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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Feb 16. 2022

퍼스널 브랜딩, 나를 포장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변호사였던 나는 그곳에서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었다. 그게 나의 착각이었음이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깨지면서 배워나갔고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일에 점점 지쳐갔다. 의뢰인의 푸념을 들어야 했고,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 내 몫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개업을 할까란 생각이 움트기 시작했다.  


더구나 결혼을 하고 보니 임신과 출산, 육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적으로 성장하고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 역시 소중했다. 나는 일도 육아도 모두 잘하고 싶었다. 의뢰인이 내게 의지하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변호사로서의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줬다. 오롯이 의뢰인에게 집중하고 일을 통해 보람을 찾고 싶은 마음은 나를 개업 변호사로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왜 퍼스널 브랜딩인가


막상 개업을 하고 보니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막막했다. 대부분의 사건 수임은 지인 소개가 기반이었고 슬슬 한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건 수임을 지속하려면 지인을 늘려야 하는데,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가 고민이었다. 돌파구를 찾고 싶은 마음에 마케팅이나 영업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광고를 하지 않고 꾸준히 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니. 나를 제대로 알고 찾아가는 과정 속에 브랜딩이 된다는 게 맘에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인 김인숙 대표님이 운영하는 드림브랜딩 수업을 들었다. 드림브랜딩은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꿈을 위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4주 동안 매주 미션을 해나가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퍼스널 브랜딩은 사람들이 특정분야에서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동 심리 분야 하면 오은영 박사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진정한 나를 발견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광고나 마케팅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퍼스널 브랜딩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나를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나만의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사람(의뢰인)과 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는 어떤 변호사이고 싶은가


퍼스널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나는 어떤 변호사이고 싶은지로 이어졌다. 변호사로서의 내 모습 중에 ‘신뢰할만한 변호사, 글 쓰는 변호사, 꾸준함’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모습들이 의뢰인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김키미 작가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에서 “마케팅은 나에게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브랜딩은 상대의 인식 속에 생겨나는 것이다. 마케팅을 통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린다 한들, 상대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브랜딩은 실패다. 그렇다면 스팸이 아닌 마케팅으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타인에게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에서 '좋은'에 해당하는 나의 정체성을 먼저 발견해야 할 것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바로 그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의뢰인이 사건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변호사,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변호사로 인식되길 바랐다. 이런 인식이 내가 주입한다고 생겨나는 건 아니다. 광고 문구에 ‘믿을만한 변호사’ ‘무조건 당신 편인 변호사’라고 쓴다고 해서 그 광고를 본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건 아니듯이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건 어려운 문제이다. 스스로 나는 좋은 변호사라고 말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의 변호사, 내가 추구하는 일에 대한 가치와 생각을 글로 쓰기로 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자 고민하는 과정을 글로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변호사가 되면 자연스레 상대방도 그렇게 인식하게 될 거라 믿었다. 적어도 꾸준히 노력하는 변호사로 비칠 수 있다고 여겼다.     


글을 쓰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걸림돌이었던 건 두려움이었다.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두려움,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 욕먹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한동안 망설였다.     


썼다 지웠다, 다시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겨우 '발행'버튼을 누르곤 했다. 여전히 글을 쓰고 발행하기 전에는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는 과정을 겪는다. 내가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되뇌는 3가지가 있다. 스스로 용기내기 위한 주문이기도 하다.     


1. 내 전부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박창선 작가는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에서 “내가 제품에 담아내는 것은 내 전부가 아닙니다. 사람은 본래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나를 드러내기 두려웠던 나에게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글을 통해 드러내는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이 모습이 내 전부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이게 나라고 단정 지으면 어쩌지’하는 마음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내게 어느 날 지인이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라는 말을 건넸다.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써보라고. 돌이켜보면 이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은 읽는 이에게는 수많은 글들 중에 한 편일 뿐이다.      


2. 완벽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법률 정보를 다루는 글을 쓰다 보면, 혹시 내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변호사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물론 일을 할 때에도, 전문적인 글을 쓸 때에도 검증에 검증을 거듭한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찾고, 실무지식이 바탕이 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면서 공부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까, 이런 두려움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도움이 되지 싶다.     


블로그에 정보성 글을 쓰면, 비밀 댓글로 질문이 달리기도 하고 도움을 받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한다. 그게 엄청난 힘이 된다. 완벽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만 챙기면서 글을 쓰고 있다.     


3.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비난 댓글이 달리거나 내 글을 불편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한다. 적당한 자기 검열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듯, 욕먹기 싫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건 안 될 말이다. 살면서 욕을 안 먹고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해도 싫어할 사람은 있고, 좋아할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도,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도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나를 위한 조언은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 글만 보고 나를 평가하고, 내 생각을 폄하한다면 그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건 수임을 위해 글을 썼지만,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수임이 아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의뢰인이 찾아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목적 하에 글을 썼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알았다. 내가 원하는 변호사의 모습, 일의 방향과 가치를 다듬어 가고 있다는 게 글을 쓰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자 기쁨이다. 글을 쓰는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계속 글을 쓰는 이유이다.



※ 이 글은 출간 예정인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가제)의 일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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