여전히 가녀린 몸매로 날씬한 S라인을 뽐내건만,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망측한 상태. 꼴도 보기 싫은 몸뚱이를 벗어나고 싶어 여러 번 다이어트에 도전했지만, 제대로 잠도 잘 수 없는 독박 육아의 늪에서 다이어트는 언제나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다."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사진 속의 내 모습을 참 많이도 미워하고 혐오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몸뚱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몸뚱이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다만 한 시간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생활을 지속하면서도 언제나 다이어트, 다이어트.
하지만 출산 후의 다이어트는 결혼 전의 다이어트와 같을 수 없었어요.
규칙적인 식사를 할 시간도, 운동을 할 짬과 기운도,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길 여유도 없는 엄마에게 다이어트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졌고,
연이은 실패와 산후 우울증은 절식과 폭식이라는 식이장애를 불러왔습니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다 먹고도 한 봉지 가득히 사 온 빵과 과자를 끝없이 입으로 밀어 넣는 내 모습을 매일 마주했다. 아무리 다짐을 하고 마음을 잡아도 심각한 폭식을 멈출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인간의 모습인가, 사람의 몸을 하고 이렇게 무식하게 처먹을 수 있는 건가’ 나 자신에 대한 환멸과 혐오가 경계선을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남편은 나에게 거금을 건네주었다."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이걸로 일대일 PT를 받든, 다이어트 컨설팅을 받든, 사고 싶은 물건을 사든,
그게 무엇이든 지금 당장 당신의 우울하고 힘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도해보라며 독려해준 남편.
그 따뜻한 배려와 응원에 힘입어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고가의 다이어트 컨설팅을 받았고,
저는 한 달 만에 8kg을 감량해 결혼식 날보다도 날씬한 몸매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저는 분명히 날씬해졌는데, 난 이제 결혼식 날보다도 가벼운 몸무게인데-!
거울 속 내 모습은 여전히 추하고 부끄러울 뿐이었어요.
옷으로 가리고 감추지 않은 나의 벗은 몸.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의 몸은 여전히 울퉁불퉁 두둑두둑.
열심히 살을 뺐다지만 여전히 50kg 중반대, 55사이즈.
내가 늘 쳐다보고 바라보고 부러워하고 이상화하던 그녀들의 몸매와 내 몸의 간극은 거대했고,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한들 내 눈에 들어와 있는 그녀들의 모습이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함을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산후 다이어트에 성공한 나에게 남은 건 엄청난 체력 저하와 잦은 병치레, 생리 불순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이었다. 날씬해진 몸에 대한 만족감도 있었지만 이 모두를 상쇄할 만큼의 달콤함은 아니었다. 걸핏하면 짜증을 내며 하루가 멀다 하고 몸져 누워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철저하게 제한했던 섭취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극복한 줄 알았던 폭식증이 다시 찾아오며 몸무게는 슬금슬금 올라갔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요요’! 요요의 덫에 빠져든 것이다. "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저는 다시 62kg, 다이어트 성공 전의 몸무게로 돌아왔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가. 그렇게 큰돈을 써서 살을 빼놓고 다시 살이 쪄?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자책하고 절망하기 딱 좋은 상태. 다이어트 전보다 더 깊은 우울에 빠져 있어야 자연스러울 상황이지만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지금 내 몸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지금 너를 괴롭히고 있는 감정, 네 몸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감정이 바로 '수치심'이라고,
수치심은 네 안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문화 속에서, 우리 '밖'에서 오는 감정이라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심에 사로잡혀 내가 나를 혐오하고 고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수치심을 촉발하고 부채질하는 사회와 공동체의 기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금발의 멋진 언니 -
수치심 연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의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를 만났기 때문이에요.
• 외모에 대한 사회와 공동체의 기대는 무엇인가?
• 왜 이런 기대가 존재하는가?
• 이런 기대가 어떻게 작용하는가?
• 우리 사회는 이런 기대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가?
• 이런 기대들로 수혜를 입는 이들은 누구인가?
-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중에서
"미용・다이어트・화장품・성형업계는 매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대부분의 여성이 스스로를 너무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생각하며 수치심을 느끼는 덕분에! 외모가 여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화장이나 다이어트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가 된 것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려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결과물이다. 이는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특정한 의도 속에서 만들어진 ‘강요된 기대’일 뿐. 우리는 왜 TV 속 연예인처럼 날씬해져야 할까? 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단 하나여야만 할까? 어째서 여자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를 부정하고 극복해내야만 할까?"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날씬한 몸매와 아름다움을 부추기고 강요하는 그들의 기대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수치심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나를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는 건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며
'나만 이렇게 형편없다'는 부당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하는 책을 만났어요.
그래서 저는 시작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다이어트! 체중 감량은 하지 않는 다이어트!
살찐 내 모습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산과 육아로 무너지고 비틀어진 내 몸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스트레칭을 해요.
내 몸에 붙어 있는 지방 덩어리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쿵쾅쿵쾅 힘차게 뛰는 심장박동을 느끼기 위해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만큼 사라지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땀 흘린 뒤에 하는 샤워가 주는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서 운동을 합니다.
더이상 절식과 폭식을 반복하지 않아요. 하루 세 끼와 끼니 사이의 간식을 충실히, 정성껏-
빵이 먹고 싶지만 그건 밀가루니까 현미밥을 선택하고, 탕수육이 먹고 싶지만 그건 고칼로리니까 닭가슴살을 선택하던 나와는 이별하고,
지금 이 순간, 오늘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기쁘게, 맛있게, 감사하게 먹으며 기록합니다.
2년 전에도, 1년 전에도, 3개월 전에도, 오늘 아침에도 나는 계속 62kg.
체중계 위의 숫자가 동일할 지라도, 세상의 잣대가 말하는 숫자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저 성실하게, 충실하게, 오늘의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하루하루를 쌓아갑니다.
목표 체중도, 다이어트 자극 사진도 필요없는 하루하루.
다만 나. 지금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소중히 여기면서요.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 중 몸매에 대한 세상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모성'과 '바디이미지'라는 거미줄에 칭칭 감겨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대와 말하기, 그로 인해 되찾게 될 자유다."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중에서
하늘하늘 여리여리한 그녀들과 다른 나,
온갖 육아서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좋은 엄마'와 다른 나.
발버둥치고, 몸부림치고, 버둥버둥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S라인'과 '좋은 엄마'를 향해 오늘도 괴로운 하루를 보내고 계시다면-
다가오는 여름, 아니 벌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 여름에는 우리 꼭!!!! 성공해봐요!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다이어트는
내 몸에 붙어 있는 지방과 셀룰라이트를 제거하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세상의 기대와 잣대에 꽁꽁 묶여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 하고 괴롭히는 하루를 지워가는 수치심 다이어트!
우리가 반드시 되어야 할 나는
군살 없는 S라인을 뽐내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소중히 여기는 '오늘의 나'입니다.
'나는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해.'
'나는 인간도 아니야. 아니 짐승만도 못 한 존재지.' '나는 대체 왜 이모양 이 꼴이지?'
엄마 자격도 없는 내가 한심하고,
뚱뚱한 내 몸뚱이가 꼴보기 싫을 때-
'좋은 엄마'라는 모성상과 'S라인'이라는 바디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악랄한 감정 '수치심'
엄마들을 괴롭히고 파괴하는 감정의 실체와 극복 과정을 더 자세히 듣고 싶으시다면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의 1장 '서재에서 찾은 거울'을 읽어 보세요.
제가 쓴 책이라 할지라도 책 속의 내용을 죄다 들고 와 공개할 수는 없어(사실 지금도 과하게 들고왔...;;;;)
부득불 바디이미지로 인한 수치심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 보았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