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사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혜정 변호사 Feb 23. 2022

정보성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필요하다. 글감은 마냥 툭 던져지는 게 아니다. 쓸거리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다 쓸 수도 없다. 블로그 운영에 관심 있는 동료 변호사들은 내게 ‘무엇을’과 ‘어떻게’를 물어봤다. 글을 쓰는 방법과 글감을 궁금해했다. 나 역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무엇을 써야 하나 참 많이 고민했다. 잘 쓰고 싶었고 내가 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랐다.     


글감은 주변에 있다       


손쉽게 글감을 찾는 방법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지만 의뢰인들은 절차나 관련 법리 등 궁금한 것이 많다. 사람들은 변호사에게 편하게 질문하고 답을 얻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변호사를 선임했는데도 사건을 맡긴 변호사에게 묻지 않고 인터넷에 검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본인이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세세한 것들은 물어보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개개의 사건은 천차만별이지만 의뢰인들이 매번 물어보는 공통된 질문이 있다. 의뢰인이 내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적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소송하면 얼마나 걸리는지,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기초적인 질문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뢰인이나 내담자들이 하는 반복적인 질문은 어김없이 글감이 됐다.      


블로그에 쓴 ‘어떤 변호사에게 내 사건을 맡길 것인가’라는 글은 우연히 맘카페에서 본 글이 발단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사건이 끝날 때까지 변호사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사건 결과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사건이 이미 끝나 있었는데도 몰랐다는 글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스스로 선임한 변호사를 만나지 못할 수 있는지, 본인도 모르게 사건이 끝날 수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자신도 변호사와 연락이 닿기 힘들었다거나 만나지 못했다는 내용의 댓글이 적지 않았다. 맘카페는 육아에 필요한 정보를 보러 들어갔던 건데 이런 글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변호사를 선임할 때 주의할 점, 그리고 인터넷으로 자신의 사건을 검색해서 진행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글로 썼다.      


의뢰인들은 사건 결과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함에도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살면서 송사를 겪을 일이 많지 않다. 그러니 관련 법이나 소송 전반의 절차에 대해 생소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불안함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다. 의뢰인이나 내담자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필요로 할만한 정보를 미리 알려준다면 어떨까. 작은 배려가 모여 변호사를 신뢰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네이버 지식인의 질문 역시 좋은 글감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몇 개의 글만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글을 쓰면 댓글로 추가적으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그런 질문들 중에는 하나의 글감이 되어 새로운 글로 탄생하기도 한다. 정여울 작가는 책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창조성은 절실함과 관찰력의 하모니에서 나온다고 저는 생각해요. 내 안의 간절함과 끈질긴 관찰력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 창조적 아이디어가 피어오릅니다. 내가 글을 쓰고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내가 결코 정체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서 느끼는 기쁨도 큽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 자체에서 느끼는 내적 희열이 창조성의 결정적인 동력입니다.”라고 했다. 나는 신문을 볼 때도 책을 읽을 때도 판례를 대할 때도 쓸거리가 없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를 생각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부터 얻은 수확 중 하나는 글감을 수집하는 습관이다. 수집은 눈에 띄는 글감을 모은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책을 보든 신문을 읽든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이 생겼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한다. 김정운 작가는 책 《에디톨로지》에서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창조가 막연한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이론을 펼치는 논문을 쓰는 게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쉽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존의 법조문, 법리, 판례 등을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내 나름대로 정리할 뿐이다.     


무조건 쉽게 써야 한다     


법률정보를 찾는 이들의 대다수는 법에 문외한 사람들이다. 특히 내 기준에서는 당연한 법률용어라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낯설게 느낄 수 있다. 가급적 일상어를 사용하고 법률용어는 부연 설명을 하거나 괄호 안에 넣는다.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니면 과감히 삭제하기도 한다. 굳이 어려운 법률용어를 써서 전문성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글을 쓸 때는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글이 잘 읽혔으면 하는 마음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한다. 관련 분야의 지식을 쌓고 최신 판례와 이슈를 챙기면서 공부하기도 하지만 글쓰기 자체에 대한 고민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는 내 글이 쉽게 읽혔으면 해서 남편에게 피드백을 부탁한다. 법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남편이 이해된다고 하면 안심하고, 보충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 글을 수정하면서 보완해나갔다. 내 글이 조금이라도 읽기 편했다면 그건 매번 싫은 내색 없이 꼼꼼하게 봐주는 남편 덕분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을 쓴다     


지금 당장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변호사가 없어도 절차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인데도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쓰인 글을 간혹 볼 때가 있다. 그런 글을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나 역시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초록창에 검색을 하는데,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들어간 글에 정작 필요한 내용은 없을 때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보성 콘텐츠에는 다름 아닌 ‘정보’가 있어야 한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여야 한다.     


나는 변호사의 도움 없이도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썼다. 물론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한 내용과 같이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한 부분은 변호사에게 상담이라도 받아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실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드시 변호사의 선임만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광고나 홍보성 문구를 넣지 않고 ‘정보’에 중점을 두면 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승소했다는 결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건의 쟁점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사건을 해결했는지 그 과정을 써야 한다. 사례화하기 힘든 내밀한 영역의 사건은 글로 풀어내기 쉽지 않다. 사례는 가급적 추상적인 표현으로 대체하고 정보 제공에 우선을 둘 수밖에 없다. 나는 블로그에 어떤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를 상세히 썼다.      


누군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도움이 되는 변호사 글 모음>이라면서 내가 쓴 글을 소개했다. 유난히 그날 그 커뮤니티로부터 블로그로의 유입이 많았는데 유입경로로 들어가 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정보성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은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라 믿는다.



※ 이 글은 출간 예정인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가제)의 일부 내용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